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2021년 5월 24일(월) 중국학술원 103호에서 ZOOM을 통해 제73회 중국관행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중국관행연구포럼에서는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가 "중국의 때 이른 관료화: 원인들과 결과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이혜경 교수가 맡았고, 사회는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장정아 소장이 진행했다.
박노자 교수는 중국의 춘추시대에서 진한에 이르는 시기에, 같은 시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때이른 관료제', 즉 '가산/귀족제를 벗어난 관료제'가 시행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원인과 결과를 제시했다.
박교수는 이러한 때이른 관료화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으로 세 가지를 들었는데, 첫째, 지속적 전쟁에 의한 군사조직의 발달, 둘째, 국가 영역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종교 영역의 부재, 셋째, 국가적 통치 전통의 지속성이 그것이다. 박교수는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중국에서 "공(公)"이라는 것은 잉여의 상당 부분을 수취하는 국가 통치에 대한 능력주의적 참여 가능성, 즉 수평적 '참정'이 아닌 수직적 '선발'의 기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서양의 공적 영역, 즉 수평적으로 연결되고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영역과 중국의 공적 영역은 이처럼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런 점에서 오늘날 구미권과 중국 사이의 '체제 대립'의 역사적 뿌리는 깊다고 결론내렸다.
토론자인 이혜경 교수(서울대 인문학연구원)는 '때이른 관료제'라는 박교수의 평가 또한 막스 베버와 유사하게 중국을 '변화하지 않는 나라'로 보는 전통 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했다. 또 만일 진대 이전에 '때이른 관료화'가 있었고 그것이 베버가 염려했듯 부정적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면, 우리는 그 이후의 중국 역사에서 관료화의 부정적인 면이 어떻게 전개되고 극복되는지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요청했다.
토론시간에는 그 외에도, 근현대 중국에서 관료화 변천의 특수성과 보편성의 관계, 한국이 가고 있는 길과의 비교, 중국의 현 체제가 갖고 있는 탄력성과 관행의 관계, 관료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서구와 중국식 모델의 차이 등도 다루어졌다. 또한 중국과 서구의 체제대립(또는 체제 차이)의 역사적 뿌리가 깊다면 연대는 어떤 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