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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6월호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과 국가보안법 _ 장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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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성공: 민간의 힘 


최근 국가보안법(國家安全法) 문제로 홍콩 시위가 다시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전에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한동안 홍콩 시위는 국내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에 대한 홍콩의 성공적 대응은 대만의 성공과 함께 주목받기도 했다. 홍콩의 성공적 대응의 핵심 요소는 민간의 힘과 사스의 교훈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송환법 반대시위 과정에서 홍콩정부는 수십 년만에 긴급법을 발동하여 마스크와 복면 착용을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 그러나 시위집회에서 만일 마스크복면을 안 쓰고 신분이 노출되면 폭동죄로 잡혀가 최장 10년까지 수감될 수 있음을 지난 몇 년간 체득한 시민들은, 마스크복면 착용금지로 인한 1년 수감 위험을 감수하길 택하고 계속 착용했다. 이 금지법은 위헌판정을 받았다가 올해 다시 일부 합헌판정을 받았다


올해 코로나가 심각해지자 시민들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조심했다. 지도자 캐리 람은 처음엔 코로나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안 쓰고 나왔고, 공무원들에게도 마스크를 쓰지 않도록 권했다가 크게 비판받은 후 이제는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마스크복면을 금지하는 긴급법을 발동하던 지도자 본인이 이제 몇 달만에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사스를 생생히 기억하는 홍콩 시민들은, 중국대륙과의 왕래가 잦은 지역적 특성상 입경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변경 통제가 시급하다고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의 초기 대응은 더뎠다. 그러자 민간에서 다양한 자체 조치가 생겨났다. 중국대륙과 가까운 곳에 자체 방역소를 설치하여 체온을 쟀고,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후원받아 거리의 노숙자나 청소노동자,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다니는 풍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1년간의 송환법 반대시위 과정에서 형성된 민간의 힘이다. 대만도 사스의 교훈으로 초기부터 빠르게 대응했는데 대만의 경우는 관과 민이 함께 기민하게 움직이며 협조한 반면, 홍콩에서는 시민들이 먼저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홍콩정부는 초기에 더디던 코로나 대응 조치를 점점 강화하며 이를 시위집회 통제에 활용했다. 대만과 홍콩 시민의 코로나 대응 성공의 공통요인은, 외부(WHO 포함)에서 주어지는 어떤 정보도 믿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으며 위생지침을 철저히 지킨 점이다


지난 1년간 이어진 시위과정에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며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서로 돕는 방법을 터득한 홍콩 시민들은 이제 코로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곳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4(현재는 8) 이상 모이지 못하게 하면서 각종 시위집회 강제해산이 잇따르고 체포와 수감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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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시위기간 홍콩 벽에 씌어있던 글씨 :

"생각은 총알로 뚫을 수 없다." (영화 '브이포벤데타'에 나온 대사)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통제, 그리고 국가보안법


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을 맞는 지금, 시위과정에서 시민의 전례없는 단결이 이뤄진 점과 민간 역량의 강화는 분명히 큰 의미를 가지지만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얻은 것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절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작년 69일부터 올해 514일까지 송환법 반대시위로 체포된 사람은 총 8,337명이고 그중 1,617명이 기소되었다. 가장 많이 기소된 죄명은 폭동죄로 595명이고, 공격성 무기 소지죄가 252, 불법집회 죄가 236명이다. 체포된 이들 중엔 10대와 20대가 많고, 시위 후반부로 올수록 젊은 연령층의 체포 비율이 높아졌다. 510일 어머니의 날 하루만도 거의 200명이 체포되어, 머리가 하얗게 센 어머니들이 경찰서 앞에서 밤새워 아이들을 기다려야 했다. 최근엔 중국 전인대(全人大)에서 보안법이 통과되기 전날이자 홍콩 의회에서 국가법(國歌法) 심의가 진행되는 527일 하루에만 12세에서 70세에 이르는 396명이 체포되었고 그중 180명이 학생이었으며 약 80명이 미성년자였다.  


홍콩정부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모든 홍콩 성인 1인당 1만 홍콩달러를 나눠주는 등 경제적 지원조치를 내놓는 한편 정치적 통제를 강화해 왔다. 경찰 장비에 대한 지원예산은 크게 증가했고, 시위 진압을 이끈 경찰들은 상을 받거나 승진했다. 홍콩에서 중국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국 연락판공실의 개입에 대해 논란이 일자 정부가 중국 연락판공실이 홍콩 감독권을 지닌다고 하여 논란이 커졌다


정부는 또한 교육과 교사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이 애국심을 배우기보다 지나치게 비판적 시각을 배워 세뇌된다며 애국적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애국주의 강화는 국가법(國歌法) 강행과도 연관된다. 어떤 형태로든 국가를 모욕하거나 폄하하면 최고 3년까지 수감될 수 있는데, 모욕과 폄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콩정부는 중공중앙당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무원 학교를 만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528일 중국 전인대에서 결정되어 이제 곧 중국에서 입법될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전복과 분열행위, 테러활동, 외국세력의 간여에 중형을 가하는 법으로서 아직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나온 결정 초안으로 보면 작년의 송환법보다 넓게 죄를 적용하고 처벌할 수 있고, 특히 중국 법기구가 직접 홍콩에서 법을 집행할 수 있어서 우려가 크다. 원래 국가전복분열죄는 홍콩에서 자체적으로 입법을 하도록 기본법 23조에 정해져 있었는데 그동안 이 법안에 대한 비판 속에서 홍콩정부의 추진이 더디자 이번에 예상을 뛰어넘어 중국정부가 직접 제정을 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외국세력의 간여를 막고 일국양제를 견지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홍콩 법조계는 이 조치가 원래 홍콩이 자체 입법을 하도록 규정된 기본법(홍콩의소()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의 국가안전 기구가 직접 홍콩에 기구를 설치하여 법을 집행하게 되면, 이 기구의 법 집행이 홍콩의 법과 충돌하고 홍콩인의 인권을 침해할 때 어떤 제지 메카니즘이 있는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현재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홍콩정부에 대한 비판행위도 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그리고 외국 세력의 간여자체를 모두 금지하고 있는데, ‘간여라는 건 매우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올해 가을의 의회 선거와 내후년 행정장관 선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작년 말 구의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파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쉽지 않고, 정부기관들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친정부파가 다수인 의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보안법까지 조만간 입법발효된다면 민주파의 활동에 제약이 커져서 민주파의 의회 진출에 불리하다. 중국반환 후 처음으로 최대 시민 50만 명이 참여했던 20037월 행진은 바로 이 보안법 입법 반대시위였다. 당시 성공적으로 입법을 막아내며 홍콩 시민사회는 단체들간의 네트워크와 조직을 갖추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17년이 지난 지금 중국정부에 의해 보안법은 직접 추진되고 있다. 반환 후 가장 어려운 시기로 인식되는 현재 상황에서 홍콩 시민사회가 어떤 출구를 찾아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한다. 예상치 못한, 그리고 통제불가능한 새로운 사건이 매일 일어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전망은 불투명하고 어렵다

  

장정아 _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연구소장


                                            

  

이 글은 2020년 5월 20일 국민일보 인터넷판 [차이나로그인]에 게재된 칼럼 "코로나19 속 홍콩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을 수정보완한 글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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