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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8월호
신선식품 구매방식의 변화와 온・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융합현상 _ 송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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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왔다. 전자상거래 기업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점차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 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경쟁은 코로나19라는 변화로 한층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간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의 핵심 분야에 신선식품 부문이 있다.


식품은 인위적 처리 여부에 따라 가공식품(Processed Food)과 미가공식품(Unprocessed Food)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가공식품에는 대부분 유통기한이 명시되어 있지만 미가공식품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소비자는 직접 눈으로 신선함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선식품 소비의 대부분이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등이 증가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식품의 온라인 구매가 시작되었고, 냉동식품, 과일, 해산물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확산, 장기화되면서 오랫동안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영역이던 신선식품 구매마저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신선식품은 대부분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진입하지 못했거나 활성화되지 못한 영역이었다. 신선식품은 쉽게 부패하고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특화된 신선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오래된 식품은 재고로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적량이 적기, 적소에 공급되어야 하는 만큼 기업은 상품의 수요, 공급을 상권에 맞추어 관리해야 하는 큰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 등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식품이 형성하는 막대한 시장 규모를 포기할 수 없고 온라인 시장의 지속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신선식품의 온라인 거래 확대를 추진해왔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식품에 집중해온 배경에는 식품시장의 규모, 소비자의 구매빈도 등이 있다. 식품은 많은 공산품과 대비하여 가격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지만, 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Global Data 2020년 기준 약 63,133억 달러), 전 세계인이 매일 마다 식품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구매빈도가 매우 높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의 지속성과 구매빈도는 일반 제품군과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이는 온라인 플랫폼의 방문 빈도와 직결된다. 또한, 식품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다른 제품의 구매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식품은 거대한 시장 규모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판매 수익을 가져올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매우 확실한 미끼상품(loss leader)의 역할 또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은 주로 신선식품 영역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고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온라인 대응도 신선식품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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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허마셴셩(Freshippo, 盒马鲜生)’이라는 온라인기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했다. 허마셴셩은 온·오프라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융합형 매장으로 허마셴셩에서는 알리페이(Ali-pay)로 결제하고, 구입한 신선식품은 3킬로미터 이내의 거리 기준으로 30분 내 배송을 받거나 손님이 원하면 매장에서 바로 요리되어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 환경도 갖추고 있다. 허마셴셩의 대중적 인기는 부동산에도 반영되어 허마셴셩 3키로미터 이내를 허취팡(盒区房)'으로 부르는 신조어도 나타났다. 허마셴셩과 유사한 형태로 징동(JD.com, 京东)‘7Fresh’, 징동과 텐센트(Tencent, 腾讯)의 투자로 성장하고 있는 차오지우종(Super Species, 超级物种)’, 쑤닝(Suning, 苏宁)쑤셴셩(Su Fresh, 苏鲜生)’ 등이 있다. 중국에서 허마셴셩의 매장 수는 올해 4월 기준 약 220개이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200개 이상의 매장에서 매출이 2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알리바바는 2020년에 100개 이상의 신규 매장 구축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중국에 알리바바와 징동이 있다면 미국에는 아마존(Amazon)이 있다. 아마존은 2007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아마존프레시(Amazon Fresh)’를 통해 온라인 신선식품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3년부터 미국 전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했다. 하지만 신선식품에 대해서 미국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선호도가 분명하여 오랫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아마존은 20179월 미국 최대 규모의 신선식품 유통 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을 인수했다. 홀푸드마켓 인수로 아마존은 전 세계 470곳 이상의 홀푸드마켓 매장을 아마존의 오프라인 거점으로 확보했으며, 홀푸드 신선식품과 아마존프레시 등 기존 플랫폼의 통합 시너지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 전역에 있는 홀푸드마켓 매장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신선식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며, 아마존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제품 선호도와 구매 물량을 측정하는 공간이자 지역별 신선식품 보관창고, 배송 거점으로 활용된다

 

