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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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에: 중국은 신시대를 맞이하였는가? _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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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일 건국 70주년을 맞아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한 향연을 벌이고 있다. 그러한 향연은 2017년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중국이 신시대(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다고 했을 때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시진핑은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자신이 집권한 201218차 당 대회 이후 비범한 5년을 보냈으며 신시대를 맞이하였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근대 이후 중국의 역사가 근대이후의 위기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의 병자에서 자존을 회복하여 중국이 일어선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개혁개방을 통하여 중국이 부유해졌고, 이제는 강대해지는 위대한 비약을 맞이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마오쩌둥의 건국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그것에 비견되는 강대국이 되는 시진핑의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신시대로 명명했다.

 

신시대라고 명명한 것은 마오쩌둥의 시대와 덩샤오핑의 시대를 자신의 시대와 병립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시진핑의 사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신시대는 형식적으로는 마오쩌둥의 시대와 덩샤오핑의 시대에 병립되지만, 내용적으로는 훨씬 근본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오쩌둥의 일어섬은 근대 이후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덩샤오핑의 부유는 중국 인민들이 추위와 배고픔(溫飽)’을 해결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하여 시진핑의 강대국은 단순히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근대 이후 중국의 치욕으로 인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부정의 시대를 끝내고, 근대 이후의 실천과 중국 역사와 전통의 화해와 통합을 통한 근대의 초극을 의미한다. 그렇게 보면 시진핑의 신시대는 근대의 하나의 단계가 아니라 근대 자체의 역사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19차 당 대회에서 2050년에는 중국이 종합 국력과 영향력에서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중국의 현대화 경험을 통하여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시진핑이 2012년부터 제기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실현의 구체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중국몽은 중국의 초강대국으로의 부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근대 이후 부정당한 중국의 역사와 전통을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말 그대로 유사 이래 처음으로 유일한 문화였던 자신의 전통적 가치의 후진성과 열등함을 인정해야 했다. 민주와 과학이라는 서구적 정신에 의한 중국적 가치의 대체하고자 했던 5.4운동이나 문화대혁명 시기 벌어졌던 구사상, 구문화, 구풍속, 구습관이라는 네 가지 옛 것에 대한 폭력적 파괴는 바로 그러한 역사와 전통의 부정의 결과였다.

 

1949년 중국 혁명이 공산주의에 의하여 중국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였다면, 1978년 개혁개방은 서구적 자본주의를 통하여 그것의 한계를 보완하려고 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그것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명명했지만, 그것이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서구적 가치와 방법에 기초한 것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1991년 소련의 붕괴와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여전히 사회주의를 견지를 주장하고 그것에 중국특색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지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우리에게는 동북공정을 통하여 알려진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긍정의 표상으로서 일련의 역사 공정이며 공자와 유교의 부활이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공씨 집 둘째(孔老二)”로 불렸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후레자식(頭号大混蛋)”이었던 공자가 전통시대의 만세의 스승(萬歲師表)”의 지위를 회복했다. 공자의 부활은 유교적 자본주의와 유사한 유교적 사회주의의 등장보다도 더 근본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단순한 유교를 통한 사회주의의 보완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의 부활을 통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근대의 종언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길(道路)’, 이론, 제도,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이야기했다.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신감을 말한다면, 제도에 대한 자신감은 서구적 제도에 대한 부정과 그것의 영향을 받은 개혁 이후 정치 개혁의 방향에 대한 역전까지를 포함하는 중국적 제도에 대한 자신감을 말한다. 이러한 자신감은 중국의 부상과 그에 대비되는 서구의 정치적, 경제적 퇴보와 관련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역사와 전통이 그것을 부정한 근대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역사와 전통이 근대와 조화롭게 재구성된 신시대의 표상이다.

 

그렇지만 신시대는 아직은 정치적 선언일 뿐 그렇게 명확하지는 않다. 2010년 중국의 G2 진입과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무역 분쟁을 통한 미중 패권경쟁이 신시대의 지표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중국의 지위와 국제적 환경 변화를 의미할 뿐 신시대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신시대가 역사와 전통과 근대의 화해를 통한 초극을 의미한다면, 그것을 통하여 만들어질 중국적 질서나 실천이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최근 홍콩과 신장위구르의 상황은 중국이 근대와 전근대로부터 물려받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도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중국이 만들어 가는 대내외적 질서가 인정과 동의에 기초한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인가의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중국이 힘의 우위와 현대기술과 결합한 폭압에 기초한 질서를 만들어 낸다면, 발전을 지향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중국의 지혜와 중국적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인류 문제의 해결에 공헌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신시대에 대한 정치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중국이 만들었고 만들어가고 있는 대내외적 질서에 대한 많은 회의가 존재한다. 그것은 중국이 중국의 지혜와 중국의 방법으로 인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신시대와는 아직은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연구자로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축하한다. 그리고 중국이 중국과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하여 중국의 지혜와 중국의 방법으로 인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신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gov.cn/zhuanti/2019guoqing/index.htm?ba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