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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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도시철도 첫 구간 개통과 일대일로의 명암 _ 심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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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하노이 도시철도 깟링-하동선 인도(引渡)(20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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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코로나 19 확산 우려에도 15일간 진행된 무료 시승 체험을 위해 몰려든 승객


10년간의 시공, 12번의 약속 파기
하노이 도시철도 2A선 깟링-하동(Cát Linh-Hà Đông) 구간 개통


코로나 19와 함께 살기(sống chung với Covid-19)’로의 방역정책 전환을 통해 조심스럽게 일상생활 복귀를 추진하고 있던 베트남 정부는 지난 11월 초 도시철도 2A선 깟링-하동 구간의 공식운행을 시작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강조되는 베트남 상황을 감안할 때, 밀집도가 높은 새로운 다중 교통수단을 15일간의 무료 시승체험 행사까지 펼치며 개통하겠다는 발표는 방역에 대한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만큼 도시철도 노선 개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국가의 정치경제적 압박감의 표현이었다.

베트남의 첫 도시철도 노선 개통은 도시 기반시설(urban infrastructure)를 확충하려는 오랜 열망과 정치적 노력이 비로소 현실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도 하노이와 그 주변 도시의 인구가 급증하여 “2020년에는 약 5백만명에 이를 것을 예상했던(공식통계에 따르면 인접한 하떠이 Hà Tây 성만을 2008년 합병한 하노이의 인구는 2019년에 이미 8백만을 넘었다) -국가가 1990년대 말 수도 일반계획 조정안 2020’(Số 108/1998/QĐ-TTg)을 세우면서 위성 도시를 잇는 5개의 도시철도 노선계획을 포함시켰던 것이 도시철도 건설사업의 정치적 기원이다. 그후 사업 타당성과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베트남 도시철도 역사의 서막을 열며 첫 개통된 하노이(중심가인 동다-Đống đa-구의 깟링)와 하동(2008년까지는 하떠이성의 성도)을 잇는 2A 노선은 가장 근접한 수도권 중심 도시이지만 상호 연결 도로의 확장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시범노선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본격적인 노선에 대한 연구조사 및 설계는 2000년대 초 중국 중철6(中铁六局)’이 맡았고, 20085월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정부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제공받아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본 협정에 서명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하였다(Báo Chính phủ 20191014).

베트남 수도에서 중국의 ODA를 통해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원조문제로 급격히 악화되었던 베-중관계(심주형 2020)의 유산에서 벗어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말 동해/남중국해영유권 분쟁지역에 중국이 싼사시(三沙市; 베트남명 땀사 Tam Sa)를 행정구역으로 설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촉발되었던 대규모 반중시위 사태의 여파로부터 당국이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마찰은 이번에도 반복되고 말았다. 깟링-하노이 구간 도시철도 사업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첫 삽을 뜨게 된 2011년에는 다시금 동해/남중국해영유권 문제로 하노이에서 지식인과 청년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중시위가 3달여 동안 지속되었다. 반중여론이 여느 때 보다 고조된 베트남 사회분위기 속에서, 도시철도 건설 착공식 날짜를 중화민국의 국경일인 쌍십절에 맞춰 개최한 것은 양국관계의 비대칭성과 긴장관계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에 다름 아니었다.

당초 도시철도 2A선은 2015년 완공과 운행이 예고되어 있었지만(Quỳnh Anh 20111010), 20149월 하노이 시위원장의 현장점검에서 공사 진척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 20216월까지 무려 12차례 완공과 운행 약속이 파기되는 기록을 세웠다. 2021년 중에만 해도 1월에 개최된 베트남 제13차 당대회 이전 개통약속이 깨진 것을 시작으로 6월까지 무려 4차례나 개통약속이 파기되었는데, 수년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은 하노이 시정부와 베트남 당-국가가 중국측에 무시당하고 있거나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강화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시공기간 10년을 채우고 6년의 기다림 속에서 12번의 약속파기를 경험했던 베트남인들은 116일 공식 운행과 무료 시승체험 행사가 실제로 시작되어서야 비로소 도로 위로 펼쳐진 13km의 교각과 철로를 통해 12개역을 연결하는 도시철도가 수도 하노이의 일상생활 경관을 바꾸어 갈 수 있음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인프라스트럭처의 정치(Politics of Infrastructure)
: 일대일로(Belt Road Initiative; BRI)와 양질의 인프라 파트너십(Partnership for Quality Infrastructure; P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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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기해년 봄 호찌밍시 도시철도 1호선 벤타잉(Bến Thanh)-수오이띠엔(Suối Tiên) 
공사재개식 행사 장면 (2019212)
 