중국의 대표적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쑤닝윈상, 다룬파, 롄화슈퍼, 염차이나 등은 알리바바, 중국의 월마트, 용후이슈퍼, 까루프 등은 징동과 전략적 제휴로 온오프라인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중국 1, 2위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동 계열 기업 간의 대결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신선식품 분야는 알리바바, 징동 등 온라인 거대기업이 빠르게 오프라인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온라인 아마존과 오프라인 월마트(Walmart)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구도가 확인된다. 미국 및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아마존이 신선식품 사업을 시작하자 오랜 기간 구축한 유통망을 통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신선식품의 품질로 아마존에 대응했으며, 미국의 높은 인건비 수준과 미국인 대부분이 차량을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여 2011년 픽업투데이, 2014년 드라이브스루, 2015년 그로서리 픽업 등 픽업서비스를 발전시키며 소비자의 배송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2015년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월마트는 온라인 부문을 필사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2016년 제트닷컴(Jet.com), 2017년 슈바이닷컴(Shoebuy.com), 무스조(Moosejaq), 보노보스(Bonobos), 2018년 스페이셜랜드(Spatialnd), 플립카트(FlipKart), 코너샵(Cornershop) 등 최고 수준의 온라인 기업, 4차 산업혁명 기술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인수해서 인재를 영입하고 기존 고객을 통해 온라인 사업부문을 특화, 발전시키고 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온·오프라인 구매를 비교해보면, 온라인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매우 다양한 상품을 비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제품을 직접 볼 수 없고 배송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을 확인할 수 있고 구입 즉시 가져갈 수 있지만, 선택권이 매장이 보유한 상품에 한정되고 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가격이 온라인 최저가보다 높게 형성되어있다. ·오프라인의 경쟁 환경에서 온라인 기업은 오프라인의 직접 수령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빠른 배송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하고, 오프라인 기업은 제품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이 각자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온라인 기업은 오프라인에 거점을 마련하고, 오프라인 기업은 온라인을 도입한다. 이러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O2O(Online to Offline)로 불린다. O2O는 단방향이 아니다. 성장한 온라인 기업이 미래 발전전략에 따라 오프라인에 기반을 구축하며 ‘Online to Offline’이 시작되었고, 시장 환경의 대응과 온라인 기업과의 경쟁구조에서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Offline to Online’이 나타난다. 또한, O2O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의 영역으로 진입하여 결합된 것이라면, O2O의 발전된 형태이자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시스템이 구현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O4O(Online for Offline)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로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격리가 일상화되면서 전자상거래 붐이 일었고, 이는 당시 신생기업이었던 중국의 알리바바(타오바오), 징동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이 급성장한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2003년 사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 5월 초 홍콩대 마이클 찬 교수는 의학 전문지의 논문발표를 통해 코로나19의 전염력이 사스에 비해 약 80~100배 이상 높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사스 때와 유사하게 온라인 부문의 급팽창을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온라인 기업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과 오프라인 유통기업에서 O2O가 확대되고 있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들이 아마존고 프레시, 허마셴셩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O4O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의미하는 O2O도 그러하지만, O4O가 본격화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더 이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온·오프라인 융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자 수가 회복되겠지만,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치열하게 온라인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최대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Sears)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오프라인 전략을 고수하다 2018년 파산했던 사례를 봐도 코로나19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과 융합에 대한 준비와 대응은 온·오프라인 기업 모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O2O, O4O와 유사 개념으로 중국에서는 신유통(新零售, New Retail)이라는 용어가 상용되고 있다. 신유통은 온라인’, ‘오프라인’, ‘물류의 결합을 의미하는 용어로 O2O, O4O와 유사하지만, 융합의 관점에서 O2O보다는 O4O에 가까우며, ‘온라인오프라인의 결합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인 물류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송민근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다음 논문의 주요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임.

송민근(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유통에 관한 검토’, 해운물류연구, 36(2), pp.325-356.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1. Jason Goldberg(2020), The Race To Reinvent Grocery: How Amazon, Walmart And More Are Trying To Conquer The Space, Forbes, Mar 1, 2020.

 

그림2. Mark Tanner(2019), HEMA Expands Retail Offering by Launching its First Shopping Mall, Chinaskinny.com, Dec 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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