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리엔 자전거가 많았다. 우리 신문이나 방송의 해외토픽란에는 산더미처럼 짐을 싣고 가는 중국의 자전거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랐다. ‘자전거 왕국’은 그렇게 중국의 별칭이었다.
중국에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쓰인 것은 그저 그 정도의 소박한 소득수준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 특색의 ‘단웨이(單位)’체제가 한몫을 했으리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절 중국의 도시지역에 형성된 단웨이 체제는 일터와 삶의 공간이 지리적으로 한데 통합된 것이었다. 도시의 국유기업에 취직을 하면 일터 주변에 주택이 배정되었고, 그런 만큼 집과 일터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그 사이를 오갈 최적의 교통수단이 자전거였을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자전거 왕국에 아스팔트 도로가 놓일 때에도 길가의 한 개 차선은 자전거에게 주어졌다. 자전거 길이 광범위하게 놓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 대도시의 거리에는 자전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전거 전용 차선도 희미해졌다. 그곳은 세워둔 자동차들과 ‘씽’하니 지나가는 전동 스쿠터들이 점령하고 있다. 일단은 경제성장의 결과이리라. 승용차를 사서 몰고 다니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가운데, 따로 떼어둔 한산한 자전거 전용차선이 그대로 보존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단웨이를 생각하면, 그 오랜 체제의 해체가 자전거를 사라지게 한 또 하나의 힘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버젓한 국유기업이라 하더라도 입사자에게 일터 주변에 주택을 배정해주는 관행은 1990년대 말을 지나며 점차 사라졌다. 주택은 각자 돈을 모아 사야하는 것이 되었고 그에 따라 원거리 출퇴근도 일반화되었다. 자전거로 직장과 집을 오가는 것은 어려워졌다. 그로 인한 서민 불편은 새로 확장된 지하철이 일부 완화시켜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자전거 왕국은 시들어갔다. 자동차로 갈아 탈 여력을 만든 경제성장이 한 축이요, 단웨이 체제라는 제도의 변화가 또 다른 한축이었다.
그런 중국에 요즘 새로운 자전거 붐이 일었다. 이른바 ‘공유 자전거’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모바일 결제를 하고 나면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집어타고 가고픈 데까지 가서 두고 갈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 비즈니스로 성장한 Ofo, Mobike 등은 커다란 기업이 되었다. 스마트폰, 모바일 결제, 공유경제 등 새시대의 개념들을 한데 정렬시키는 공유 자전거 비즈니스의 성장은 중국을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앞서가는 나라로 자리매김하는 데도 일조하였다. 한국에서도 그런 중국의 공유자전거를 본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각곳에서 일었다. 중국에 뒤졌다는 경쟁심이 한몫 거들었다. 그래서 한국 각곳에도 공유자전거들이 생겨났다. 중국과 달리 고정식이고 결제 방식도 다르지만 어찌됐든 그렇게라도 체면을 차리려했다. 구청장들은 그것을 업적으로 자랑했다.
그림1. 중국 공유자전거 ofo
하지만 지켜보자. 누가 얼마나 타는가? 작금의 호들갑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실제 효용은 크게 발휘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학가 주변을 제외하고는 활용도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젠 헬멧을 쓰지 않으면 자전거를 도로에서 탈 수 없는데 과연 헬멧까지 챙겨 다니며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중국 공유자전거 기업이 성장해 해외진출까지 하고 있다지만, 중국 국내의 도로에서는 자전거들이 지워지고 있다. 대학가 주변 정도가 예외일 듯싶다. 학생 대부분이 교내 기숙사에 살고 동선이 짧아 과거 단웨이의 모습을 여전히 갖고 있는 중국 대학들 말이다. 위와 같은 사태의 전개에는 어떤 미스매치(mis-match)가 있어 보인다. 제도 및 관행, 그리고 비즈니스 사이의 미스매치다. 왜 그런 미스매치가 생긴 것일까?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저 늦은 시간차(time-lag) 때문인가? 그도 있겠으나, 제도와 관행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는 기술 중심의 비즈니스관(觀)도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기술이 중요하다지만, 신기술 동향만을 둘러보고 있다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실현했다가는 철 지난 잔치로 마무리될 수 있다. 하여 사람을 봐야 한다. 그들을 둘러싼 제도와 관행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인천대 중국관행연구 HK사업단이 벌여온 중국 사람들에 대한 관행연구는 그러한 맥락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과물로 꾸준히 발간해 온 《관행 중국》이 100호를 맞았다니 그 또한 축하드린다.
은종학 _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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