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0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최초의 코로나 감염사례가 보고된 이후 2년 여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2년 동안의 시간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국가 통치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인류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국가’란 무엇이고, ‘국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으며 변화가 요구되었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변화에 대한 선택은 상이했다. 중국은 코로나 발병국이기도 했으나 당시 중국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행보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중국의 ‘체르노빌’로 비견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선택한 것은 더욱 강한 권위주의적 통치와 관리였다. 코로나의 위험성을 폭로했던 젊은 의사들과 정부의 정보 은폐 및 일방적 봉쇄조치에 항의하던 시민들의 목소리는 폭력적으로 봉압되었고, 중앙집권적이고 총체적인 방역 체계하에서 강력한 사회통제와 방역이 동시에 전개되었다. 사실 방역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구사했던 전략은 단순했으나 정치는 복잡했다. 시민사회의 저항과 정부 시책에 대한 비판, 미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서 코로나를 빌미로 한 더욱 혹독해진 국제사회의 중국 비난과 책임론의 제기, 초기 대응 실패를 통해 드러난 국가 제도와 관료 시스템의 문제, 코로나로 인한 국가 경제의 위기 등 코로나 국면의 전환 과정에서 정치는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그러나 복잡한 코로나 방역과정의 정치적 결과는 결국 중국 권위주의의 강화로 귀결되었다. 초기 국가 시책에 대한 비판과 저항은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 우선론으로 대체되었고, 중국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요구하는 국제적 비난이 가열화되자 이에 맞선 민족주의가 국가의 파수꾼으로 전면에 나섰다.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한 개인의 이동과 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가 자연스럽게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중국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사적 생활에 대한 제도적, 기술적 통제와 관리를 더욱 촘촘하고 강력하게 구축해나갔다. 그리고 방역을 위해 중앙정부에서 지방 정부 기구까지 위계적으로 재정비된 정부 시스템과 더욱 공고화된 격자망식 사회 관리 시스템은 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 통치할 수 있는 기동력과 힘을 갖도록 했다. 무엇보다 국가의 권위주의적 통제에 대한 정당성 확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발병국인 중국이 가장 빠르게 방역에 성공하고, 경제를 회복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성과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를 통해 구축된 보다 견고하고 강화된 국가 관리 시스템, 국가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하에서 획득된 국가 개입에 대한 국민적 수용과 복종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국제 사회의 중국 비난과 공격으로 더욱 활성화된 중국 민족주의는 시진핑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다져진 국가 통치력의 기반 위에서 중국 공산당은 올해 19기 6중전회를 기점으로 “사회주의”의 이념적 깃발을 치켜세우고, 중국 민족주의자들과 국가 시스템에 순응적인 대중들이 그 깃발 아래 모여들었다. 이로써 중국의 권위주의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중국적 맥락에서의 사회주의적 가치와 이념의 기준으로 중국 사회를 다시 재구성하고 있으며, 그간 제한적이나마 시도되었던 ‘민주’의 실험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권위주의는 그 탄력성과 효율성으로 높이 평가되었으며, 개혁개방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추대되었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시스템은 다른 국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모델로서 검토되었으며, 비교정치영역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었다. 서구식의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수용하지는 않지만, 권력 승계의 제도화와 당내·기층 민주에 대한 실험들은 전통 권위주의와는 차별화된 중국식 권위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의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총서기의 재집권을 준비하며 사회주의적 이념과 강력한 국가 통제 체제하에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해가고 있는 중국은 그간 구축해왔던 민주가 개입할 수 있는 새로운 권위주의 형성의 기대를 완전히 거세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년을 돌아보며 이러한 변화가 권위주의에 불필요한 요소들을 걸러내는 ‘코로나 방역’이라는 여과지를 거치며 더 용이해지고 빨라질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역전쟁으로 시작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치 경쟁으로 확장되면서 중국의 권위주의는 더욱 중요한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비민주성을 성토하는 결정적인 자리로 준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12월 9일부터 10일 양일간 개최하면서 그 자리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을 초청했다. ‘민주’를 의제로 하는 국제사회의 중국 비판이 노골화됨에 따라 중국도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반중(反中) 파벌조성, 세계 분열책동으로 비판하는 한편, 12월 4일 온·오프라인으로 ‘민주: 전 인류의 공통 가치’라는 주제의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중국적 민주>를 제목으로 하는 백서를 발표했다. 회의와 백서의 주된 내용은 민주라는 가치를 특정 국가가 전유할 수 없으며, 민주의 모델이 다양하고, 중국의 인민민주 모델이 우월하다는 것이다. 유사한 내용으로 중국 런민대(人民大) 충양(重陽)금융연구원은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10가지 질문(Summit for Democracy driven by The US is full of Hypocrisy)”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국 민주주의의 가치, 제도, 효과에 대해 비판과 함께 중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변하였다. 또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다음 날인 12월 20일, 중국은 홍콩 민주주의 발전을 내용으로 하는 백서 ‘일국양제(一國兩制)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을 발간했다. 백서는 영국 통치 시기의 홍콩의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주권 회복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중국이 주장하는 중국 민주의 우월성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전망과 공산당의 일당 독재 강화 및 국가의 사회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 인권침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2022년 중국의 정치·경제·외교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예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보다 강화된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예견에 대해서는 다른 이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2022년은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의 20차 당대회가 개최되는 해로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의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국가 통제와 사회주의 이념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통해 강화된 중국 권위주의가 또 다른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주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