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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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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원 신간 소개: 『경독: 중국 촌락의 쇠퇴와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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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자오후이·리페이·장정아·안치영 지음, 조형진·리페이 옮김

인천대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기획, 인터북스, 2019



이 책은 중국 저장대학, 윈난대학 등지의 중국 연구자들과 함께 약 2년여에 걸쳐 수행한 현지조사와 공동연구의 결과를 번역한 것이다. 우선 저장성의 한 촌락에 대한 연구조사를 통해 ‘경작’과 ‘독서’로 중국 향토성의 핵심을 정리한다. 또한 촌락이 국가의 통치 시스템에 편입되는 과정 그리고 전통적 민속이 쇠퇴했다가 부활하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국가가 농민의 생활세계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고, 농민이 어떻게 갈등과 타협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분석한다.


이 책은 먼저 20세기 중국의 향촌재건 운동이 촌락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조사대상인 링왕촌의 특징에 대해 서술한다. 링왕촌이 자연취락에서 인문취락으로 성장하는 사회역사적 과정을 링왕 왕씨를 중심으로 서술하였으며, 링왕 왕씨의 가문이 형성되는 과정을 서술하고 인구, 혼인, 가정의 변화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분석했다. 동시에 링왕촌 촌락이 국가의 통치 시스템에 진입하는 과정과 함께 농경문화의 전통과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토지제도를 분석했다. 뒤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향토 풍속의 부활과 재구성을 서술한다. 링왕촌의 현대적 생활방식과 명절의례, 신령과 조상에 대한 제사, 족보편찬과 장례 풍속, 정월 대보름날의 용불놀이 등을 다룬다. 이러한 풍속과 함께 전통성과 향토성이 표상되는 촌락의 민간신앙도 분석했다.


다음으로 촌락 명사들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20세기 초 신학문 도입으로 인한 과거제도의 철폐와 종족사회의 약화 등 향토성과 현대성이 충돌하면서 촌락사회의 ‘경’과 ‘독’이 분리되고 ‘경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향토성은 ‘역사문화 명촌’과 ‘민국 장군촌’ 등 향촌문화 관광으로 재구성되어 복구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촌락사회에서 ‘경독을 통한 가문 계승’이라는 역사적 문화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살펴본다. 또한 본 연구는 전통과 향토성 재건에 대한 학술적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참여적 민족지 연구의 관점에서 이러한 재구성의 과정에 현지 촌민과 함께 참여하고 촌락 재건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았다.


이 책은 중국 촌락에 대한 심층 현지조사에 기반한 연구서이다. 특히 국내 연구자가 중국 연구자들과 함께 장기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조사를 수행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현장연구를 통해 중국 촌락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중국 연구자들과의 새로운 공동연구의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단순한 학술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전통이 재구성되는 구체적인 정책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촌 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함께 학술적 연구와 실천적 활동의 결합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