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지난 1월, 대만의 16대 총통 선거가 라이칭더가 이끄는 민진당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선거를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시작된 지지율 조사에서 라이칭더의 당선 가능성이 대체로 더 높게 나왔다. 한때 민진당의 라이칭더와 국민당의 허우유이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접전을 예견하는 듯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라이칭더가 당선되며 민진당은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세 번 연속으로 집권을 하게 된 정당이 되었다.
지난 총통 선거 과정을 돌아보면 양안관계는 언제나 핵심 화두 중 하나였다. 국민당은 중국과 마찰을 빚는 민진당을 향해 양안 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었으며, 반대로 민진당은 중국과 교류를 확대하려는 국민당을 두고 대만을 중국에 종속시키려 한다고 비판하였다. 갈등은 정당 간 관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타이베이시의 이장(里長)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일이 논란이 되며 이를 주관한 여행사 등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중국이 위성을 발사한 것을 두고 ‘미사일 경보’를 발령했던 군은 중국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여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마잉주 전 총통은 선거를 이틀 앞두고 ‘시진핑을 믿어야 한다’는 논란의 발언을 해 한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림 1.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대만의 현직, 퇴직 이장들을 중국으로 초청하였다.
이들이 5박 6일을 체류하는 동안 사용한 비용은 1만 대만 달러, 우리나라 돈 40만 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중국 여행은 선거를 앞두고 큰 논쟁을 일으켰다.
새롭게 출범한 라이칭더 정부는 향후 중국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의 대만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본고는 오늘날의 양안관계, 더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대만 정책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도록 한다.
1. 민진당은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국민당과 민진당을 ‘통일을 추구하는 정당’과 ‘독립을 추구하는 정당’으로 구분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만에서 통일과 독립을 기준으로 두 정당을 구분하는 것은 대만 정치와 사회를 과도하게 평면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양안관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주권·독립·자주의 대만 공화국을 건설한다(建立主權獨立自主的台灣共和國)”1)는 민진당의 강령 1조 1항에서 알 수 있듯, 민진당은 본질적으로 중화민국보다는 대만 본토성을 중시하는 정당이다. 하지만 당의 강령에 위와 같은 내용이 있다고 해서 집권 여당으로서의 민진당이 대만의 법적인 독립을 추구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또한 대만 국민들의 대다수는 독립과 같은 급격한 정세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선거연구센터에서 매년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82.6%의 사람들이 통일과 독립 같은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현상 유지를 원한다. 대만이 선거를 통해 총통과 입법위원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어떠한 정당도 집권 여당이 되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혹은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통일과 독립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더 정확히 말한다면 민진당은 법적인 독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아래는 차이잉원이 제14대, 15대 중화민국 총통으로 취임하면서 했던 연설의 일부이다.
저는 양안 간 대화와 소통에 대한 현재의 메커니즘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중략...) 1992년 이후 20여 년간 양측이 교류와 협상을 통해 쌓아온 성과를 양안 모두 소중히 여기고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의 사실과 정치에 기초하여 양안 관계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중화민국의 헌법, 양안인민관계조례 및 기타 관련 법규에 따라 양안문제를 처리할 것입니다. 양안의 두 집권당은 역사의 짐을 내려놓고 양안 국민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2)
우리는 중화민국의 헌법과 양안인민관계조례에 의거하여 양안 문제를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일관된 입장입니다. (... 중략...) 양측은 대립과 갈등의 확대를 피하고 장기적인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원칙과 문제 해결에 대한 열린 자세를 견지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양안의 지도자들이 책임을 지고 양안 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함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3)
그림 2.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선거연구센터(國立政治大學 選舉研究中心)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
위의 파란색은 “영원한 현상유지”, 검은색은 “우선 현상유지, 나중에 결정”
초록색은 “독립을 지향하나 우선은 현상유지”를 의미한다.
