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우리는 TV를 통해 아프리카의 굶주린 영유아나 국내의 불우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를 위한 모금 광고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현재 사회단체 중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자선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의 발로라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자선모금활동은 동서양을 막론하여 유구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선행을 권하는 것과 행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한 도덕적 의무이며, 이는 중국의 전통적 유교, 도교, 불교 사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한 연구자는 “선행을 권하는 것과 선행을 행하는 것은 중국 사회의 제일 기본적인 도덕규율이며, 선행을 하면 복이 오고 악한 짓을 하면 재앙이 찾아온다는 것은 진왕조 시기의 유가사상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평상시 “적선(積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선을 쌓는다”는 의미인데, 이는 선을 행함으로써 종국에는 자신이 복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중국의 전통적 자선사상을 보면 “복을 기원하고 재앙을 피하도록 하는 사상”이 있다. 유교에서는 “선을 행하는 것은 백 가지 복을 내려다 주고 선을 행하지 않으면 백 가지 재앙을 내린다”고 했으며, 불교의 “인과응보”, 도교의 “천인감응” 등 다양한 자선전통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선행을 통해 자신이 복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행은 자신이 복을 받기 위해서라고 하는 다분히 공리적인 색채를 띠기도 한다.
명청시기 지역사회에서 민간 엘리트를 중심으로 조직적이며 지속적으로 전개된 자선활동이 있다면, 그것은 ‘선회(善會)’·‘선당(善堂)’일 것이다. 자선활동의 종류에 따라, 고아를 양육하기 위한 육영당, 수절하는 과부를 위한 청절당(淸節堂), 병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의국·시약국, 타지에서 사망한 동향인을 매장하기 위한 공동묘지 운영(의총), 불교의 교리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을 방생하기 위한 방생회, 도시지역 난민수용소(서류소)와 죽 배급소(죽창)의 운영 등 다양한데, 일부 선회·선당은 복합적인 자선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 엘리트로서 사회적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상 엘리트 자신의 장래를 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그들의 현재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자선사업은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자연재해와 같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의 자선활동이 요구되었다. 예컨대 1876~1877년 화북지역에서 대규모 가뭄으로 인해 약1천만 명이 아사한 ‘정무기황’-1876년 정축년, 1877년 무인년의 앞 글자를 따서 명명함-이 발생했을 때, 상해·소주 등 강남지역 엘리트를 중심으로 전개된 민간 구제활동(의진)은 해당 지역 선회·선당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계층과 전통·근대적 기업이 화북지역 재해구제를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엘리트가 돈을 기부하여 재해를 구제하는 선행은 빈부격차 등 사회적 모순을 줄이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강남지역 엘리트가 화북지역 재해구제를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할 때, ‘철루도(鐵淚圖;Tears from Iron)’-철인 즉 냉정한 사람이라도 이 그림을 보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목판 그림을 이용하여 사람의 ‘측은지심’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소주지역의 사가복이란 엘리트가 그린 ‘하남기황철루도’가 대표적이다.
위 목판 그림은 그중 일부인데, 첫 번째 그림을 보면 굶주린 사람들이 굶어죽은 시신을 먹으려는 장면이 보이는데, 처참한 기아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두 번째 그림의 정중앙의 세 인물이 네 글자로 된 펼침막을 들고 있는데, 정중앙부터 보면 “오곡풍등” 즉 오곡이 풍년이 들 것이다, 왼쪽은 “장원재상”으로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해 재상까지 오를 것이다, 오른쪽은 “선인시부”라 써져있는데 선인은 부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맨 오른쪽에 “다자다손”이란 깃발을 들고 있는 인물도 보이는데, 문자 그대로 선행으로 인하여 많은 자손을 얻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두 번째 그림 전체 설명 문구를 보면 “선사해낭, 제신석복”이라는 구절이 보일 것이다. “선사가 호주머니를 풀면, 여러 신들이 복을 내려주실 것이다”라는 뜻이다. 마지막 세 번째 그림에 “구인일명, 승조칠급부도”란 문구가 보일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면, 7층짜리 부도탑이 세워진다”는 뜻인데, 현세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면 천상의 장부에 그 선행이 기록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림은 공통적으로 선행의 결과 현세에서 자신과 자손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금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목판 그림을 통해 유교, 도교, 불교의 자선사상의 영향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조화로운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에서 자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권선과 자선의 역사적 전통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습과 중국문화 8】
김두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참고문헌
이원하이 지음, 김승일·이형준 옮김, 『청나라는 왜 멸망했는가?』, 경지출판사, 2018
Edgerton-Tarpley, Kathryn, Tears from iron: cultural responses to famine in nineteenth-century Chin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