지난 20194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2차 국제협력을 위한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맞춰(관행중국 20197월호 기사 참조), 중국은 하노이 도시철도 깟링-하동 노선 ODA 건설사업을 베트남에서 진행한 일대일로 사업의 성공적 사례로 홍보하였다(China Radio International 2019426). ‘중철6의 하노이 도시철도 건설사업 책임자는 홍보영상 인터뷰에서 도시철도 준공이 베트남과 중국의 우의관계 상징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철도기술이 세계로 진출하는 명시적인 표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관점은 그가 확신했던 인도와 개통의 실제 일정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였다.

더디게 진행된 도시철도 건설 기간 중 발생한 인명과 재산피해 사고들은 베트남인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완공이 지연되며 지속된 교통체증과 개통이 연달아 미뤄지며 황폐화되고 우범지역화 된 역사(驛舍)들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안전을 위협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국가의 관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 당시 교통운송부 장관을 맡고 있던 딩라탕(Đinh La Thăng)은 도시철도 운행차량 13대를 중국으로부터 구매하면서, “중국측 계약자가 (능력이)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다”(BBC Vietnamese 2015610)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의 기저에는 베트남이 중국에서 제공받은 ODA의 계약조건이 자리하고 있었다. 중국은 일대일로 ODA 조건으로 베트남이 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사업에서 활용되는 이른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설계 조달 시공 일괄 입찰방식) 계약을 중국기업과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 중국이 설계와 시공, 운행을 위한 기술 및 인력 양성까지 모두 마친 후 베트남에 인도하기 전까지 베트남 정부가 사실상 개입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할 권리가 없었다. 깟링-하동 도시철도의 경우 완공, 인도, 운행 일정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추가 비용과 더불어 중국 ODA의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 까지도 온전히 베트남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되었다.

상대적으로 뒤쳐진 인프라스트럭처 경쟁력을 빠르게 제고하고자 하는 베트남의 정치적 욕망에도 불구하고 공적 재정의 한계는 ODA를 통한 투자방식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ODA는 깟링-하동 도시철도 건설사업 경험처럼 정치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여론의 압박까지도 감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에 충분했다.

현재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도시철도는 모두 8개 노선 10개의 지선에 대한 건설계획이 수립되어 있고, 개통된 깟링-하동(2A 노선)외에 3호선 뇬(Nhổn)-하노이 역 구간이 프랑스와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ADB)ODA를 통해 건설 중에 있다. 하노이 도시철도 3호선의 경우에도 번번히 공사일정이 연장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깟링-하노이 노선보다는 최소한 여론으로부터의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 특별히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2011년 하노이의 깟링-하노이 도시철도 노선이 착공된 이후, 2012년에는 남부 호찌밍시의 도시철도 1호선 벤타잉-수오이띠엔 구간 건설이 시작되었다. 호찌밍시의 도시철도 건설 사업은 중국이 아닌 일본의 ODA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베트남의 ODA 유치 다각화 시도를 보여준다. 또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원조를 통해 중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은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자, 2015년 곧바로 양질의 인프라 파트너십캠페인으로 대응하였다(Do and Hoang, 2021).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그 범위와 대상국가 규모에서 일본의 양질의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십 캠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동남아지역 국가들, 특히 베트남에서는 일본의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의 사업 수와 액수가 모두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99월 베트남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자 했던 남북고속철도 8개구간에 대한 BOT(Build-Operate-Transfer) 모델 건설사업에 대한 취소를 발표한 가장 심각한 이유중의 하나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절반이상의 기업이 중국 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는 해석은(Le 2019108), 결국 인프라스트럭처의 정치가 정치경제적 안보와 독립성에 민감성을 부여하고 사업주체에 대한 집단기억과 여론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인프라스트럭처 열병과 사회문화적 접근의 필요성
 
