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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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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신시대”와 김정은의 “새로운 발전단계”: 시진핑 방북의 의미 _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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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6월 20-21일에 걸쳐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했다. 방북에 앞서 6월 19일 시진핑의 글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외국 지도자의 글이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것은 1970년 이후 처음이란다. 그리고 김정은 부부가 공항에서 직접 시진핑 부부를 마중한 것은 물론 25만이 넘는 환영 인파가 시진핑을 맞이하였다. 중국에서도 14년 만에 중국 최고지도자 첫 번째 방북, 시진핑 집권 후 첫 번째 방북, 그리고 김정은 집권 이후 중국 최고지도자의 첫 번째 방북이라는 세 가지 첫 번째로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도 그것이 북핵 문제와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은이 시진핑을 통하여 새로운 북핵 해결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중국이라는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으로 인하여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복잡해 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이번 중국 방문단의 구성과 정상회담 북한측 배석자로 보았을 때 경제협력에 대한 새로운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중국이 유리한 패를 쥐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고 보면 북중 관계는 작년 3월 김정은 방중이후 이번 시진핑 방북까지 불과 1년여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다섯 번이나 만나는 유사 이래 보기 드문 밀월 관계에 접어들고 있다. 역사적으로 북중관계가 그렇게 우호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김정은의 승계이후 김정은의 방중이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만큼 냉담했던 적도 없었다. 그랬던 북중 관계가 급속하게 밀월 관계에 접어든 것은, 남북 관계의 개선과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담을 중심으로 한 북미관계 변화가 계기였다.


시진핑의 이번 방북은 G20회담과 미중 무역 분쟁 등 복잡한 국제정치적 요인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런데 북중 밀월 관계는 국제정세 변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발전 전략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리고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의 발언이나 중국의 보도는 후자를 훨씬 더 중시한다. 우리 언론에서도 보도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중국 경험과 방법을 배워 적극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겠다.고 한 김정은이 발언이 바로 이와 관련된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 노선에 대한 중국의 인정

 

시진핑은 『노동신문』 기고문에서는 물론 정상회담 발언에서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시진핑의 기고문이 『노동신문』에 실린 날 『인민일보』는 북한 주재 특파원 명의로 북한이 새로운 전략 노선을 실시로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에 힘을 집중하여 북한 경제가 새로운 성과를 거두었다.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그것은 북한의 노선 전환과 경제건설 매진에 대하여 중국이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은 작년 420일 조선노동당 7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건설 중심으로의 노선 전환을 가리킨다.

 

중국의 학자들은, 시진핑 시기 중국특색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진입한 것처럼 북한 사회주의 건설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한다. 또한 『인민일보』는 김정은이 3월에 중국을 방문하고 4월에 새로운 전략노선을 제기하였다고 함으로써, 첫 번째 방중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루어진 노선 전환이 중국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이려고 한다. 작년 5월 김정은이 북한의 모든 시와 도의 당 위원장을 중국에 파견하여 경제건설과 개혁개방의 경험을 학습하도록 했다는 보도로 이를 방증한다. 북한의 노선 전환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 따라 배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은 모든 힘을 집중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여 북한 사회주의 건설이 새로운 역사 시기에 진입하도록 추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1978113중전회에서 당 사업 중심의 경제건설로의 전환이라는 표현으로 개혁개방을 결정했던 것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개혁개방으로 발전 노선의 전환을 결정하였으며, 그러한 결정이 자신들과 밀접한 소통을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북한 노선전환의 중국에 대한 의미

 

중국의 경험을 배우는 북한의 노선 전환은 중국에게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 이상의 근본적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부상 과정에서, 중국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방법을 다른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를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는 중국 방안으로 제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위 일대일로도 바로 그러한 중국적 보편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노선 전환은 중국에게는 주변 정세의 안정화와 평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기초일 뿐만 아니라 중국 모델 보편화의 시험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노선 전환이 중국에 가지는 이러한 의미를 반영한 것이 이번 방북에서 상호 밀접하게 관련된 세 가지 새로움에 대한 강조이다. 수교 70년을 맞아 북중 관계가 새로운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으며, 시진핑 시대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전략 노선을 실시하여 북한 사회주의 건설도 새로운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 중공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자신의 시기에 중국이 신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 노선을 선택하여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 것은, 북한이 중국의 신시대와 같은 역사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역할과 장기적 북중 협력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은 평화로운 주변 환경과 서구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조건이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단기적으로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안전보장이 이루어졌다는 인식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수교가 북한 개혁개방의 필요조건이라고 본다. 북한이 발전 전략의 전환을 통하여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북미협상의 교착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방북을 통하여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 한반도의 정치적 대화의 진전을 위하여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러한 북한의 전환을 위한 필요조건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꺼려왔다. 북미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북미 교착상태는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중국은 북한의 전환된 노선의 지지자라는 선언으로 북한의 후견인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북미 회담의 교착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면 북한의 발전 전략 전환 과정에서 북중 협력은 훨씬 심화될 것이다.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미 교착 상태의 돌파구를 여는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통하여 북한과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발전단계시진핑의 신시대에 견주어 평가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전제한 장기적 협력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s://www.bbc.com/korean/news-48702915

이 글은 2019년 6월 24일자 국민일보』 (인터넷판)칼럼 [차이나 로그인]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