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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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중국문제에서 해야 할 일들 _ 정주영

2022629(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새 전략개념(Strategy Concept)'2022 전략 독트린'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였다. 12년 만에 채택한 이번 전략개념에서 중국이 사실상 위협으로 최초 적시된 것이다. 이것은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중국의 관계가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 위협의 성격이 세계 체제의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나토 회의를 통해 그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이유로 미국 주도의 적대적 대중 정책 참여에 운신의 여지를 남겨두고자 했던 유럽국가들을 확실히 동참시키고, 한국과 일본 등 국가를 참여시켜 별도의 3자 정상회담까지 함으로써 중국에 대항적인 동맹 체제를 확고히 세워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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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2022년 6월 6일 <China Daily>에서 미국 비판.  "중국은 미국이 두렵지 않다

(China is not afraid of NATO)"는 문구와 함께 그림 게재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적대 정책을 공식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171218일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였다. 해당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고, 중국을 구체적으로 전략적 경쟁자로 적시하며 이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이후 201961,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port)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을 현 질서를 타파하려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묵인하고 드러내지 않았던 체제적 이질성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을 작은 나라에 돈을 빌려주고.. 잡아먹는포식자(predator)로 비유하고 미국은 이러한 환경에서 경쟁하고, 억제하고, 승리하기 위해서 치명적 군사력(lethal Joint force)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고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우방국에 포함시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명시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였음을 보여주었다.

 

현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 인식과 큰 틀에서의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단독 대응 구도하에서 억제력 확보를 위한 국방력 강화와 관세부과를 중심으로 하는 무역전쟁 전개 등의 전략을 구사한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와 인권 등 글로벌 규칙과 보편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동맹을 활용한다는 차이를 갖는다. 즉 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중국의 행태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변환(transformation)’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이 추구하는 질서는 반()자유적"이며, "중국의 전략적 판단을 바꾸겠다"는 발언의 내용들은 이러한 미국의 대중 전략을 확인시켜준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상이한 중국의 이질적 체제의 성격과 메커니즘은 중국의 현상 수용적 태도와 미래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간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중국의 권위주의는 그 특유의 탄력성(resilience authoritarianism), 제도화 그리고 현능정치(meritocracy)를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며 오히려 서구 자본주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던 세계 진보적 연구자들에게 정치적 상상의 영감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민주의 한계와 발전과 관련된 수많은 질문과 비판에서, 그리고 린쯔(Juan Linz)의 정치체제에 대한 이분법적 규정을 넘어 정치체제의 스펙트럼을 확대되고 세분화하는 권위주의 연구의 다양한 시도에서 중국 권위주의는 중요한 모델이고 사례로서 자리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의 강화는 중국 정치체제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그간의 기대감을 사장시켜 버렸다. 그것은 시진핑 장기 집권을 위한 제도적 파기의 과정에서, 홍콩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과정에서, 극단적이고 비인격적인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세계가 중국에게 보아버린 것들에 대한 결론이었다. 중국의 자유주의적 정치철학자 쉬지린(许纪霖)미국은 중국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렸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 세계가 중국의 이질성을 묵인했던 이유와 기대감이 상실된 지금, 중국에 대해 남은 것은 위협감이다. 그리고 세계가 중국 체제에 대해 느끼는 위협감은 중국의 힘이 막강해짐과 함께 더 커져가고 있다.

 

현재 한국도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와 관련한 근본적인 질문과 고찰을 절박하게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한국 내에서 논의되는 중국 문제는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간결하게 결정되는 차원이거나,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수교 이후 지난 30년 동안 한·중 관계는 체제나 가치의 문제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범주 안에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제 한·중 관계도 더 이상은 기존과 유사한 패턴으로 논의될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곡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이 변화했기 때문이며, 둘째, 중국에 대한 인식과 대응 전략이 글로벌 차원에서 변화했기 때문이다. 즉 가장 밑바탕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인식과 성격의 문제, 그리고 가장 상위의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구조적 차원의 문제가 동시에 우리에게 중국을 고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극단적인 반중 정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심각한 우려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각종 설문과 통계 자료들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특히 2021년에 시사IN에 발표된 자료에서 한국의 반중 정서는 일본과 북한을 넘어서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호감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쳤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한·MZ세대 청년들의 문화 소유권과 역사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혐오적 감정의 표출과 표현으로 한·중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 신임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대미 경사 경향이 보이면서 이에 대한 향후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와 방향에 대해 학계와 정계에서 다양한 이견의 제기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이를 옹호하는 주장이 뒤엉켜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개하고 있는 대중 억제 프레임에 한국이 부응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중국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국익 중심의 전략을 세워야 함을 주장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간 한·중 관계의 문제점과 중국의 체제적 문제를 비판하며 이에 대해 국익 중심의 교정 전략을 세워야 함을 주장한다. 모든 입장이 국익을 중심으로 해야함을 공통적으로 강변하지만 그 입장과 전략의 방향은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해법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되짚는 것이다. ‘중국이 어떠한 국가인가의 문제를 서구나 중국의 이념과 주장이 아닌, 우리의 가치와 시각으로 꼼꼼히 분석하고 규명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중국에 대한 감정과 인식이 사실에 근거하고 부합하는 정당한 것인가를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 이후 우리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미래에 대한 전략적 모색을 해야 한다. 많은 것들을 빠르게 결정해야 할 때 기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점검한다는 것이 때에 맞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결정된 방향이 관성의 힘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교정의 시기 또한 놓쳐서는 안되는 시간적 한계가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주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www.chinadaily.com.cn/a/202206/06/WS629d6c84a310fd2b29e60e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