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중국의 한 병원에 전시된 로봇
코로나19(COVID-19, Corona Virus Disease 19)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바꾸었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스크를 쓰고 서로를 피하며,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일이 4월 이후로 연기되었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고 있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식당, 시장 등에 사람 발길이 끊어졌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이 급격하게 몰린 곳도 있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코로나 포비아(Corona Phobia)’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모바일 쇼핑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외부 출입을 극도로 피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집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경우 하루 200만 건 수준이던 주문량이 코로나19 발생 후 300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보유 재고가 바닥나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도 수차례 벌어졌다. 쿠팡은 현재 플랫폼 확장,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손실을 감수한 채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최근의 주문 폭증이 쿠팡에게 이익이 아닌 대규모 적자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측면에서 기업의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를 통해 쿠팡 점유율이 확대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쿠팡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목표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대표는 “소비자로부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는 것이 쿠팡의 미션”이라고 강조해왔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초기에 큰 타격을 받았던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급증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동(京东)은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채소, 달걀, 육류 등 신선식품 주문량이 4배에서 10배까지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바바(阿里巴巴)는 신선식품 온·오프라인 결합 플랫폼인 허마셴성(盒马鲜生), 음식 배달앱 어러머(饿了么) 등을 통해 고객의 거주단지 입구, 대문 앞 등 고객이 지정한 위치로 제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비대면(Untact, 언택트) 배송을 확대했고, 징동(京东)도 O2O(Online to Offline) 배송인 징동따오지아(京东到家)를 한층 활성화했다. 오프라인 식당, 마트, 매장들은 생존을 위해 어러머, 징동따오지아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가입하여 O2O서비스를 시작하고,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집안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수천만 명에게 온라인 쇼핑몰 이용을 적극 권장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 조치 환경에서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소비 위축이라는 사회, 경제적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로 인한 격리가 일상화됐을 때도 중국에 전자상거래 붐이 일었고, 이것이 당시 신생기업이던 알리바바(타오바오), 징동이 급성장한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로도 과거와 유사한 흐름이 재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오랫동안 오프라인 쇼핑몰의 영역이던 신선식품, 생필품 구매 등을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흡수했으며, 온라인을 이용하는 연령층도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의료 등이 짧은 기간에 걸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 수는 점차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직장인은 회사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이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 및 강화했고, 이로 인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병행, 온·오프라인 융합 환경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적용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얼마 전 중국 네이멍구 시골 마을 상공에서 확성기를 장착한 드론이 지상을 원격 모니터링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외부를 걷고 있는 노인에게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스크를 바로 착용하라’는 등의 안내 방송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드론을 의아한 표정으로 한참 응시하던 할머니는 결국 드론을 통해 전달되는 안내에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그림 2. 중국거리를 돌아다니는 로봇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한 초기에 미흡하게 대응해 대규모 전파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 및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진행되어왔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방역현장에 중국 기업의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이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한 병원에서 로봇이 환자에게 약품과 식사를 배달했다. 우한 병원의 의료진은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의료진의 안전과 2, 3차 감염방지를 위해 원격의료가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우한의 시민들과 의료 종사자들에게 생필품 배달과 보급품을 전달하는 일도 스마트 무인 자율주행 로봇이 상당 부분 맡아 하는데, 인간 간 접촉을 최소화해 시민과 환자, 직원, 의료진을 상호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스마트 물류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드론도 방역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선전의 드론 스타트업인 마이크로멀티콥터(MMC)가 만든 드론은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소독과 열 감지 촬영을 수행하고, 거리에서 마스크 미착용자를 찾아내는 일에도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기기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투입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을 통해 혁명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했고, 이를 ‘산업혁명’이라 불렀다. 이후 ‘전기’(2차 산업혁명), ‘컴퓨터, 인터넷’(3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다시 큰 변화가 진행되었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이와 조금 다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처음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와 같은 특정 기기나 기술의 발전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정보, 첨단 기술과 산업이 ‘지능화’되고 ‘상호 연결’되며 궁극적으로 ‘융합, 발전함’에 따라서 ‘초지능(Hyper-Intelligent)’, ‘초연결(Hyper-Connected)’, ‘초융합(Hyper-Convergence)’ 사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주요 정보, 기술이 ‘지능화, 연결, 융합’되면 기존 시스템에 비해 정확성과 신속성이 확대되면서 비용은 오히려 감소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큰 폭으로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오프라인의 온라인 도입과 전환과정에 소요되는 시간,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등 때문에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과 확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점이 적지 않았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김태유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으키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었다. 이는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단기간에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효용을 감안할 때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첨단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으며, 기업뿐 아니라 교육·연구, 공공기관 등도 서둘러 온라인, 첨단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융합,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 활성화의 기초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비대면(Untact, 언택트) 방식이 절실해지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커다란 위기 중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인을 너무도 고통스럽게 만든 일종의 재앙이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 및 발전 관점에서 바라보면, 4차 산업혁명 활성화가 조금 더 앞당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유행했던 사스는 전자상거래 확산과 함께, 알리바바와 징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알리바바 산하의 알리연구원(阿里研究院, Ali Research Institute)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최근 발표(宅经济, Home Economy)에서 ‘온라인 학습과 근무 환경 개선’, ‘전통적 오프라인 소매의 온라인 전환’, ‘비접촉 서비스 확대’, ‘50대 이후 인구의 온라인 활용도 증가’, ‘가정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비용 지출’ 등을 핵심 트렌드로 제시한 바 있다. 기업과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 대비하여 온·오프라인 융합,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민근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국민일보』 2020년 3월 10일자 칼럼(‘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마트 물류가 필요하다’)과 다음 논문의 주요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임.
송민근(2020),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중국 광군제의 특징과 시사점’, 디지털융복합연구, 2020.04.30.(예정)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Pratik Jakhar, ‘Coronavirus: China's tech fights back’, BBC News, March 3, 2020.
그림 2.Timothy W. Martin, Liza Lin, ‘Fever-Detecting Goggles and Disinfectant Drones: Countries Turn to Tech to Fight Coronavirus’, The Wall Street Journal, March 1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