위 연설을 살펴보면 어떠한 부분에서도 민진당이 중국과의 관계를 아예 단절하고 법적인 대만 독립을 추구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누가 했던 말인지를 인지하지 않고 읽는다면 국민당의 한 정치인이 했다고 해도 그리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국민의 절대다수가 현상 유지를 원하는 이상 어느 정당이 되든 급격한 변화(그것이 독립이든, 통일이든)가 발생할 확률은 적다.
통일과 독립이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현상 유지의 영속화’이다. 민진당 정부 입장에서는 굳이 법적인 독립을 추진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상기하였듯 대만의 선거 제도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급진적 노선을 택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대만은 국가의 모든 요소를 갖춘 독립된 국가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은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필요성이 없다”라고 선언하며 법적인 의미의 통일과 선을 긋는 한편, ‘탈중국화(去中國化)’를 통해 사회, 문화, 교육 측면에서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있다. 여기에는 대만이 중국과 통일될 가능성을 낮추고 현상 유지를 영속화 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따라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말보다는 ‘현상 유지의 영속화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말이 오늘날의 민진당을 더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민진당의 현상 유지 영속화 시도는 은밀한 방식의 독립 추구와 다름없다. 이는 중국 정부가 대만과 관련하여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 정부가 통일과 관련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대만이 독립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양안의 분리가 영속화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가 되었다.
2. 중국 정부의 對 대만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그렇다면, 양안 분리를 영원히 유지하고 통일을 무기한 연기하는 대만의 ‘지연 전술’에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변화의 시각에서 시진핑 시기의 대만 정책과 이전의 정책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9년 국부천대(國府遷臺) 이후부터 전개된 중국의 대만 정책은 몇 차례의 기조 변화를 겪었다.
초창기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갈라진 이후, 중국은 ‘국민당 당국에게 희망을 거는(寄希望于台湾当局)’ 방식을 기조로 하여 對 대만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을 강력히 반대하며 무엇보다 통일을 원한다는 점에서만큼은 공산당과 같았다. 진먼 포격전과 같은 몇 차례의 대만해협 위기가 있었음에도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 정권과의 평화회담을 지속적으로 추구한 이유는 공산당 또한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 시기에 이르러서는 대만과의 평화통일전략을 공식화했으며 1979년부터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해방(解放)’ 용어 대신 ‘해결(解决)’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중국은 국민당과의 합의를 통해 통일을 평화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0년 제10대 총통 선거에서 천수이볜이 이끄는 민진당이 승리하면서 중국은 ‘국민당 정권에 희망을 거는’ 지침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국 정부는 대만 당국 대신 ‘대만 국민에게 희망을 거는(寄希望于台湾当局人民)’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하는데 이는 2005년 후진타오가 발표한 ‘4개항 원칙(胡四點)’ 속 “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거는 방침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寄希望於台灣人民的方針絕不改變)”라는 조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만의 마잉주 총통 시기에 이르러서는 양안경제합작구조협정(ECFA)이 체결되며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더 가까워진다. ECFA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이 대만에게 일정 정도 이익을 양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만에게 많은 이득을 안겨주어 대만 국민들이 자국과의 통일을 환영하도록 만들려는 중국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희망과는 달리 양안 간 교류나 협력 정책들은 대만 국민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대만 본토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많아져만 갔고 중국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반감 또한 높아졌다. 이는 결국 2014년 해바라기 운동과 2016년 차이잉원의 당선에 따른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상황을 목격한 중국은 대만 국민에게 희망을 거는 방침의 실효성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통일의 실현이 대만 당국에 달린 것도, 대만 국민들에게 달린 것도 아니라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즉, 중국은 중국 본토에 희망을 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4)
이는 시진핑의 연설에서도 드러난다. 2015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설에서 시진핑은 “양안관계 해결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조국 대륙의 발전과 진보이다.(祖国大陆发展进步是决定两岸关系走向的关键因素)”라고 말했는데 이는 상기한 정책 기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과거 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거는 방침 하에서 중국은 대만에 강경한 정책을 실시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對 대만 전략이 대만 국내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반면, 중국 본토에 희망을 두는 전략은 중국의 대만 정책이 대만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을 의미하며 과거보다 더 강경한 정책들이 등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대만인들이 통일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중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통일이나 양안관계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대만과의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는 점점 더 작아졌다. 현 대만 정책 기조 하에서 전체적인 판을 짜는 주체는 중국 자신이다.
