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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현장&공간
5월호
학술원 신간 소개: 근대 중국의 토지 소유권과 사회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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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권.jpg

이원준 지음,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기획

學古房, 2019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2009년도에 인문한국(HK) 사업에 선정된 이래로, 지난 10여 년간 근・현대 중국의 사회경제 관행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동안에 진행된 일련의 조사와 연구는 <중국관행자료총서>와 <중국관행연구총서> 등으로 간행되어왔다.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인적・물적 기반을 활용하여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축적해왔다. 이 책도 ‘근・현대 중국의 사회경제 관행’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서 기획되었다.


‘근・현대 중국의 사회경제 관행’을 살펴보는 데에 있어서, 사실 토지 소유권 문제만큼 적절한 주제도 별로 없을 것이다. 20세기 초 이래 중국에서는 토지 소유권의 ‘근대화’(또는 ‘서구화’)를 위한 일련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청 말 신정(新政) 시기의 법제 개혁 과정에서 처음으로 근대적 민법 체계의 도입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었고, 이때 근대적 (토지) 소유권의 도입을 위한 준비도 함께 이루어졌다. 청조의 이러한 시도는 비록 준비에 그쳤지만, 이후 중화민국 베이징 정부 시기에도 그 연장선 위에서 토지 소유권의 근대화를 위한 시도가 이어졌고, 결국 난징 국민정부 시기에 이르러 제도적으로는 일차적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토지제도는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여러 차례의 굴곡을 겪게 되었다. 1950년대 초의 토지개혁에 이어서 사적 토지 소유권의 폐지와 농업 집단화가 진행되었고, 이후 1970년대 말부터는 집체소유 아래에서의 생산청부제도가 시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토지 소유권과 관련된 급격한 제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회에서는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사회 관행에서 일정한 지속성이 발견된다. 특히, 20세기 전반기에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화민국 베이징 정부와 난징 국민정부의 제도 개혁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전반기의 중국 농촌사회에서는 명・청 시대 이래 형성되어온 중국 사회의 관행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서구 사회의 제도를 모델로 삼은 토지 소유권의 근대화 시도는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중국 사회의 관행 앞에서 굴절과 반사를 겪어야 하였다. 또한, 농업 집단화가 시행되었던 20여 년 동안 중국 사회의 토지 소유 관행도 일정한 단절을 겪어야 했지만, 집단화가 해체된 이후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곳곳에서 과거의 토지 소유 관행과 유사한 현상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토지 소유권과 관련된 근대 중국의 사회 관행을 살펴보는 것은 중국 사회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해하고 전망할 때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많지 않은 분량의 단행본 한 권으로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깊이 있게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먼저, 이러한 기획 자체가 (무모한 것일지는 몰라도) 비교적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루기가 워낙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국의 토지 소유 관행을 명・청 시대부터 이어지는 장기적 맥락 속에서 설명하는 개설서를 찾는 것 자체가 힘들다. 중국의 복잡한 토지 소유 관행을 비교적 평이하게 설명하면서, 이를 근대와 현대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보려는 시도 그 자체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명・청 시대의 토지 소유 문제에 대해서는 방대한 연구성과가 축적되어 있지만, 근대 중국의 토지문제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에서도 이 책이 갖는 장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근래의 연구성과들을 참고하여 명・청 시대의 토지 소유 관행을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하였고, 3장에서 6장까지는 이러한 관행이 민국 시기에 들어와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또는 겪지 않았는지 설명하였다. 그동안 학계에서 활발하게 다루지 않았던 20세기 전반기의 토지문제에 대해서 일종의 개설적인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949년 이후 중국의 토지 소유 문제를 명・청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사회 관행의 흐름 속에서 정리하였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근대 중국의 사회 관행에 주목하기 때문에 민국 시기에 비해서는 소략하게 다루어졌지만, 7장에서 근대 중국의 토지 소유 관행이 1949년 이후에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정리하였고, 에필로그에서는 현대 중국에서 나타나는 토지 소유 양상의 변화가 근대 중국의 토지 소유 관행과 갖는 접점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광범위한 지역의 장기간에 걸친 토지 소유 관행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 근・현대 중국의 지역적 다양성과 역사적 변화가 모두 구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근・현대 중국의 토지 소유 관행에 대한 개설서로서는 일독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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