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장(孫江) 지음/송승석 옮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기획
學古房, 2019
이 책의 저자 쑨장(孫江)은 그동안 반체제·반사회적인 것으로 치부되어왔던 비밀결사를 가치중립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가운데 이를 중국사회 내부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 혹은 그 연결고리로 정의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그는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조직 및 그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분석을 통해 이러한 연결고리의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는 우선적으로 담론 차원의 분석에만 매몰되지 않고 일차자료에 근거한 보다 실증적인 연구의 선행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의 종교·결사와 권력 간의 관계를 기록한 텍스트와 사료들의 진위 여부 또한 명확히 판별하기 힘들다는 게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10년 넘게 역사서술의 문제에 천착해온 그가 권력자들의 입장에 따른 의도된 왜곡이 포함될 개연성이 있는 일차자료에 대한 전면적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담론, 권력, 서술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근대권력과 결사·종교의 관계를 실체적으로 구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입되어 있다. 또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역사텍스트의 언어와 구조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통해 일종의 ‘대항서술’을 실험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이데올로기에 따라 가공되고 첨삭된 ‘역사’ 혹은 역사텍스트의 배면에 잠복되어 있는 일반 민중들의 ‘작은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임으로써 ‘사적 기억에 대한 회복’을 통한 ‘공적 기억의 확인’을 부단히 시도하고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