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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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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위기? _ 김태승

최근 중국 공산당은 내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국양제라는 통일전선전략의 실질이 홍콩을 통해서 드러나고, 그에 따른 국가 신용도의 추락아마 이제 많은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을 것이다과 사실상 전쟁 상태에 놓인 최악의 미/중 관계 등은 전환기 상황에서 중국이 추구해 온 대외노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공산당이 직면한 위기는 외부요인 만이 아니었다. 오래된 그러나 이제 시작된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중국의 노동시장과 노동자들의 사회적 위상 등의 관점에서 중국 공산당을 바라보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의미를 갖는다. 어쨌든 노동자국가를 표방하는 중국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다도 더 어려운 노동환경 하에서 신음하는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신전처럼 보이는 대회당의 연단에 서서 온갖 수사학으로 치장된 샤오캉 사회건설과 중국몽을 반복하는 공산당의 낡은 관료주의가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에서 사영 기업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당연히 노동시장의 성격에도 변화가 발생하였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1980년대 중엽이후, 향진기업의 파산과 농업생산의 수익률이 악화됨에 따른 농촌노동력의 도시이동 가속화 문제였다. 중국정부도 1994년 농민공의 현실을 인정한 위에 노동시장을 관리하는 체제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989년 천안문의 비극을 경험하고 난 뒤 중국공산당은 사회적 안정을 제일로 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농민공에 대한 정부정책은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쪽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기성의 관리체제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던 산업노동자의 지위가 국영기업의 사영화 과정에서 재편되고 한편으로 농민공들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던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영역에 대거 진출하면서 중국정부는 현실적으로 새로운 노동시장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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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중화 전국 총공회 계통도


그것은 노동법체제의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94년 제8차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중화인민공화국 노동법은 사실상 중국 최초의 <노동법전>이었다. 이후 20회 가까이 수정을 거쳐서 시행되고 있는 이 노동법은 사실상 노동자의 권리라는 측면보다는 기업의 이익이라는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을 그 자체로 내포하고 있었다. 예컨대 노동자 조직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노동법><공회법>은 모순되는 모습을 보인다. <노동법>에서는 노동자들은 법에 따라 노동조합에 참가하거나 조직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되어있었다. 그러나 <공회법>에서는 전국총공회와 중국 공산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독립 노동조합의 결성은 불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지역 공산당 서기가 노동조합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준 것으로 실제로도 지역 공산당조직은 노동조합의 창설과 운영에 깊숙이 간여함으로써 사실상 자주적 노동자 조직은 출현하기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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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20년 6월 발생 중국의 노동쟁의


특히 부당한 기업주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들의 유일한 수단인 단체교섭권의 경우도 사실상 노동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당의 통제를 받는 제도적 대표자를 통해 행사되었으므로 진정한 단체교섭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중국의 헌법이나 <노동법>, <공회법> 어디에도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파업권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2001<공회법>이 개정되면서 작업 정지와 태업 등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경우도 <중화전국총공회>라는 관변 전국 노동자 조직, 공산당의 영도 등을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사업장에서 분규가 발생했을 때 기업당조직의 서기가 개입하는 것은 여전히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공식적 노동조합 조직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보다는 노동쟁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파악된 노동쟁의 자료를 보면 9681건으로 매년 2000회 내외의 노동쟁의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됨. 이 수치는 중국노공통신에서 언론 보도와 제보를 근거로 추산한 수치에 근거한 것임). 관료화된 전국총공회는 사실상 노동자들의 지지를 상실함으로써 정책의 전환이 필수불가결한 현실의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2015년 중국 공산당 185중전회에서 시진핑이 제시했던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小康)사회를 건설한다는 공산당의 꿈은 그냥 꿈으로 남게 되었으나, 그러한 샤오캉 사회의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자들의 삶에 주목하고, 전국총공회의 개혁을 그 일환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총공회가 관료화된 체질을 변화시켜 현장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노동자들의 대변자가 된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일종의 시혜로 제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허난성의 한 지역 노조 간부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노조간부들은 노조가 당의 지도하에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며 당의 명령에 순응해야하며 사고조사에서 그들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사고현장에 접근할 어떤 권한도 없다. 우리는 오직 당위원회와 안전위의 명령을 듣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사실상 중화전국총공회가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 노동쟁의는 치안문제로 환원되는 양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중국노공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중국에서는 89건의 노동쟁의가 발생했는데, 이 수치는 작년에 비해서는 감소했으나 금년으로는 최대의 것이었다. 지역적으로 13건의 강소성이 최대였고, 하남성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마스크 제조업체에서의 노동쟁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19에 따른 수요가 급변하는 데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문제가 된 노동쟁의는 정부가 임금을 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건설업의 농민공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예컨대 산서성 양추안(陽泉)시에서 발생했던 건설노동자가 일으킨 노동쟁의의 경우 공식적인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 농민공들이 일으킨 쟁의로 해당 시의 총공회에서는 이들이 정식 노동자들이 아니므로 개입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방관하였다. 따라서 경찰력이 동원되어 힘의 논리로 진압되었고 노동자들의 권익은 대변자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수저우의 후지필름 공장에서도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쟁의행동에 나섰으나 경찰에 의해서 진압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중국 공산당은 이제 자신의 전통적 권력기반에서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China Digital Times의 조사에 따르면 금년 11일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 관련 발언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519건에 달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단순 의견을 표명한 의사들도 포함되어있었다. 민생의 실질에 주목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 안에서만 세계를 평가하려는 중국 공산당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이 어려운 시대를 제대로 극복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이쉬(戴旭)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교수가 미국에 대해 말했다는 4가지 사항도 사실은 애국주의라는 허상 속에 빠져있던 중국의 자기인식의 한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중화주의에 기반한 애국주의적 정서가 가진 문제점은 다이쉬의 현실분석에서도 제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이웃이나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자기성찰이 사라진 중국 공산당의 권력독점은 그들이 건국 초에 가지고 있던 유연성과 확장성의 미덕을 제거하고 고집만 센 늙은 노인들의 꼰대화된 정치집단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공산당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것인가?


김태승의 六十五非 19


김태승 _ 아주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


                                                          


* 이글에서 사용된 수치나 법령은 『中國勞工通訊』, 『China Digital Times』, 『South China Morning Post』등에서 인용한 것임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중국노공통신』에서 가져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