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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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절대 따라 하지 말라 _ 구자선

최근 한국은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것을 들 수 있다. 1964년 설립된 이래 UNCTAD가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 기업의 제품들은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류로 통칭되는 한국의 문화상품계인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중국에서도 역시 한류가 거세게 불었다. 사드 사태로 중국 정부가 한국의 문화 유입을 막았을지라도 한국의 음악, 드라마 등은 젊은 세대에게 여전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되지 않았을지라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엄청나게 검색되는 것을 보면 많은 중국인이 비공식 경로로 이를 시청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열풍을 보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동시에 생겨난 것 같다. 일부에서는 한복이나 한국 음식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그러한 질투를 표현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한국문화를 대놓고 모방한다. 한국 드라마나 티비 오락프로그램을 표절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가 따라가야 할 모범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이 추종해야 할 모범 사례임과 동시에 다른 나라의 반면 교사 역할을 하는 분야도 존재하는 것 같다. 최근 중국의 사교육 금지가 바로 그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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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도 강한 중국을 만들고자 한다. 때문에 빈곤 탈피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여 극빈층을 감소시켰다.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은 바로 중산층의 확대이다. 주지하듯이 중국은 빈부격차가 큰 나라이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어느 시기에나 타당한 것은 아니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개혁개방 정책은 전환점에 들어섰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 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으로 일부가 부유하게 되었지만, 부가 사회적으로 널리 파급되지는 않았다. 부의 재분배를 통해 중산층을 확대하는 것이 개혁 개방 40년의 성과를 이어받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 중산층 문제에서 중국의 반면 교사가 바로 한국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은 국민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으며, 막대한 사교육비는 가계를 휘청이게 한다. ‘중국몽을 실현하고 시진핑의 정치적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러한 한국의 모습은 절대 따라 하지 말아야 할 길이다. 한국을 철저히 연구했는지 중국은 최근 부동산세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사교육 금지정책을 실시하였다. 한국의 언론들은 이런 중국을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 부동산세 실시가 헝다(恒大)사태와 맞물려 중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사교육 금지 여파로 관련 기업들이 무너지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 사교육이 지하화하고 있다는 기사들도 뒤따른다.


급속한 산업화 이후 선진국이 된 지금의 한국은 계층이 고착화되었다.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였던 교육마저 부의 대물림이 대세가 되었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쓸 수 있는 계층의 자녀만이 소위 좋은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서도 유리한 일자리를 얻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공교육의 붕괴,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고 심지어 줄넘기도 사교육에 맡기는 등 사교육의 부작용에 대해서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이런 사회환경에서 삼포세대’, ‘오포세대’,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중국 역시 그런 조짐이 나타났다. 바로 탕핑(躺平)족이라는 용어의 등장이다. 탕핑은 드러눕는다는 말인데, , 의욕도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희망이 없는 세대가 늘어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계층의 고착화가 완전히 뿌리 내리지 않은 중국에서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충분히 반면 교사로 삼을 기회가 남아 있다. 중국의 최근 행보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선진국에 진입하였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손을 댈 수도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행보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구자선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https://m.sohu.com/a/401057450_779855/?pvid=000115_3w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