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 거시경제 관련 각종 지표를 발표했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 명을 넘어섰고, 1인당 평균 GDP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2020년 1월 19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2019년도 GDP 규모를 전년 대비 6.1% 증가한 99조 865억 위안으로 발표했다. 이를 1인당 GDP로 환산하면 1만 달러를 넘어선 수치이다. 이를 기초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이 2019년 말 사실상 중진국에 진입했음을 확인했다. 중국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GDP 100조 위안 근접, 1인당 GDP 1만 달러 그리고 경제성장율 6.1% 등 매우 양호한 성적표를 거두었다. 심지어 여기에 인구도 14억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인구 성장과 1인당 GDP 성장은 중국에게 경제구조의 전환을 촉진하는 기회 요인인 동시에 사회적 부담을 촉발하는 도전 요인이기도 하다.
그림 1.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변화
중국은 2000년까지만 해도 1인당 GDP는 1천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0여 년 만에 10배가 늘었다. 1인당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은 가처분 소득의 증가를 의미한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중국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3만 733위안으로 3만 위안을 넘어섰다. 이는 당연히 소비 규모의 증가를 의미하고 국내 소비에 기초한 내수 성장을 기대하는 중국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은행은 고소득 국가 기준으로 1인당 GDP를 1만 2천 376달러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14.5 계획이 끝나는 2025년에 1인당 GDP 1만 2천 달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게도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진 나라가 많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중국이 어떻게 ‘중진국 함정’을 넘을 것인지가 도전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은 ‘경계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경계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불확실한 미래라는 점에서 중국에게 리스크임은 분명하고, 소득이 늘수록 리스크도 함께 늘어난다. 이러한 ‘중진국 함정’에 빠질 리스크에 인구 14억 명 돌파는 기회일 수도 있고 도전일 수도 있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중국에 거대한 국내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증가한다는 잠재력을 보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매력을 갖춘 중국의 소비자들은 지역과 생활의 차이에 따른 다양하고 풍부한 소비 수요를 갖추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소비 위주 국내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소이다. 소비를 통한 중국 경제 견인에서 인구 14억은 매우 중요한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이들의 다양한 성장 수요도 경제구조 전환의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구 14억 명 돌파는 기회 요인일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2019년 사회소비품 소매 총액은 41조 1,64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14억 인구가 만들어가는 국내시장은 분명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경제구조 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구 성장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는 소비를 촉진하는 기회 요인인 동시에 사회적 부담을 증대시키는 도전 요인이기도 하다. 14억 인구의 연령 구조를 보면 16세에서 59세까지 노동 가능 인구는 8억 9,6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4%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인구는 2억 5,38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1%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1억 7,60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6%를 차지한다. 이 수치를 보면 노동 가능 인구가 여전히 60%를 상회하고 이들의 고용이 계속되고 수입이 증가하면 구매력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노령인구의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른바 ‘노령화’ 추세가 경제 성장과 경제구조 업그레이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실버산업의 증대, 양로나 의료 등 노령인구 대상 새로운 산업의 출현 및 소비의 증대는 발전의 잠재력과 소비 시장의 성장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노령화 추세가 고착화되는 인구 구조의 변화는 노동 가능 인구들의 사회적 부양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노령화 추세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도시화 추세와 맞물려 주민들의 사회 비용 및 복지 비용을 증가시킨다. 인구 증가 특히 고령 인구의 증가 추세 심화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요인이 돌출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그림 2. 중국의 인구 추이 변화
물론 중국 14억 인구는 도시화의 동력이다. 즉 총인구의 증가는 중국의 도시화율을 제고한다. 2019년 말 기준 중국의 도시(城镇) 상주인구는 8억 4,84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06만 명이 증가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도시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60.6%이다. 물론 도시화율 60.6%는 선진 국가의 평균 수준과는 20% 정도 차이가 있다. 중국은 도시화 증가 추세가 취업을 제고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사회 활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도시화가 중국 경제를 부단히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며,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의 도시 유입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테면 호적제도를 대폭적으로 완화하여 농촌 인구가 도시인이 되는 경로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변화를 통해서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즉 중국은 도시화를 통한 새로운 경제 발전의 동력을 구축하는데 인구의 자유로운 유동은 필요조건이라고 인식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호적제도 개편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선제적으로 준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농촌 인구를 도시로 흡수하여 도시의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여 총체적으로 사회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 의지의 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는 중국에게 도시화 정책을 가속화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고무적 결과이다.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괄목할만한 지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진 국가의 1인당 GDP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14억의 거대 국가가 1인당 GDP ‘1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소비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소비를 통한 국내 시장 활성화라는 중국의 경제 비전과도 부합되는 것이기에 중국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숫자임을 분명하다. 특히 G2로 상징되는 이른바 ‘국부(國富)’의 중국에게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는 중국이 명실공히 ‘민부(民富)’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상징성의 체현이기 때문이다. ‘국부’ 시대에서 ‘민부’ 시대로의 진입 혹은 전환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방향에도 부합한다. 특히 13.5 시기 ‘결정적 성과’와 전면 소강사회 건설을 완성해야 하는 중국에게 2019년 말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는 그 숫자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1만 달러 달성은 소위 말하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옳은 길이었고, 중국공산당 통치가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체제 선전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인구의 증가가 노령인구의 증가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후속 세대의 노령인구 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의 증가는 체제의 우월성과 효과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며 당의 통치 정당성을 침식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내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의 증가가 필요하지만 이들이 짊어질 사회적 부담의 증가는 경제 활성화에 제약 요인이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2016년부터 두 자녀를 낳을 수 있게 허용했으나 출생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여기에는 선진국의 저출산 경험과 마찬가지로 생활 비용의 증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 낮은 결혼율, 독신자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도 중국 인구는 2029년 14억 4천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추세는 당연히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를 불러올 것이다. 따라서 인구 14억 명의 돌파는 단기적으로 소비 시장 확대, 소비 총량 인구의 증가 등 중국이 G2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할 것은 분명하나 장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닝지저(宁吉喆) 국가통계국장은 “중국의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바로 세계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중국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세계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중국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 경우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14억 인구를 가진, 그리고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서 사실상 중진국에 진입한 중국이 구매력을 갖춘 소비시장을 가지고 세계 경제에 어떻게 공헌할 지를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이를 단지 G2 지위를 더욱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서 말이다. 인구 14억 돌파와 1인당 GDP 1만 달러 달성이 중국에게도 그리고 세계에게도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 당국의 정책 움직임이 주목된다.
양갑용 _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https://www.ceicdata.com/datapage/charts/ipc_china_gdp-per-capita/?type=area&from=2008-12-01&to=2019-12-01&lang=ko
그림 2. https://www.ceicdata.com/ko/indicator/china/gdp-per-capi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