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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월호
나미비아의 차이나타운 _ 조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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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중화 문화권을 벗어난 지역으로 이민을 가서 정착한 곳에는 중국인의 거리혹은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 중국인 경제중심 구역이 있기 마련이다. 차이나 타운은 타국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경제활동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데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과 식당 등이 모여 있고 중국인들이 현지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들이 있다.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중국인의 이주 역사가 오래되었고, 중국계 인구가 (중국의 방언을 쓰고 일정한 중국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 현지사회에 제법 자리를 잡은 경우에는 꼭 차이나타운이라는 특정 구역만이 중국인들의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차이나타운은 중국계 이민자들과 그들의 후세들이 대를 이어가며 타국에서의 생활을 영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차이나 타운은 현지인들에게 타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며,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몇몇 유서 깊은 차이나타운이 현지 국가를 찾는 외국 단체 관광객의 인기 코스가 되는 현상을 보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차이나타운의 면모는 이처럼 중국인들의 경제활동과 네트워크를 위한 공간일 뿐 아니라, 현지 사회와 국제 사회간 소통과 교류의 새로운 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차이나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아프리카의 차이나타운도 중국 이주민들의 경제 거점이자 현지(국제) 사회와 소통하는 장이 되고 있을까? 우선 염두 해 두어야 할 것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들의 중국인의 이민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1)


중화인민공화국으로부터의 본격적인 아프리카 대륙으로의 이주는 90년대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보아야 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공표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후발 이민은 그 전의 흐름과 달리 Mandarin Chinese를 구사하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지역적으로는 푸젠성 (Fujian) 출신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출신 지역의 분포는 점점 더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겠다. 본 편에서는 아프리카의 차이나타운의 현재의 모습을 나미비아 차이나 타운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나미비아의 차이나타운이 아프리카 대륙의 차이나 타운 전체의 속성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21세기 중국의 적극적 아프리카 진출이라는 큰 맥락속에서 형성되고 발전된 지역인 점으로 볼 때 현 아프리카의 차이나 타운()의 공통 모습을 일정부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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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나미비아 차이나 타운의 푸젠상점


나미비아의 차이나타운은 나미비아의 수도 윈드후크 (Windhoek)의 북쪽 외곽의 북산업지역(Northern Industrial Area)에 자리잡고 있다. 근처에는 도시 외곽 인구밀집지역과 비공식 빈민촌(informal settlements)이 자리잡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수도의 산업지역에 위치한 만큼 중국인 상점들 뿐 아니라, 나미비아를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공장과 사무실 등이 함께 위치한 나미비아의 대표적인 종합 경제 구역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나미비아에서 중국인 경제활동이 집중된 지역이 수도 한 곳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은 크고 작은 상권을 형성하며 산발적인 방식으로 나미비아의 북쪽 지역 (특히 앙골라와 국경을 접하는 타운을 중심으로)에 퍼져 있다.2) 하지만 공식적인 차이나타운은 수도 북쪽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한 곳으로, 본 글에서도 이 센트럴 차이나 타운을 중심으로 서술을 이어가겠다.


이곳의 중국인 상점들에서는 가구를 비롯하여, 전자기기, 옷감, 식품, 생활 잡화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팔고 있고, 상품의 품질은 중하위급 정도로 브랜드가 붙은 쇼핑몰에 진열된 상품과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세계의 여느 차이나 타운이 대개 그렇듯 이곳에서도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은 현금거래만 가능하다.3) 품질과 서비스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타운은 잡다한 물건을 싼값에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지 나미비아인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쇼핑을 하는 곳이다. 여성용 가발 제품이나 미용 제품 등은 전문점이 있을 만큼 찾는 고객이 많고, 다양한 색깔과 질감의 옷감을 구입하려 할 때도 마땅한 곳은 차이나 타운 뿐이다. 이렇듯 나미비아의 차이나 타운은 나름의 특성과 강점을 가지고 (잡다함과 저렴함) 나미비아 수도상권의 한 구획을 확실히 점하고 있다고 하겠다. 차이나 타운의 중국인 상점 주인들은 중국에서 물건을 직접 받아 팔기도 하고 가까운 남아공의 차이나 타운으로부터 들여오기도 한다. 이들은 개인 무역상으로 중국 정부 차원의 투자나 국가소유기업 (SOEs)이 나미비아의 건설업과 광산업 분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아프리카에 이주해 경제활동을 해오던 사람들이 많다. 일종의 현대판 화상(華商)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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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나미비아 수도 윈드후크 북쪽 산업지구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


나미비아는 1990년에 독립을 하면서 같은 해에 중국 대사관이 설립되었을 정도로 중국과 깊은 관계를 과시했다. 이는 중국정부가 나미비아 독립투쟁단체인 SWAPO (The South West Africa People’s Organization, 후에 SWAPO당이 되어 현재까지 30년이 넘도록 무소불위의 정치 세력으로 집권하고 있음) 에게 독립 투쟁 시 경제적 도움을 준 것에 기인한다. 나미비아의 초대 대통령인 Sam Nujoma는 그의 집권시기(1990-2005)를 통틀어 5번이나 중국을 국빈 방문할 정도로 중국과 나미비아는 일찍부터 돈독한 우정을 과시해 왔다. 이런 엘리트 층에서 이루어지는 중국-나미비아간의 교류와 관계는 이들이 지니는 정치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는 하나, 상부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관계를 하부로 무작정 확장하여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4)

 

