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9월호
인쇄 닫기
<한중수교30주년: 국가이익에 기초한 전략의 재구성 필요> _ 안치영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축하보다는 걱정과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수교 30년간 이루어진 중국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위상 변화와 더불어 특히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이 대외적으로 성장한 위상에 부합하는 발언권을 요구하고, 내적으로는 외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체제를 재구성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 그 과정에서 미중 충돌이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도 협력요인보다 경쟁과 대립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우리가 익숙한 기존 세계 질서와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G2로의 부상, 중국과 우리 국력 차이와 비대칭의 확대에만 주목하고 한중관계의 발전으로 인한 우리의 국가이익과 전략적 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중30주년.jpg

사진 1.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8.24(수)에 서울과 베이징에서 

동시 개최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한중 수교와 국가이익을 위한 전략적 환경의 변화

 

한중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발전은 우리의 경제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중국은 2011년 이후 한중 교역액이 우리와 미국, 우리와 일본 교역액의 합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제1 교역 상대국이 되었다. 또한 중국은 북중관계와는 별개로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평화로운 주변 환경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한반도 평화 유지의 중요한 조건의 하나였다. 한중수교 30년간 우리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2007-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엄중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으며, 북핵 위기와 국지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유지해 왔다. 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발전이 그것을 위한 불가결한 요인의 하나였다.

 

그것은 한중관계의 발전이 우리의 경제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라는 우리의 핵심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냉전시기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미관계가 우리의 평화와 경제발전의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한중수교 이후 냉전시기 적대적이었던 한중관계의 전환이 더해져 우리의 안정적인 발전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했다. 그것은 한중수교가 우리의 국가이익의 실현을 위한 전략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평화와 발전을 위하여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모두 불가결하며 양자택일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한중 수교 30주년 즈음에 이러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한중관계의 비대칭성 확대와 경쟁의 심화가 하나라면 2018년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미중 충돌이 다른 하나이다.

 

 

한중 비대칭성의 심화 그러나 상호의존적 관계

 

한국과 중국의 GDP 차이가 1992년에 1.4배에 불과했지만 20209배로 확대되었고, 1992년 한국의 5.2%에 불과했던 중국의 1인당 GDP2020년에는 33.3%까지 급성장했다. 지난 10년간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인데 비해, 중국 무역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이다. 그것은 한중관계의 비대칭성이 확대되었고, 한중간의 역관계가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수교 직후 한중관계는 중국이 우리를 배우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는 단계를 넘어 많은 분야에서는 이미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한중관계의 그러한 급속한 변화가 우리에게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더군다나 G2 부상 이후 중국은 자신의 이익에 기초한 지구적 전략을 제기하고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국제질서의 새로운 규범 형성자가 되려고 하는 것도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와 담론의 변화라는 점에서 불편과 불안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일대일로의 제기나,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전랑(戰狼) 외교’, 새로운 천하 질서를 의미하는 인류 운명 공동체의 제기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안보 문제를 둘러싼 인식의 차이 상호 혐오의 증대도 양국 관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중관계 비대칭성의 심화나 중국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국 성장의 필연적 결과이다. 그것이 한중관계의 조정과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서 역사 시기의 종번관계나 조공체제를 연상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이다. 전근대적 질서와 근대적 질서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도 이미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하였으며, 한중관계가 우리의 발전뿐만 아니라 중국의 발전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였고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세안과 EU를 제외하면 미국과 일본에 이은 중국의 3대 교역국이다. 그것은 중국이 우리의 발전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도 중국의 발전에 중요한 동반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한중관계는 비대칭적이기는 하지만 상호의존적이다.

 

 

미중 충돌과 한중관계

 

2018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미중 충돌은 한중관계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미관계가 우리의 대외 관계를 규정하고, 한중관계도 미중 협력의 기초 위에서 발전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는 미중 충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전과 위기를 우리의 국가이익에 기초한 대외전략 수립과 위상 정립의 기회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혐중 정서에 편승하여 가치동맹과 중국위협론을 내세우면서 탈중국을 공공연하게 제기하기도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하다는 점에서 조정이 필요하지만, 한중관계는 시장과 상호 이익 기초하여 형성된 관계이다. 인위적인 조정은 심대한 이익의 침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국가이익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50년 전 닉슨의 중국방문과 남베트남의 패망 후 우리 선배들은 영원한 우방은 없고 영원한 이익이 있을 뿐인 국제관계의 냉혹한 현실을 이해하고 자주국방을 주창했다. 미중수교와 관계 개선도 미중 충돌도 모두 미국의 국가이익에 기초한 것이다. 우리의 국가이익과 미국의 이익은 다르다. 미중 충돌의 한중관계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한중관계를 한미동맹의 부속물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가이익에 기초하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이익에 기초한 전략의 재구성

 

시진핑 시기 중국은 자신감을 강조하는데, 정작 자신감이 절실한 것은 우리이다. 한미동맹이 없이는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었던 1950-60년대의 우리가 아님을 물론 열강의 침략을 받던 19세기 말 20세 초의 약소국은 더더욱 아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음은 물론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남북분단과 초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이 스스로 왜소하게 보게 하지만 우리는 충분하게 강해져 있다. 문제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에 부합하는 자신감과 국가전략의 부재이다.

 

세계 최빈국의 군대에 대항할 작전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자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한미동맹을 대외전략의 제1의 원칙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주객전도이다. 우리의 국가 위상에 부합하는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의 국가이익에 기초한 대외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한중관계는 물론 한미동맹도 그러한 대외전략의 원칙을 바탕으로 처리해야 한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원장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개최 상세보기|장관 외교활동 열린장관실 (mof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