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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4월호
21세기 중국 지식인의 초상 _ 양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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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의 지식인에 대한 이런저런 언급으로 중국사회에서 다시 지식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한어사전(現代漢語詞典)에 따르면 지식인은 비교적 높은 학력 수준을 갖추고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 교사, 의사, 기자, 엔지니어 등을 지식인의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사해(辭海)에서도 지식인을 일정한 문화과학지식을 갖춘 정신노동자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기술 종사자, 문예 종사자, 교사, 의사, 편집인, 기자 등 지식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식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의미의 지식인은 지식을 활용하여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 중국사회에서 지식인들만큼 부침을 거듭하고 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부류도 없었다.


수천 년 이어져 오던 봉건제도를 없애고 공화정을 세운 주역들도 사실은 손문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인 그룹이었고 신문화운동의 주도 세력 역시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사상과 이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중국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혁명 세력의 일부였다. 중국공산당 창당의 주역들 역시 대부분 지식인들이었다. 그러나 군벌과의 투쟁, 국공내전과 항일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지식인들이 이른바 변절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신중국 성립 후 중국지식분자는 총체적으로는 노동자 계급의 일부분으로 중국공산당의 의존 역량으로 치부되었다. 지식인들은 대부분 이미 프롤레타리아 혁명 과정에서 주체 지위를 잃고 사회생산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동원의 대상을 전락하게 된다. 특히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계속혁명을 주창하는 세력에게 지식인은 늘 개조의 대상이었다. 즉 사회주의 계속혁명을 추진하는 민감하고 복잡한 시기에 지식인들은 다시 재교육의 대상이며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사상개조의 대상이었다. 이 시기 지식인들의 지적 공간은 사실상 폐쇄되었으며 사상 개조를 위해 농촌으로 공장으로 하방(下放)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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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혁개방이 결정되고 중국이 다시 현대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생산의 사회화 차원에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지식을 활용하여 사회 생산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지식과 지식의 담지자로서 지식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급기야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지나 제4차 산업혁명 시기로 접어들면서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시기로 진입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지식인에 대한 기존 계급적 평가와 다른 새로운 평가와 시각이 등장하게 되었다. 결국 국가는 사회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 지식이 필요하고 지식 담지자로서의 지식인들은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정치적 공간을 넓히고자 하는 욕구도 가지게 되었다.

 

이 두 가지 필요가 서로 조응하여 결국 21세기 중국 사회는 지식인과 지식을 존중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식과 지식인의 존중 분위기 확산과 무관하게 여전히 중국공산당 내부 일부에서는 지식인의 계급적 속성과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폐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부 당정 영도간부들이 지식을 중시하되, 지식인에 대한 태도와 자세는 여전히 통제, 교육, 개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대와 협력, 공존의 대상으로서의 지식인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늘 가져다 쓰는 샘솟는지식창고로서 이들을 대하는 정치적 분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이번 양회 기간을 이용하여 지식과 지식인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시진핑은 지난 34일 전국정협 민주당파와의 간담회에서 지식과 지식인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시진핑은 지식인들이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사회 또한 지식과 지식인을 존중하고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종의 지식인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전 사회 모두 지식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식인을 존중해야 하며 지식과 지식인을 존중하는 우량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인재를 알아보는 혜안으로, 인재를 쓸 줄 아는 담력과 식견으로, 인재를 포용하는 아량으로, 인재를 모으는 처방으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쓰는 길을 넓게 열고, 각 방면의 지식인을 규합하고 천하의 영재를 모아서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 사회가 새로운 시각으로 지식과 지식인을 대하고, 특히 이를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기 위해서 당정영도간부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지식인과의 소통을 잘하고, 지식인의 진실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인을 충분히 신뢰하고, 중요한 업무와 중대 정책결정에서 지식인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청취해야 한다며 사업 작풍의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시진핑은 지식인들에게도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지식인들에게 자각적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의 모범을 실천하고 국가최고, 민족최고, 인민최고를 견지하고, 줄곧 가슴에 큰 그림(大局)을 그리고, 마음속에 큰 자아를 가지고, 줄곧 바른 길(正道)을 견지하고, 진리를 추구하고, 자신으로부터 시작하고, 현재로부터 시작하고, 일상생활로부터 시작해서 몸소 실천하여(身體力行) 전 사회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따르도록 선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가를 민족이나 인민보다 우선시하고 지식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사회주의 가치관을 전파, 확산하는데 일조하라는 요구이다. 지식인들에게 일종의 국가우선주의, 국가주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인들은 적극적으로 혁신과 발전 실천에 투신(投身)하고, 국가가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고, 국가가 초조해하는 것에 초조해하고, 경제 경쟁력의 핵심 관건, 사회 발전의 병목현상, 국가 안전의 중대한 도전 등을 중심에 놓고, 지식의 축적을 끊임없이 증가시키고, 혁신의식(創新意識)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혁신능력(創新能力)을 끊임없이 높이고, 혁신의 높은 봉우리에 끊임없이 올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시진핑은 지식인들에게 지식인들이 지식의 무한 역량 강화에 힘써 나서는 동시에 특히 국가를 생각하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에서 지식인들에게 진리 탐구나 학술 발전 보다는 국가주의를 철저하게 체현하고 실천하라는 것을 다시 요구한 셈이다. 특히 국가가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고 국가가 근심하는 것을 근심하라는 요구는 지식인이 반드시 국가의 방향과 보조를 맞추어 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른바 나란히 한 곳을 보는 생각(看齊意識)’을 갖춰야 함을 제시했다. 이러한 언술은 이미 지난 1945년 당 7차 대회 예비회의에서 마오쩌둥이 했던 말과 유사하다. 당시 마오쩌둥은 모든 생각을 당중앙의 생각에 맞추라고 요구했다. 시진핑은 이러한 의식을 국가를 위해서 맞춰야한다고 지식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치에서 당과 지식인의 관계는 계급적인 속성, 정체성, 기능 및 역할과 관련하여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또한 지식의 필요성에 못지않게 지식인에 대한 경계의 시각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지식이 사회생산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는 지금, 지식인을 늘 개조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는 계급적 시각만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처한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마오쩌둥이 경계했던 계급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들을 당의 중심세력으로 착근시키기 위한 명분과 근거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일정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진핑은 오랜 시간 당이 지식인을 중시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 자신 지식청년의 일원으로 하방의 경험을 갖고 있다. 개인적인 지식과 지식인의 선호가 당과 국가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인식 전환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제 다시 지식과 지식인에 대한 새로운 개념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진핑이 지식과 지식인을 이번 양회를 통해서 매우 높은 톤으로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진핑의 말대로 지식인이 국가의 보귀한 재부(國家的寶貴財富)’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식인에 대한 정체성을 의심해오던 오랜 관행과도 이별해야 하고, 이들을 반드시 중시해야 하는 사회적 합의명분도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이들 작업도 사실 지식인의 몫이다. 이런 차원에서 당의 움직임과 함께 지식의 주체와 개조의 대상으로서 이들의 향후 움직임 또한 주목된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book.kongfz.com/item_pic_17345_26826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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