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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현장&공간
12월호
베이징과 신장에서 살펴본 중국의 일대일로 _ 조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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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은 11월 초 중국사회과학원의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관련 학술회의를 진행하고 일대일로의 핵심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답사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일대일로의 내용과 범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기의 일대일로

 

2013년 처음 제기되어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된 일대일로에서 '일대(一帶)'는 육상 실크로드를, '일로(一路)'는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한다. 더 세분하면 6개의 경제회랑을 통해 유라시아 전체를 연결하려는 시도이다. 중국은 협력과 공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약속했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1123일에는 일대일로의 해외 거점 중 가장 중요한 과다르 항구가 속해 있는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분리주의자들이 중국 영사관에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파키스탄의 국내 문제와 인도와의 적대관계가 더 깊은 근원으로 얽혀 있지만, 중국에게는 억울하게도 테러단체는 중국의 침탈과 일대일로를 통한 자원 약탈을 공격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일단은 수습되었지만, 앞서 5월에는 말레이시아가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구와 인도의 언론을 중심으로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채무국으로 전락하거나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연달아 나왔다. 일대일로가 차관형식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건설 이후에 장기간 운영을 통해 수익을 보장받는 BOT(Build Operation Transfer) 방식을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해외의 거대 사모펀드를 통한 인프라 건설로 시끄러웠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재정과 금융 상황이 좋지 못한 유라시아의 빈국들은 중국의 거대한 자본에 대해 성장과 종속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일대일로를 '약탈적 투자'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고, 실제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해외 투자개발 기구를 설립하고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앞으로 파키스탄 등에 구제금융을 줄 때, 이 돈이 일대일로 상환금으로 중국에 흘러가지 않도록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의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연합도 적대적이지는 않더라도 향후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유러피언 웨이(European Way)'라는 독자적인 유라시아 연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대일로에 대한 조정: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국은 그동안 일대일로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면서 일대일로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일대일로 자체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측면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일대일로에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중국 내에서도 한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쪽의 동북 3성이나 산둥성은 일대일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따라서 일대일로는 개혁개방 이후 동아시아가 접해 있는 동쪽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던 중국이 낙후된 내륙을 개발하고 서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서진(西進)'이라고 이해되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미묘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와 관방 언론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성과에 대한 찬양 일색이지만,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은 발언들을 들을 수 있었다.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문제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대일로가 서쪽에 치중했던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한반도를 비롯한 동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제까지는 주로 일대일로는 서진이 아니며 구성원의 유무가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태도였다.

 

이는 최근의 변화 조짐들과도 일치한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일대일로 참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북한의 로동신문이 일대일로에 우호적인 르포 기사를 싣기도 했다. 8월에는 랴오닝성이 일대일로 종합시험구 건설 계획(辽宁"一带一路"综合试验区建设总体方案)을 통해 동북아와의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기존의 6대 경제회랑에는 없었던 '동북아 경제회랑'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상회담을 통해 형식적이나마 일본의 참여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변화와 조정의 움직임은 일대일로 자체의 문제는 물론, 미중 무역갈등과 최근의 한반도 정세가 주요하게 작용한 듯하다. 미국과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지지가 절실해졌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일대일로를 통해 북한과의 연결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가 공식 주제였던 이번 여행에서도 중국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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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여느 도시와 별 차이가 없는 우루무치 시내의 모습

 

   신장위구르자치구: '22개월'의 안정과 일대일로의 미래

 

공식적으로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은 푸젠성이고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육상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이다. 일대일로를 중국의 서부와 중부의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데 있어서 신장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장 또한 최근 미국과 인권단체들이 신장의 인권 상황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100만 명, 심지어 200만 명의 위구르족을 강제수용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있었다. 신장의 총인구가 2,500만 명 정도이고 중국 내 위구르족의 인구가 1,000만 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치는 사실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유엔의 관련 보고서나 공신력 있는 인권단체들이 확인한 수치도 아니다. 중국으로서는 한때 신장의 안정을 테러방지 차원에서 지지했던 미국과 서구에서 무차별적이고 근거가 부족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 억울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반인권적 조치가 전혀 없다고 믿기는 어렵다. 중국측이 안배한 짧은 일정과 몇 차례의 대화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했지만, 최소한 중국이 신장의 정세에 대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제한된 일정에 따른 것이지만, 신장의 우루무치[乌鲁木齐]시와 이닝[伊宁]시는 비교적 평온했다. 철조망으로 사구(社区)를 나눈 곳이 많았고 건물의 입구마다 보안장비와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처음 거리에 나서면 자못 긴장되기도 하지만 어느새 다른 중국 도시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보안검사는 거의 요식행위였으며, 배치된 보안인력은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 조끼를 껴입고 있는 수준이라서 실업구제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특히 신장에서 '22개월'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들을 수 있었다. 22개월 동안 '폭력테러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未发生暴力恐怖案件)'는 것이다. 확인해보니 신장자치구 주석이 10월에 언급하고 뒤이어 지속적으로 공식 인용되는 내용이었다. 10월에는 '21개월'이었으니 11월에는 '22개월'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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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고스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주민을 검문하는 경찰

 

주요한 답사장소였던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접경 지역인 호르고스(Khorgos)의 국제변경합작중심은 일대일로의 성과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열댓 개의 거대한 면세 상점이 운영 중이며 추가로 계속 건물을 올리고 있다. 카자흐스탄 택시가 직접 들어와 물건을 실어 나르고 상대적으로 솜씨가 좋은 신장 지역의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의 부유층들이 드나들고 있다. 주변 중국마을의 주민들이 면세품을 박스채로 나르고 있었다. 하루 8000위안까지 면세혜택을 주는 이곳에서 물건을 잔뜩 사서 밖에 나가 파는 것이다. 너무 많은 양을 운반하는 주민들은 경찰들이 다가와 확인을 하기도 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연간 출입경 규모가 중국은 550, 카자흐스탄은 130만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상하는 일대일로는 이런 모습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의 개방에 대한 기대로 들끓는 한국에서 온 학자들에게 이곳을 보여준 의도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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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갈 물건을 싣고 있는 카자흐스탄 택시들

  

이러한 변화가 일대일로의 근본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현재의 급박한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미봉책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대일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우리에게 북한의 개방과 한반도의 평화 같은 국익의 증진을 가져올지, 아니면 중국에 대한 종속을 높이고 미중 간의 다툼에 쓸데없이 연루되는 위험성만 높일지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를 보면, 북한을 통해 간접적이든, 아니면 좀 더 직접적이든 일대일로가 조만간 우리에게도 본격적인 현실이 될 것이 확실하다.  

  

조형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의 사용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임. 

** 이 글은 아주경제20181128일자에 베이징신장에서 본 일대일로라는 제목으로 일부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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