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특히 거짓말하기를 즐긴다. 거짓말 하는 수준도 높고 거짓말 빈도도 높다. 거짓말은 중국인들의 집단적인 행위습관이다. 조상을 모신 사당의 높이라든가, 강과 호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등 중국인들의 거짓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거짓말은 중국인들의 혈액 속에 녹아있다. 중국인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중국의 유명 평론가 겸 방송작가 차오바오인(曺保印)이 쓴 책 ‘보인이 국민성을 말하다(保印說國民性)’에 나오는 글의 일부다. 중국인이란 특별히 거짓말을 잘 하는 민족이다 보니 “참말을 하면 손해 본다”, “참말 한다 해놓고 참말 하는 사람 없다”는 격언까지 믿는 풍토가 바닥에 깔려있다. 차오바오인은 청 건륭 58년(1793년) 최초로 중국에 파견된 영국 사절단이 중국에 와서 느낀 실망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영국 사절단들은 중국에 도착하기 전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문명국이고 예의의 나라이며, 사람들은 모두 군자(君子)로, 상호 신뢰가 가득한 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사람들은 온통 사기꾼들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폭력과 노예근성이 만연해있는 데다가, 더럽기 짝이 없는 사회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시인 후스(胡適: 1891-1962)는 “입만 열면 도덕을 말하고 고상한 규범과 공평무사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거짓 군자와 더러움이 온 사방에 널려있는 나라”라면서 국민성을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오바오인은 그런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거짓말 중의 하나가 ‘량서우좌(兩手抓: 두 손 모두 꽉 쥐기)'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두 손에 각각 하나씩의 물건을 들고 어느 손 하나 느슨하게 하지 않고, 양 손을 모두 꽉 쥐고 물건을 놓지 않는 것이 바로 량서우좌이며, 이성은 얇고 욕심은 두텁다 보니 두 손에 모두 물건을 들고는 두 손 모두 꽉 쥐기 위해 쩔쩔매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국인의 딱한 모습이라고 차오바오인은 설명했다. 1980년에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량서우좌를 활용해서,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모두 잘 붙들고 있어야 하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건설과 대외개방 양쪽을 모두 다 꽉 붙들고 잘 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오른 손을 꽉 쥐면 왼손은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양 손을 모두 꽉 쥐고 있어야 한다는 량서우좌의 개념을 한반도 정책에 적용한 것이 바로 한국과 북한에 대한 량서우좌 전략(兩手抓 戰略), 즉 양다리 걸치기 외교 전략이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1950년대에 마오쩌둥(毛澤東)이 착수한 경제의 대약진 운동이 효율보다는 목표 위주의 군중주의 때문에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고,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된 문화대혁명은 중국경제를 세계 최저수준의 바닥으로 끌고 갔다. 1976년에 마오쩌둥이 죽고,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은 경제건설을 위해 1992년 한국과 수교하는 결단을 내렸다. 화가 난 김일성이 한중수교를 통보하러 온 첸치천(錢其琛) 외교부장을 밥도 안 먹이고 돌려보냈고, 이후 10년 가까이 정상 교환방문 한 차례 없이 지냈다. 그러다 2002년에 집권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이후에는 김정일이 1년에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며, 탐욕스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량서우좌 전략을 남북한에 대해 적용해온 것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었다. 북한과 한국을 각각 양손에 쥐고 둘 다 잃지 않으려고, 어느 순간에는 오른 손이 어느 순간에는 왼손이 느슨해지지 않나 노심초사 해온 것이 바로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쥐고 있는 손을 놓자니 미국의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에서 한국이 하는 역할을 생각하니 아깝기 짝이 없고, 북한을 쥐고 있는 손을 놓자니 중국 자신들이 보기에는 대단치도 않은 핵무기로 동북아 현장을 모르는 미국을 효과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북한의 역할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이래저래 한국과 북한을 양손에 쥐고 두 손 다 꽉 쥐고 있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이 탐욕스런 중국 외교의 실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미국이 의장국의 역할을 맡겨준 6자 회담이라는 회담형식이 이미 13년이 흐르면서 아무런 기능을 못하는 데도, 또 그 사이에 북한이 모두 네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해도 결코 6자 회담이라는 물건을 쥔 손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북한도 양 손에 모두 꽉 쥐고 안 놓으려 하는 것이 현재 중국 외교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북한이 이른바 수소폭탄 폭발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는데도, 어떻게든 북한을 붙들고 있기 위해 주중 북한 대사를 소환하면서 동시에 주중 한국대사를 자기네 외교부로 소환해서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는 '량서우좌'의 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중국 외교전략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량서우좌에는 어느 한 손에 침을 놓아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이 특효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 따른 주권국가 개념을 바탕으로 한 현대국제사회에서는,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병자호란 같은 말도 안 되는 걱정은 버리는 것이 좋다. 한미일 공조를 통한 일본과의 협조를 강화하고, 때마침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 여성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이 당선된 국제정치적 자산을 활용해서 일본과 한국, 한국과 대만, 그리고 그 이남의 필리핀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이른바 중국에 대한 '합종책(合縱策)'이라는 침을 준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특히 1992년 한중수교를 하면서 우리가 받아들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한 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새로 당선된 민진당 차이잉원 여성총통 당선자와의 교류를 잘 활용하면 량서우좌의 달콤함에 빠져있는 중국 외교당국을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중국의 두 손 가운데 한반도 남쪽을 쥐고 있는 손에 일침을 가한다면 좋은 협상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은 엄청난 양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한반도 북부 지린성(吉林省)에 배치해두고, 북한의 핵폭탄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관리하려는 전략에 맞서 흔들림 없는 사드(THAAD)배치와 대만과 교류 확대를 통해 일침을 가함으로써 탐욕스러운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잠을 깨워놓아야 할 것이다.
박승준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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