쑹녠선 지음, 이지영,이원준 옮김, 『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_경계에서 본 동아시아 근대』
(원제: Making Borders in Modern East Asia: The Tumen River Demarcation, 1881-1919)
너머북스, 2022.4, 464쪽.
『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_경계에서 본 동아시아 근대』(원제: Making Borders in Modern East Asia: The Tumen River Demarcation, 1881-1919)는 전반부에서 수십 년에 걸친 두만강 경계 획정의 과정을 추적하고, 후반부에서는 두만강 너머 ‘간도’로 이주한 한국인과 토지를 두고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펼친 경쟁의 양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19세기 말부터 두만강 북안 일대로 이주한 한인이 증가하면서, 각국의 국가/비(非)국가 세력들이 이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어떻게 활동했는지, 그리고 그 목표는 무엇이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작성된 자료를 구사하면서 한‧중‧일 3국의 시점에서 이 문제를 복합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평소에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이 포함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지역을 ‘동북유라시아’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장해왔다(「作爲歷史中心的東北歐亞: 理解東北興衰的一種視覺」, 『開放時代』 2019年 第6期). 오랜 시간을 함께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통합된 역사 단위를 형성해온 이 지역을 민족국가 중심의 분절적 서사로는 온전히 설명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활발한 소통과 교류의 역사적 공간을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등장하는 민족국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자칫 충돌과 대립의 서사가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기 쉽다.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이 책에도 투영된다. 기존의 수많은 연구가 주로 두만강 북안의 영토 주권 문제에 집중했지만, 저자는 ‘국가’‧‘국민’‧‘국경’의 개념과 범주 그 자체가 형성된 역사적 과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두만강이다. 두만강이 ‘국경’으로 정해지는 과정, 그리고 두만강 북안 일대의 인민이 ‘국민’으로 편입되는 과정은 동아시아 근대 국민국가의 건설 과정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물자가 활발하게 이동하고 교류하는 ‘변경지대’였던 두만강은 이러한 ‘근대화’의 과정에서 단절하고 구분하는 ‘경계선’으로 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둔 교류와 소통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인 의도이다.
민족국가 중심의 역사 서사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동아시아’를 하나의 역사적 단위로 삼아 민족국가의 경계를 초월하는 새로운 역사상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도 그만큼 오래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연구자는 많지만, 이를 구체적인 역사 연구에 효과적으로 녹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이다. 동아시아 안에서의 외교, 무역, 교류, 이동 등 다양한 상호작용의 역사상이 이미 그려졌고, 여러 주제에 대한 비교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이 또한 여전히 ‘국가’라는 단위를 초월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두만강과 두만강 북안이라는 일정한 공간을 설정하고, 이 공간에서 작동한 다양한 주체와 변수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국가/비국가 주체들의 행위가 하나의 공간에서 어떻게 서로 경쟁하며 충돌했는지 밝혀냄으로써, 민족국가를 초월한 대안적 역사 연구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만하다. 근래에 우리말로 번역된 저자의 또 다른 저서(쑹녠선 지음, 김승욱 옮김,『동아시아를 발견하다: 임진왜란으로 시작된 한중일의 현대』, 역사비평사, 2020)도 통합적 역사 단위로서의 동아시아를 그려내고자 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옮긴이 서문
들어가며: 사라진 비석과 실체가 불분명한 강
동아시아의 역사적 공간
다변적 로컬
지역적 차원의 로컬
지구적 차원의 로컬
1장 경계를 넘다: 두만강 지역의 사회생태학
두만강 지역: 청의 동북 대 조선의 동북
청과 조선의 초기 협상
위기의 동아시아, 연계망 속의 두만강
2장 왕조의 지리학: 경계 획정의 수사
국경회담 이전의 지리 지식
감계: 의례적 경쟁
청 국경 형성의 연계망
국경지대의 지도 제작
왕조의 변경 지리학: 이중하와 오대징
3장 간도 만들기: 경계를 넘나드는 사회의 유동성
간도의 형성
토지소유권, 생산 관계, 민족 관계 그리고 교역
토비: 국가와 사회의 사이
4장 변경 길들이기: 국가권력의 침투와 국제법
청: 내지화와 귀화
러시아: 철도 식민주의와 공동행정구역
한국: 군사화와 영토화
일본: 아시아를 선도하고 만주를 정복하고 한인을 ‘보호’하다
국제법의 도래: 새로운 담론
5장 다시 정의된 경계: 다층적 경쟁
국가·비국가 행위자들의 경쟁
간도협약을 향하여: 갈등의 세 가지 층위
공간적 상상: 나이토 코난, 송교인 그리고 신채호
6장 다시 정의된 인민: 연변과 정체성의 정치학
연변 사회: 새로운 발전
일본인이 된다는 것: 식민지의 경제와 정치
중국인이 된다는 것: 한인의 수용과 배제
한국인이 된다는 것: 한국 너머의 민족 정치학
맺으며: 우리 땅, 우리 민족
목극등비의 실종과 만주의 변화
한국계 중국인의 정체성
다시 그어진 경계
경계와 역사
에필로그: 영화 <두만강>
감사의 말
참고문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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