쩡위전(曾于蓁)이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실시한 연구들은 시진핑 시기 대만 정책의 변화를 보여준다. 후진타오 시기 중국 당국은 많은 경제적 이득을 대만 국민들에게 안겨주는 방식으로 대만인들의 호감을 사려 했다.5) 한편, 시진핑 시기에는 대만의 청년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창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더해졌다.6) 여기에 더해 중국 국영기업에 대만인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 스포츠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전에는 상대의 연고지인 어웨이(Away)에서 정책을 시행한 것이었다면 시진핑 시기에는 자국인 홈(Home)을 중심으로 정책 전개 방식이 변화한 셈이다.
3. 양안 간의 전쟁은 일어날까?
그렇다면 전쟁의 위험성은 얼마나 될까?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중국이 곧 있으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특히 20차 당대회 때 “무력 사용 포기 약속을 하지 않는다”는 시진핑의 발언은 이와 같은 추측에 불을 지폈다. 전쟁 발발 시기에 대한 예측들도 매우 구체적이다. 일례로 대만 외교부 장관 우자오셰(吳釗燮)는 21차 당대회가 열리는 2027년을 기준으로 대만 침공시간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양안관계는 대만과 중국 양자 간의 관계를 넘어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中華民族偉大復興)이라는 중국공산당의 국내 대전략과 미중 간 전략경쟁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구도와도 연관 지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7) 현재 중국이 전면적 현대화를 이루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최우선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현재 시진핑의 영도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정책들은 위 목표들을 향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중국공산당 자신도 이 목표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통일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목표보다 우선할 수 없다. “중국 본토의 현대화 진전이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데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후진타오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대만 통일은 중국의 전략적 목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가 되어야 하며8)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미루어 본다면 대만이 급진적인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거나 혹은 중국 국내에서 기존의 노선에 영향을 줄 만큼의 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중국의 대만 침공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간표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겠다.
“중국의 대만 통일 시간표는 존재한다. 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한 2049년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시간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중국 국내 상황, 중국-대만 관계, 중국-미국-대만 관계에 달려있다.”
김명준 _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1) https://www.dpp.org.tw/upload/download/%E9%BB%A8%E7%B6%B1.pdf
2) “中華民國第14任總統蔡英文女士就職演說”, https://www.mac.gov.tw/News_Content.aspx?n=106241E966C563C0&sms=949FB8518BAC220E&s=995E17A883743E06
3) 第十五任總統暨副總統就職專輯, https://www.president.gov.tw/Page/586
4) Qiang Xin, “Having much in common? Changes and Continuity in Beijing’s Taiwan Policy.” Pacific Review, Vol.34, No.6(2021), pp.926-945.
5) 曾于蓁, 「大陸對臺農漁採購政策變化:『契作』機 制及其效果」,問題與研究, 第54卷 第1期(2015年 3 月), 95-128頁.
6) 曾于蓁, 「統戰的制度場域:青創 基地與臺青的利益連結」, 國家發展研究, 第18卷 第1期(2018年 12 月), 111-146頁.
7) 王信賢, 「鑲嵌在中國兩個大局的兩岸關係:習近平時期中共對台政策解析」, 載於吳玉山、寇健文、王信賢主編, 『一個人或一個時代:習近平執政十週年的檢視』:333-360, 台北:五南, 2022, 356頁.
8) Qiang Xin, 앞의 글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https://news.ltn.com.tw/news/politics/paper/1618892
그림 2. https://esc.nccu.edu.tw/PageDoc/Detail?fid=7805&id=6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