다시 말해 이러한 외교적 우호 관계를 중국인 무역상들의 나미비아에서의 경제활동의 용이함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미비아의 집권자들, 소수의 엘리트들의 성향이나 그들이 맺는 중국 고위층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일반 나미비아인들이 중국인 개인 무역상, 사업가들에게 가지는 인상은 부정적일 때가 많다. 나미비아에서 지내면서 알게 된 현지 나미비아인들 중 중국인 상점이나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만나 보기 어려웠고, 현지 매체가 중국인 사업체를 보도하는 톤도 부정적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중국인이 관여한 사업장이나 프로젝트에서는 노동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든가, 중국인 보스들의 인종차별주의적 태도 등을 보도의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중국인 사업체에서 일해보지 않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중국인들은 나미비아에서 돈을 벌어들이기만 할 뿐, 재투자에 인색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중국의 대 아프리카 투자의 의도와 동기를 신식민지주의나 신착취주의로 보는 서구 발 중국 견제론과도 어느정도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의 중국 상점들은 중국인 보스와 다수의 현지인 노동자로 이분화 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인 보스는 주로 칸막이가 되어 있는 부스나 간이 진열대 뒤의 공간에서 모든 현금 거래를 맡고 현지인 노동자는 매장의 물건을 옮기거나 청소 등의 허드렛일을 하는 구조다. 경력이 쌓인 현지인 노동자의 경우, 간단한 중국어 숫자나 최소한의 중국말을 제법 유창하게 구사하고, 보스의 중국어 억양이 강하게 섞인 단말의 영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상점의 노동 분배 구조가 어찌 되었든, 근무 환경이 어떻든 간에 차이나타운의 존재는 근처의 인구밀집지역인 Katutura 저소득층 주민들이나 북쪽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무턱대고 이주한 젊은 현지인들에게 다수의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나미비아에서 차이나 타운 만큼 집중된 한 지역에 상인과 고객이 북적대는 상권이 존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북적댐자체가 경제적 기회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상점에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고객의 주차를 도와주면서 푼돈을 모으는 주차 도우미부터, 세차 도우미, 거리의 음식상, 과일상, 잡화상 등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틈에서 돈벌이를 이어가는 현지인들이 차이나 타운의 경제활동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됨을 말한다


나는 내가 일하는 센터의 업무로 차이나 타운을 종종 방문한다. 주로는 특정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 인데, 옷감이나, 센터 아이들의 신발, 물통 등등 무언가 대량주문을 해야 할 때 단가를 낮추고 수량을 확보해야 할 때 차이나 타운을 찾는다. 차이나타운에는 나미비아 최대의 곡물생산 기업 Namib Mills 있다. 나는 공장을 수시로 방문해 , 면과, 옥수수 가루를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딜을 진행하기도 했다.5) 센터의 토양의 재질 검사를 위해 차이나 타운에 위치한 토양재질검사 랩을 방문하기도 했다. 나는 또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라면, 간장, 국수 등 아시아계 식품재료를 사러차이나 타운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차이나 타운의 식품점에는 중국 식재료가 먼지 쌓인 채 오랫동안 진열되어 있다. 나는 이 진열대에 있는 상품의 유통기한을 늘 조심스럽게 점검한다. 그러고 보니 그 밖의 이러저러한 많은 필요에 의해 나는 꽤 자주 차이나 타운을 방문해왔다. 나미비아의 차이나 타운은 중국어를 쓰며 거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고, 동시에 진지한 비지니스 딜(구입 협상) 이 오고 가는 곳이고, 빈민촌의 나미비아 청년이 주차를 도우며 발품을 팔아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며, 때로는 아시아에서 건너온 먼지 쌓인 가공 식품을 구매하여 나같은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끼를 채울 수 있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미비아의 차이나타운에는 그럴싸하고 쾌적한 레스토랑이나 한가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다만 복잡하고 북적대고 정리정돈이 안 된 소란스러운 거리와, 잡다한 싸구려 상품을 진열해 놓은 상점들과, 투박한 공장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렇게 저렇게 삶을 이어가는 중국인들과 현지인들이 보스와 노동자의 관계로, 고객과 직원의 관계로 얽혀 있을 뿐이다.




조영진 _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1) 초창기 중국인들의 이주는 19세기 유럽 열강의 식민지 확장과 더불어 부족한 노동력 공급 차원에서 계약 노동 (indentured labor)의 형식으로 시작되었다. Guccini, Federica, and Mingyuan Zhang. 2021. “‘Being Chinese’ in Mauritius and Madagascar: Comparing Chinese Diasporic Communities in the Western Indian Ocean.” Journal of Indian Ocean World Studies 4 (2): 91–117.
2) Dobler, Gregor. 2008. “From Scotch Whisky to Chinese Sneakers: International Commodity Flows and New Trade Networks in Oshikango, Namibia.” Africa (London. 1928) 78 (3): 410–32.
Dobler, Gregor. 2009. “Chinese Shops and the Formation of a Chinese Expatriate Community in Namibia.” The China Quarterly, no. 199: 707–27.
3) 이 현금거래 고수의 원칙은 종종 현지의 anti-Chinese attitude와 결합하여 현지인에 의한 중국인 상점을 향한 약탈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4) 따라서 Gregor Dobler(2017)는 차이나-나미비아의 경제적 관계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주체자들이 활동하는 복잡한 장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Gregor Dobler 2017. “China and Namibia, 1990 to 2015: How a New Actor Changes the Dynamics of Political Economy.” Review of African Political Economy 44 (153): 449–65.
5) 여담으로 덧붙이자면, 이런 구입 협상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업체의 매니저들은 거의 대부분 백인이다. 차이나 타운에는 중국인과 현지 나미비아인간의 이분적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미비아 백인과 흑인간의 사회경제적 격차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모두 필자가 직접 제공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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