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중국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봉쇄를 단행해도, 봉쇄를 해제해도 한중관계는 여전히 문제이다.
당초 중국 우한지역에서 코로나가 발발하고 전국적 추세로 확산되자 한국 정부는 중국의 고통에 공감을 표명하며 의료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우호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자 중국은 한국 여행객에 대해 먼저 강력한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그 이후로 한국과 중국은 왕래 없이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고, 중국의 강경한 국경 봉쇄정책은 세계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단행된 중국의 개방은 여전히 다른 문제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작년 10월, 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이 야심차게 확정된 이후에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를 표방했고, 완전한 국경 개방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말부터 중국의 강압적 방역과 봉쇄조치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중국 정부 정책 변화의 결정적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은 아직도 분분하다. 경제 회복이라는 현실적 필요와 성난 민심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의 변화된 인식과 판단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변화는 너무나 급작스러운 것이었고, 때문에 중국의 개방이 준비되지 않은 무계획적 조치라는 우려는 합리성을 갖는다. 더군다나 자국민이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준 중국 정부는 정작 상대국이 대처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가져오는 후폭풍을 이미 경험한 한국을 위시한 세계 다른 국가들이 중국인들의 입국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도, 준비도, 대책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발(發) 입국자에 대해 방역 강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한중간의 갈등은 봉쇄 시기와는 또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중국이 다시 한국에게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인 대상 단기 비자 발급 중단에 이어 추가로 경유 비자 면제까지 중단했다. 중국의 조치는 그간 중국 개방을 기다리고 준비해온 한국 기업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즉각적인 피해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중간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하는 치킨게임은 더 심화되고 있을 뿐이다. 한달 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재개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비자발급 제한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국도 중국에 대한 방역강화 조치를 연장했다.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고, 국민적 감정이 악화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관계 악화의 원인을 따져 물어야 한다. 문제는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일까? 현 사태를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양국 정부의 진지한 사명감에서 발로한 한치의 물러설 수 없는 불가피한 격돌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머릿 속에 다른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우려한다. 문제를 사이에 두고 양국 정부가 과연 잘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
한중이 지난 밀월관계를 끝내고 갈등 관계로 들어서게 된 원인과 이유에 대해서는 차고 넘치는 분석과 논의가 있다. 한국의 사드배치라는 가시적으로 명징하게 드러난 이유와 함께 미중 패권 경쟁 하에서의 구조적 요인, 중국의 경제적·기술적 성장에 따라 생성된 한중 간 경쟁과 긴장,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한국의 전환된 대중국 인식과 정책, 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만과 우려 등등이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서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은 국민적 정서와 인식일 것이다. 국민 정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표면적으로는 상대국을 겨냥하고 있으나 실제 자국의 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정부의 대중 정책과 중국 정부의 대한국 정책에는 자국 국민들의 인식과 여론이 투영되어 왔다. 국내 정치적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고, 혹은 정부의 정책적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의 갈등요인을 활용하는 국제정치에서의 전통적인 방식이 현재의 상황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간 소통에는 상대국의 국민에 대한 감정까지도 세심하게 배려되어야 한다.
이번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발빠른 방역 강화조치 시행에는 사드사태 시기 형성되어 코로나 이후 급증된 반중(反中) 정성와 초기 코로나 발발 당시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측면이 보인다. 중국 정부도 국내 민심을 의식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근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강압적인 봉쇄 그리고 갑작스러운 방역조치 완화로 인한 혼란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방역 실패와 시진핑 통치 능력은 격앙된 국민적 불만과 비판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입국한 중국 국민들이 제기한 불만과 불쾌감의 토로는 중국 정부가 강경하게 대변하고 대처해야만 하는 명분 있는 사안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중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복잡한 국내외적인 정치·경제적 요인들은 빠른 시일 안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어쩌면 이처럼 근거리에 위치한 양국이 숙명처럼 떠안고 가야하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문제들일 수도 있다.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은 소통에서의 세심함과 대처의 세련됨이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역조치 완화로 중국내 코로나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제공되지 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는 명분 있고 정당한 결단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소통을 위해서는 조치의 정당성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실제 실행과정에서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는 배려와 세심함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명분있는 조치를 실행하면서도 오히려 역공세를 당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관계가 더욱 어려워지는 이유는 ‘감정’이라는 것이 너무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과 경쟁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조치들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소모적 감정 싸움을 피해가는 것도 향후 건설적인 한중 관계를 위해 반드시 고민되어야 한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상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처구니없이 상대국이 활용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지혜이다. 중국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의 고민이 더욱 깊어져야 하는 때이다.
정주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www.163.com/dy/article/HQ9UJ0K80514BT3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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