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중 패권전쟁 시즌 2’가 시작되었다. 친중적 이미지의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적인 이력에 불안해하던 미국의 매파들도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칭찬할 정도로 그의 대중국 태도는 강경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는 점을 공식화하고, 그 진행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대중 정책의 기본 원칙은 맞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천적 측면에서 미국은 전통적 동맹관계를 회복하여 강고한 세계적 포위망을 구축해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을 방지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세적 대중 행보에는 전략적 경쟁자와 경제적 동반자라는 중국의 두 가지 측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화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고민이 읽힌다.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통상·금융·인권 등을 두고 연일 중국에 경고를 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보건안보, 경제재건 등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문제는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슈로 미중 패권경쟁의 ‘태풍의 눈’이 되었다.
사진 1. 세계에서 가장 큰 화력발전소인 중국 네멍구에 위치한
국제퉈크퉈 발전소 (中国大唐国际托克托)
그간 미국의 공세적 태도에도 연일 대화와 협력에 기반한 관계구축을 주장하며 미국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는 중국 외교 수장들의 발언에 나타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 불가와 핵심이익 존중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거나 대체할 의사가 없음을 피력하고 대화의 강화를 통한 갈등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의 수장격인 양제츠(扬洁篪)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미국과 신에너지·신기술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의 실무적 협상 테이블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퇴임한 셰전화(解振华·71) 전 중국 중국기후변화사무 특별대표를 기후특사로 재등용한 것이다. 셰전화 특사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시절이던 2007년부터 중국의 기후변화 협상 대표로 활동해왔으며, 파리기후협약 1년 전인 2014년 기후변화 대응 관련 미·중의 공동 발표를 이끌었던 베테랑 기후변화 외교관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미·중간의 협력이 마냥 핑크빛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간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도 미·중간의 팽팽한 상호 비방과 갈등이 있었던 이유에서이다. 중국과 미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은 현재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으로서의 중국의 책임을 요구했고, 중국은 역사적 책임에 더 방점을 두고 미국의 역할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미중간의 신경전은 각종 기후변화 관련 주요 국제회의에서 날카롭게 표출되어왔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신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긴장관계를 지속하여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일에 제일 먼저 파리기후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곧이어 연방정부 소유 국유지에서 석유·가스 신규 채굴을 중단하는 등의 '기후변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국면에서도 기후변화문제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책임추궁과 요구가 더욱 강도 높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동시에 중국에 대한 압박의 여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시기 무역전쟁을 유발시켰던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오랜 피해의식과 의심은 기후변화문제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은 자국의 배출감소 노력이 중국의 혜택을 증가시켰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2010년 미국이 4억 5천만 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했던 서부 텍사스 지역의 풍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은 미국보다 중국의 국익이 컸던 것으로 평가했다. 프로젝트에 중국산 풍력 터번을 사용함으로써 중국인 3천명을 고용하는 효과를 발생시킨 것에 비해 미국인 고용은 300명에 그쳤으며, 그 국내적 경기부양 효과도 미국에서는 5천만 불에 그쳤지만 중국에서는 3억불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작년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 또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세계경제포럼(WEF) 화상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이러한 중국의 이중적 행위를 비판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중국과 협력하겠지만 다른 이슈가 기후문제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 2. 2020년 9월 75차 UN총회에서
‘탄소중립선언’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환경’과 ‘경제’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경제’를 선택하기보다는, 질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환경’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시켜왔으며 그에 상응하는 법과 제도적 조치들도 꾸준히 준비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책들을 입안, 시행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미국과 기후변화 문제에서 협력의 제약 요인들도 제기해왔다. 또한 강제력 있는 규정을 설정할 경우 경제성장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규정을 지키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감도 가지고 있다. 작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사회에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하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줄이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파격적인 발표를 했지만, 그렇다고 이를 중국이 기후문제에 있어 절대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후변화 관련 국제 협약들이 현재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에 이용되거나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비판과 요구를 한다면 중국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변화문제에 있어 미국의 강력한 대응과 요구를 중국이 어느 정도 선까지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특히나 국제세계의 기후변화 영역은 2017년 미국 트럼트 행정부가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중국이 미국과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패권 행보를 이어오던 곳이다. 이 영역에서 미국 복귀는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주도권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기후변화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 시즌 2’의 한 가운데에 ‘태풍의 눈’으로 남아 있다.
정주영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www.sohu.com/a/318347368_752692
사진 2. 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