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은 중화권의 손꼽히는 명절 단오(端午)다. 필자가 대만에서 현지조사를 할 때 특히 대만의 아저씨들(阿伯)께서 “단오가 한국의 명절이냐, 중(화민)국의 명절이냐?”고 여러 번 물어보셨는데 필자는 한국에서 단오절을 특별히 경험한 적이 없는 터라 답변을 망설이곤 했다. 이 글은 단오의 유래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따지는 글은 아니다.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에서는 단오절이 특히 춘절과 중추절만큼이나 중요한 명절이며, 양의 숫자인 오(五)가 중복되는 시기라 여겨 이 강한 양기를 중화시키고자 이 시기에 먹는 음식이 있는데, 그가 이번 글의 주인공이다. 바로 쫑즈(粽子)이다. 필자가 단오의 유래에 대해 우물쭈물할 때 아저씨들은 단오절의 유래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하셨지만, 아주머니들께서는 아저씨를 제지하며 손수 만든 쫑즈를 이 외국인에게 먹어보라고 내어놓곤 하셨다. 수제 쫑즈 속 대나무의 향과 그 쫀득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찡위엔아(경연아), 너 그거 아니? 단오절에는 북부쫑즈 먹을래? 남부쫑즈 먹을래? 이렇게 많이 물어봐. 지역마다 쫑즈의 맛이 달라서 그래~ 이건 타이베이 쫑즈야~! 이건 남부 쫑즈이고~!”라고 설명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단오가 한국 것인지 아닌지 대답하기를 종용하시는 아저씨보다 훨씬 푸근했다. 아마도 쫑즈가 맛있어서일 것이다.
그림 1. 대만의 사이트 10 Seconds Class에서 표현한 대만의 쫑즈들
이렇게 대만의 쫑즈는 대만 이민의 역사만큼 여러 문화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모양과 맛을 만들어냈다. 대만의 쫑즈는 위 <그림 1>에서 보듯 크게 북부의 쫑즈와 남부의 쫑즈, 그리고 원주민들이 먹는 쫑즈인 아바이(阿拜), 객가인들이 주로 먹는 궈쫑(粿粽)과 지엔쫑(鹼粽)으로 나뉜다. 북부의 쫑즈가 찹쌀 및 고기, 밤, 콩 등을 볶아서 조리한 다음 대나무잎에 싸서 찐다면, 남부의 쫑즈는 찹쌀을 제외한 재료들을 따로 볶은 후 익히지 않은 생찹쌀과 함께 찐다. 북부의 쫑즈가 남부의 쫑즈보다 작고 기름이 많고 짜다. 북부의 쫑즈는 1949년 이후 국민당 정부와 함께 이주한 외성인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 저장성과 장쑤성 출신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여담으로 중부의 쫑즈는 유랑인들을 묶어 바다에 매장하는 것을 풍자해 방파제돌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상의 쫑즈들이 모두 고기가 들어가 로우종(肉粽)으로 불리며 한끼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면, 지엔쫑만은 찹쌀만 들어가서 설탕과 곁들여 후식으로 먹는다.
위 <그림 1> 하단에 보이는 대만 내 말레이시아쫑즈(馬來粽)1) 와 베트남쫑즈(越南粽)2)는 198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대만으로 이주해 온 신주민(新住民)들과 동남아 화교들의 영향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쫑즈나 베트남쫑즈는 대만 신베이시의 대표적 동남아 거리인 미얀마 거리(Myanmar Street, 緬甸街)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미얀마 거리는 대만 내 동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거리로, 특히 윈난성 출신의 미얀마와 태국 화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올해 단오절을 맞이하여 미얀마 거리에서는 처음으로 대만의 각 쫑즈들의 쫑즈대전(粽子大戰)을 열었다. 이 쫑즈대전에는 대만의 남부쫑즈와 북부쫑즈 이외에도 동남아시아 화교들의 고향인 계란이 들어간 광동쫑즈와 윈난쫑즈, 미얀마에서 볼 수 있는 파초찹쌀쫑즈, 아무것도 들지 않은 일반 지엔종, 팥앙금지엔종(豆沙鹼粽), 팥찹쌀쫑즈(紅豆糯米粽) 등이 대만의 8개 대표 쫑즈들이 경합을 벌였다. 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팥앙금지엔종(豆沙鹼粽)이었고 대망의 1위를 차지했다. 이 쫑즈들은 모두 미얀마 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대만의 쫑즈들은 ‘대만’이라는 이름을 단 채 해협을 건너 서쪽의 중국대륙에서도 맛볼 수 있다. 특히 대만의 남부쫑즈는 국민가수 덩리쥔(鄧麗君)의 대표곡과 동명인 소육종(燒肉粽, Sio Bah-tsàng)으로 불리며 인기리에 판매된다. 푸지엔성의 샤먼시와 취안저우시에도 비슷한 소육종이 있지만, ‘대만소육종’은 대만 특유의 삼겹살(五花肉)과 튀긴양파가루(油蔥酥), 오향분(五香粉), 땅콩가루 등으로 다른 맛을 낸다. 특히 1950년대 전후 어려웠던 대만의 삶을 그린 동명의 소육종 노래 덕에 덩리쥔과 함께 ‘대만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로 예전만큼 양안의 왕래가 쉽지 않은 올해 단오절에 대만 상인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것은 바로 이 소육종이다. 대만 상인들은 각 성이나 시의 대만 상인협회를 중심으로 대만의 쫑즈들을 만들거나 소육종 가게들로 향하며 나름대로 단오절을 축하하고 있다. 그러나 소육종 가게 한켠에서는 ‘대만의 쫑즈는 대만의 것’이 아니라, ‘대만에서도 쫑즈를 먹기에’ 대만의 쫑즈도 우리의 것이라는 ‘양안은 하나다(兩岸一家親)’라는 구호도 간간히 들리고 있다. 한쪽은 (맛이) 다르다는데, 한쪽은 같다고 말한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어쨌든 결론은 양안이 코로나로 잠시 막혔지만, 여러 대만의 쫑즈들은 양안을 건너고 있으며, ‘대만’을 상상하고 그리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보물섬, 대만 4】
문경연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 이 글에서 사용한 출처는 다음과 같음
1) 말레이시아쫑즈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에서 Ketupat(끄뚜팟)이라 불리며, 이슬람의 주명절인 르바란(開齋節)에 먹는 음식으로 판단(Pandan) 잎으로 사각형 또는 삼각형 주머니를 만든 다음 그 안에 쌀을 넣어 4~7시간 정도 삶아 만든다. 동남아 화인들이 쫑즈와 비슷하다고 하여 말레이시아쫑즈라 이름 붙였다.
2) 베트남쫑즈는 반쯩(Bánh chưng)이라고 하며, 음력 1월 1일에 새해를 축하하며 먹는다. 찹쌀 안에 돼지고기와 녹두를 넣고 바나나잎으로 사각형모양으로 싸서 쪄낸 것이 특징이다.
3) 그림 1 출처 : https://www.facebook.com/10seconds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