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톄쥔(溫鐵軍)‧양솨이(楊帥) 지음, 조형진 옮김, 『삼농과 삼치: 중국 농촌의 토대와 상부구조』(진인진, 2020).
본 역서는 원톄쥔과 그의 제자 양솨이의 저서 『三農與三治』(中國人民大學出版社, 2016)을 중국학술원 조형진 교수가 번역한 것이다. 『삼농과 삼치: 중국 농촌의 토대와 상부구조』는 서울대학교아시아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 근현대사 총서>의 열두 번째로 출판되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 원톄쥔의 출발점, '삼농(三農)'
『삼농과 삼치』는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이자 실천가인 원톄쥔이 자신의 전공인 '삼농' 문제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중국의 현대사와 자본주의 문명을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비평해 왔던 원톄쥔의 출발점과 논거는 항상 삼농이었다. 이런 점에서 본 저서는 원톄쥔 사상의 근원과 함께 오늘날 중국 스스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인정하는 삼농에 대한 가장 정밀한 분석을 보여준다.
중국 문제는 '삼농'과 '삼치(三治)'의 문제이다
'삼농'은 농민, 농촌, 농업을 말한다. 유동 인구인 '농민공'까지 포함한다면, 중국은 여전히 인구의 절반이 농민이다. 또한 공식적인 집계로도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가 40%이며, 국토 면적의 대부분이 농촌이다. 아울러 노동인구의 1/4 이상이 농업이 주가 되는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원톄쥔이 이미 설파한 바 있듯이 역사적으로도 현대 중국의 발전은 시작부터 삼농으로부터 생존과 성장을 위한 원시적 축적을 뽑아내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출현한 위기를 삼농에 떠넘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탄생한 삼농의 상부구조인 '삼치(三治)'는 삼농에 대한 착취와 비용 전가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요컨대 이제까지의 눈부신 성과와 오늘날의 뼈아픈 문제의 근원이 모두 삼농과 삼치에 있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개혁‧개방이 한 세대를 흘러 21세기가 되어서야 중국은 비로소 삼농과 삼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민의 빈곤과 민생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도시가 농촌에게, 공업이 농업에게 보답할 차례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원톄쥔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와 정책이 지난 세기에 중국의 성장과 비극을 모두 만들어 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 서구로부터 비롯된 신자유주의에 불과한 사유화, 도시화, 자유화를 무분별하게 다시 휘둘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는 삼농과 삼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생태와 조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에도 맞지 않는다.
서구의 신자유주의 문명이 아닌, 향토중국의 촌락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삼농과 삼치의 문제를 해결하고 근대 서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명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원톄쥔은 악조건과 위기 속에서도 중국의 생존과 번영을 뒷받침했던 삼농을 다시 검토한다. 이를 통해 국가가 억지로 조직한 집단이나 개별적인 농민이 아닌, 전통적인 향촌사회에 내재된 촌락의 이성(理性)을 재발견한다. 또한 촌락 이성이 발현된 현재의 사례로서 중국 농민이 단순한 경제 논리를 극복하고 생활과 문화를 포괄하여 자주적으로 조직하고 있는 종합적인 '합작'을 찾아내었다. 아직 미약하지만, 이 역사적이면서도 현재적인 촌락의 집단 역량을 통해 권력과 자본을 함께 억누르는 것이 중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문명의 대안을 찾기 위해 원톄쥔이 제시하는 하나의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