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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9월호
모호한 중국에 대한 과감한 예단의 위험성 _ 조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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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国家网络身份认证 App

      

지난 7월 중국공산당은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3중전회)를 통해 시진핑 집권 이후 지속된 기존 정책을 앞으로 지속하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하지만 3중전회 직후 중국의 모습은 혼란스럽다.

  

83일 중국 국무원이 서비스 소비의 고품질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促进服务消费高质量发展的意见)을 공표했다. 이는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소비를 진작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목을 끈 것은 교육 분야이다. 3년 전인 2021년 학생들의 숙제와 가계의 사교육 부담을 감소한다는 목적으로 사실상 사교육을 전면 철폐한 쌍감(雙減)’ 조치를 뒤로 물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의견은 사회의 교육 기관이 대중의 요구에 맞춰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도록 추진한다고 서술했다. 이는 사교육에 대한 제한 조치의 완화로 받아들여졌다의견이 공표된 당일, 쌍감 조치 이후로 반의반 토막이 났던 신둥팡(新东方)’, ‘하오웨이라이(好未来)’ 등 대표적 사교육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사실 의견의 내용은 공식 교과과정 이외의 방과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학교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사교육이 다시 살아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 때문인지 며칠 급등하던 중국 사교육 기업들의 주가도 지금까지 연일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기존 정책에서 일정 정도 후퇴를 할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과 시진핑 정부도 국내외의 조건에 따라 어느 정도는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대조적으로 3중 전회가 끝난 다음 주인 726, 중국 공안부와 국가 네트워크·정보 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이 의견수렴을 위한 초안으로서 내놓은 국가 네트워크 신분 인증 공공 서비스 관리 방법(国家网络身份认证公共服务管理办法)은 시진핑 집권 이래로 강화된 사회통제가 더욱 심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방법의 요지는 인터넷 사용을 위한 별도의 개인별 신분 번호인 왕하오(网号)와 개인별 신분증인 왕정(网证)을 발급한다는 것이다방법」은 이것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며, 강제가 아니라 개인이 자원하여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왕하오와 왕정이 없이는 점점 인터넷 접속이 어려워질 것이고, 이미 강력한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인터넷 활동이 당국의 통제에 더욱 종속되리라 예상된다. 그렇다고 중국의 인터넷이 완벽하게 통제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강력한 단속 하에서 중국인들과 재중 외국인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어떻게든 사용하여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왕하오와 왕정의 효과도 당국의 목표가 다 관철될 수는 없다.

   

이처럼 3중전회 직후 짧은 기간 동안 드러나는 중국의 모습도 어느 한 방향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 분야에서는 상당한 조정을 할 수밖에 없지만,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는 그만큼의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정도가 그나마 잠정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일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와 사회의 중국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다양한 뉴미디어는 물론 기존 매체에서도 중국 경제의 몰락에 대한 확신이 넘쳐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이지만, 섣불리 붕괴나 몰락을 예고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83일에 발간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강력한 제재와 관세 부과에 대응하여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진정으로 글로벌화되고 있다(Chinese business goes global)’는 제목의 표제로 발간되었다. 서구로의 수출길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동남아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는 우려다. 중국 경제에 대한 잿빛 전망 속에서도 우리 온라인 시장의 종속을 우려할 만큼 중국 기업 테무알리가 한국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의 복잡다단한 측면을 보여준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40년을 훌쩍 넘긴 중국은 쉽게 예단하기에는 너무나 커진 데다가 국제질서, 세계경제와 강하게 연동되어 자신의 의지대로만 움직이기도 힘들다. 중국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아니더라도 모호함과 복잡성을 인정하지 않고 적국과 동맹, 평화와 전쟁 등으로 일도양단하는 과감한 예단은 과소평가와 과대평가를 널뛰기하면서 커다란 오판과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나의 명징한 규정과 대책이 결단력과 지혜로움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중국과 우리의 중국에 대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조형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사진 출처

https://www.sohu.com/a/803992146_11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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