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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7월호
한국과 중국의 약관규제 관련 법제 _ 이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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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출근길에 버스를 이용했다면 버스회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면 식당과 음식물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여러 종류의 약관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인터넷 공급자와 인터넷 사용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 경우 약관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 약관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대량의 집단적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대량의 집단적 거래를 신속하게 통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계약의 내용에 대해 소비자가 동의하면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약관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약관의 내용에 사업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소비자는 협의할 여지도 없이 사실상 사업자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야 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약관의 불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외국에서는 약관의 내용에 대한 규제를 위한 입법을 하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보통거래약관에 관한 법률」, 영국의 「불공정계약조항법」, 우리나라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등이다.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은 ‘사업자가 그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約款)을 작성하여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1986년에 제정되었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는 「중화인민공화국 계약법(合同法 : 이하 중국계약법)」과 「중화인민공화국 소비자권익보호법(消费者权益保护法」과 같은 개별 법률들에서 약관에 대한 법률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계약법에서는 ‘격식조관(格式条款)’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계약법 제39조제2항에서는 약관조항의 개념에 대해 ‘약관 조항은 당사자가 반복적인 사용을 위해 미리 작성한 것으로서 계약 체결시에 상대방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조항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과 큰 차이점이 없다고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약관이 계약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양당사자가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내용으로 삼기로 합의해야 비로소 약관은 계약의 내용이 되어 계약당사자를 구속하게 된다. 이를 ‘약관의 계약편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약관규제법에서는 ①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하여야 할 약관의 작성의무, ②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할 약관의 명시 및 사본교부의무, ③사업자는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할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업자가 약관의 명시 및 사본교부의무와 약관의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약관규제법 제3조).


중국의 경우 중국계약법 제39조제1항에서 ‘약관조항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약관조항을 제공하는 당사자는 공평의 원칙을 준수하여 당사자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확정하여야 하고, 자신의 책임을 면제시키거나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이 주의할 수 있도록 환기시켜야 하며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당해 조항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학자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사업자에게 명시의무와 설명의무를 부과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계약법에서는 사업자가 명시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최고인민법원은 「계약법 사법해석(2)」 제9조에서 ‘약관조항을 제공하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법」 제39조 제1항의 명시·설명의무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자신의 책임을 면제시키거나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 상대방 당사자가 주의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 상대방 당사자가 당해 약관조항의 취소를 요구하는 때에는 인민법원은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업자가 명시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 번째로 불공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약관조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면서 ①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②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이를 기습조항 또는 의외조항이라 한다), ③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조항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개별적 무효사유로 사업자의 면책조항, 손해배상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계약법 제40조에서는 ‘약관조항이 본법 제52조와 제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황에 해당하거나 약관조항을 제공하는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책임을 면제하고 상대방의 책임을 가중시키며 상대방의 주요한 권리를 배제시키는 경우 당해 조항은 무효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계약법의 일반적인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약관조항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법과 차이를 보인다. 중국계약법에서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규정이 단지 세 개에 불과하여 약관의 규제를 효율적으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중국학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주장되고 있다.


사드문제로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진출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와의 무역대상국 중 1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다시 중국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중국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약관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므로 중국의 약관규제와 관련된 법률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중국계약법은 약관에 규제와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과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법률규정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중국 내에서도 약관을 규제하기 위한 현재의 규정이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이 입법방향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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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훈 _ 인천대학교 법학부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blog.sina.com.cn/s/blog_afb1643a01019t0z.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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