2017년을 기준으로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국가들 중 국민총생산대비 가장 많은 비용을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에 사용하는 국가이다(Yap and Nguyen, 2017323).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경쟁력과 해외투자 유치,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일상적 삶의 욕구를 충족하고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환경이 지닌 사회문화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위주의 사업들은 곧바로 저항을 불러왔고, 이것은 베트남 도시철도 건설 사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5년 하노이 시정부가 고가철로 건설의 편의와 운행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아래 수천 그루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벌목하고 가로수 교체 작업을 결정했을 때 하노이 시민들은 나는 푸르는 나무입니다라는 선언을 통해 저항했다. 폭염과 비바람을 막아주고, 대기오염을 감소시켜주던 하노이 거리의 나무들은 도시민의 일상과 뗄 수 없는 존재들이었고, 이동시간 단축이라는 단순한 교환관계로 환원되어 희생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었다.

15일간의 무료 시승 체험 행사가 끝나고 시작된 유료 운행 이후 도시철도 이용승객이 급감했다는 보도들도 들려온다. 도시철도 역사근처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주차장 설계와 배려가 부족했고, 승차권 판매 시스템이 베트남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약자에 대한 배려도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ODA 사업 혹은 BOT 사업의 EPC 계약자들이 당장의 이윤에 급급한 설계, 조달, 시공을 한 결과일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든, 일본의 양질의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십이든, 사람들의 삶과 그 조건에 대한 이해보다는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 줄 능력이 우리에게 있습니다라는 진부한 수사들을 내세울 때, 언제든 일상의 파괴자 혹은 위협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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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꽉 막힌 도로 위로 운행중인 하노이 도시철도 2A 깟링-하동 노선 열차


심주형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 참고문헌 및 자료

심주형, 2020, ""순망치한(脣亡齒寒; Môi Hở Răng Lạnh)"과 비대칭성의 구조-베트남·중국 관계와 국경의 역사경관(Historyscapes) " 중앙사론, vol. 52, pp. 447-499.
Báo Chính phủ, “Đường sắt Cát Linh-Hà Đông chậm trễ: Trách nhiệm thuộc về ai?”, 2019. 10. 14 (접속일: 2020/3/5).
BBC Vietnamese, 2015610, “Nhà thầu TQ 'kém nhưng không bỏ được'”
China Radio International (Tiếng Việt Nam), 2019426, ““Một vành đai, một con đường” tại Việt Nam: Dự án tuyến đường sắt đô thị Cát Linh Hà Đông tại Hà Nội” http://vietnamese.cri.cn/20190426/7c09d58e-73fb-4930-c33c-df33846546d6.html (접속일: 2019/6/1)
Do, Mai Lan and Oanh Hoang. "Vietnam’s Tentative Approach to Regional Infrastructure Initiatives." ISEAS Perspective, vol. 71, 2021.
Le, Hong Hiep, 2019108, “Vietnam’s Infrastructure Development Dilemma: The China Factor” Fulcrum.
Jamrisko, Michelle, 2019625, “China No Match for Japan in Southeast Asia Infrastructure Race” Bloomberg.
Quỳnh Anh, 20111010, “ Khởi công tuyến đường sắt đô thị Cát Linh - Hà Đông” Dân Trí.
Số 108/1998/QĐ-TTg, “Về Việc phê duyệt Điều chỉnh Quy hoạch chung Thủ đô Hà Nội đến Năm 2020” (1998/6/20).
World Economic Forum, 2019, 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Yap, Karl Lester M. and Nguyen Dieu Tu Uyen, 2017323, “In Asia’s Infrastructure Race, Vietnam Is Among the Leaders”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저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Việt Linh – Ngọc Tân, “Cuộc hẹn 10 Năm của Truyến đường sắt Cát Linh – Hà Đông” Zing News, 2021/11/07.
사진 2. Người đưa tin, 2021년 11월 8, “Chen chân đi thử tàu Cát Linh - Hà Đông: "Sẽ rất nguy hiểm"
사진 3. Ban Quản lý Đường sắt đô thị Thành phố Hồ Chí Minh (MAUR), http://maur.hochiminhcity.gov.vn/
사진 4. Anh Tọng, “Dự án đường sắt Cát Linh - Hà Đông: 12 lần lỡ hẹn, chưa biết ngày về đích” Tiền Phong,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