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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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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중국연구를 위한 관행과 현재의 역동적 대화 _ 김광억


1990년부터 시작하여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현지조사를 하고 지금도 중국에서 생활하며 조사하는 나에게 동료들은 대단한 기대를 표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만큼 힘이 든다. 두어 주일이나 한두 달 단기 방문을 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과 예리한 관찰로 명쾌한 결론을 내는 순발력과 용감성은 경험이 축적될수록 조심성으로 바뀌는 것은 장기간 연구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것이다. 특히 아주 크고 깊고 복합적인 실체로서의 중국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다양성과 시간의 층위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욱 잘 알 것이다.

 

대개 실증주의적 방법론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중국연구에서 현재적 시간에서 잘 정리된 설명과 수치로 표현된 관방의 자료와 현지 사회의 관찰과 경험을 연결시켜서 해석을 끌어내는 것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나 체제, 제도, 정책의 변화와 사회의 구조는 그 작동의 방식이 다르며 상호 결합의 양식 그리고 진행의 속도가 서로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의 현대화란 사회의 요소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그것들이 각각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 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체 사회가 일률적이고 법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즉 사회적 실천은 그 성원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 주체로서의 사람을 관찰과 논의에서 배제하고 나면 실제 사회적 실천을 간과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이 세상을 보되 사람은 보지 못하는(看社會不見人) 함정에 빠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의 진단과 해석이 구조와 제도 결정론에 의존함으로써 편파적이고 일시적인 해석을 낳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국가와 연결된 이념과 제도에 구속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 가치를 범하지 않는다면 각자 자기들이 익숙한 방식으로써 일을 처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에 의한 전략적 선택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공식적인 제도와 법규 그리고 비공식적인 관행 혹은 전통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일상적 차원에서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실천되는 이 관행은, 현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의 낮은 소질 혹은 불법성의 소치가 아니라 현재까지 진행되며 누적되는 역사의 실천인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며, 국가는 국가를 부정하지 않는 한 그러한 역사 실천의 공간을 두고 사회와 타협하고 공모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결합 또는 상호보합을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여 왔다. 국가와 문명의 오랜 역사를 가진 소위 현대사회에 대한 연구에서는 특히 그러하며, 중국과 같이 거대하고 복합적이며 고도의 사회적 이질성과 문화의 다양성으로 이루어진 이념적 공동체를 연구하는 데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이 관행연구에 특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온 것은 중국연구에서 사회영역의 사실적 지식의 축적뿐만 아니라 공식영역과 비공식 영역의 결합을 통한 현실적 실천을 연구하는 방법론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맥락에서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관행조사로부터 우리는 그동안 국가차원의 공식적 이념과 대전통의 언술에 가리어 있었던 중국의 사회생활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을 보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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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우루무치 현지조사 중 新疆国际大巴扎(신장 우루무치 대바자)

 

한 가지 더 욕심을 내어 기대를 한다면, 그 동안 주로 공식 문건과 문헌에다 개인이나 사조직이 만들고 보관해 온 사적인 문건들을 발굴하여 분석하는 데에 집중하였다면, 앞으로 그것들이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현재에도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실천의 맥락에서의 관찰에 힘을 써 주기를 바란다. 또한 문헌과 문건 외에 실제 정치경제사회 영역에서 관행적 실천에 대한 현지조사 방법에 의한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는 곧 앞서 말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와, 관행의 다양한 차원과 분야에 대한 관심의 확대를 말한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발상은, 모든 현상은 인간의 주체성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김광억 _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겸 현 중국 산동대학 인문사회과학 一級敎授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중국학술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