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 당대회 1주년을 맞이하여 중국 언론에서 19차 당대회 개최 1주년에 대한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19차 당대회 정신을 다시 되새기자는 취지이다. 일반적으로 당대회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정신을 학습하자는 내용은 많이 있었다. 대체로 해당 대회 혹은 회의 개최 이후 3개월 전후하여 정신 학습을 위한 강조 지침이 하달되면 부문과 지역을 불문하고 학습에 참여한다. 그런데 19차 당대회 1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19차 당대회 정신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두 시각이 존재한다. 먼저, 지속과 계승 차원에서 이른바 19대 정신의 재학습 혹은 재강조는 1주기라는 의미 보다는 일상적인 사상 학습의 일환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다른 시각은 중국 내부에서 지난 1년 동안 제시되었던 방향 혹은 의제가 제대로 착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긴장의 끈을 동여매고 있다는 시각이다. 두 시각과 관점 모두 다시 19대의 비전과 방향을 재검토하거나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난 7월 초 개최되었던 전국조직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간부의 배양, 선발, 관리, 활용 등 강조도 이러한 맥락이다.
지난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중국공산당은 당관간부 원칙을 견지하고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여 6가지 간부 표준을 제시했다. 즉 좋은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덕재겸비(德才兼备), 이덕위선(以德为先)을 견지하고 오호사해(五湖四海)에서 간부들을 선발하고, 덕과 재능에 따른 임용(任人唯贤)을 견지하고, 사업위상(事业为上), 공도정파(公道正派)를 견지해야 한다. 게다가 간부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정치 영도 능력을 증강해야 한다. 또한 정치 영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전략 사고, 혁신 사고, 변증법 사고, 법치 사고, 한계 사고(底线思维)를 견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사상, 능력, 책임감, 작풍, 자율성이 강한 간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과 시진핑 주석의 생각이다. 따라서 공산당은 이러한 간부를 선발하기 위해서 특히 영도간부의 선발과 관리에 대해서 사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간부에 대한 강조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이러한 간부 강조는 중국정치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을 잘 보여준다.
중국정치의 경로의존성은 당국가체제라는 구조적 맥락에서 연유한다. 일반적으로 경로의존성이란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거기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경로 의존적이라는 말은 매우 보수적이고 변화와 발전이라기보다는 지속과 계승의 의미가 강하다. 즉 특정 경로에만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어 다른 현상이나 경로의 가능성을 애써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정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당국가체제의 반복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로 의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개혁개방 시기에 제도화된 일정한 지도부 교체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사실상 기존 패턴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어떠한 간부가 좋은 간부인가라는 명제의 답은 사실 덩샤오핑 시기나 장쩌민 시기나 후진타오 시기나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지금 시기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나 도량과 능력을 갖춘 우수한 젊은 간부를 선호하고 이들을 당과 국가사업에 투입하여 당에 충성하게 하는 게 간부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정치 능력을 높여야 하고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강조점도 기존 패턴과 다르지 않다. 간부들은 여러 방면의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종합적인 지식체계를 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간부에게 정치와 사상을 중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좋은 간부를 어떻게 잘 선발할 것인가도 사실 매우 경로의존성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중국의 간부 선발은 매우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물론 이러한 간부충원 시스템이 분명하게 외부로 드러나는 일은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부 합의라는 경로 의존적 인사 패턴은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한 매우 강력한 제도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간부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라는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간부 충원에서 현재 중국 내에서 주로 거론되는 요소는 크게 일곱 가지이다. 절대적 조건으로 거론되는 성과, 업적, 사회적 평가는 기본이다. 여기에 상대적 승진요건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나이(젊음), 학력, 직무 경험, 동료 평가, 지도자 네트워크, 기회, 기층 경험 등 일곱 가지이다. 이것을 그대로 간부선발에 활용하는 것은 과거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경로 의존적이다. 하지만 어떤 변수에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두고 선발할 것인가는 매우 논쟁적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간부들이 단계별 승진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계별 승진이라는 점에서도 간부 선발은 매우 경로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부적인 간부선발 요소에서 어떤 점을 중시할 것인가는 시대적인 변화 요인에 따라 얼마든지 증감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단계별 승진 자체는 매우 경로 의존적으로 고착화된 인사 선발 시스템이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다.
지난 7월 초에 열렸던 중앙조직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당의 간부선발 과정에서 여전히 단계별 승진이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부 선발이 여전히 경로 의존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심지어 신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전하는 지금도 간부 선발은 여전히 경로 의존적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차이치 베이징 서기와 같은 몇 단계를 점핑하는 간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실 이러한 점핑도 단계별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 시진핑 주석은 계속해서 기존 관행을 따르기만 하는 경로 의존적 행태를 보일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게 될 중요한 언급이 지난 조직공작회의에서 있었다. 즉 어떻게 해야 좋은 간부를 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단계별 승진을 기조로 하는 전제 위에서 ‘발탁’을 병행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했다. 물론 이전 시기에도 단계별 승진 안에서 두 단계를 넘어서는 점핑이 있었고, 이를 파격적인 발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탁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전면에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단계별 승진과 함께 ‘발탁’을 힘써 강조한 것은 경로 의존적 간부 선발 시스템을 일정하게 변화시키려는 일종의 현상 변경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간부 4화 정책에 따라 충원되었던 ‘50후’와 ‘60후’ 간부들이 대거 현직에 남아 있다. 이들은 당과 국가의 젊은 간부 선발이라는 80년대와 90년대 정책 변화에 따라 조기에 당과 국가, 대중사회단체 심지어 기업에 대거 포진해서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전에 이미 주요 포스트에서 단계별 성장을 해왔던 간부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단계별 성장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간부군(群)이라고 할 수 있다. 19차 당대회 보고 문건에 의하면 지난 18대는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5년이었다. 이 기간 간부 선발은 대부분 기존 패턴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로 의존적 패턴을 보여주었다. 19대는 신시대로 진입한 이상 새로운 것이 옛 것을 대체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이 매우 높은 시기이고 사실상 거의 모든 정책 사업에서 새로움이 옛 것을 대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로의존적인 단계별 승진도 새로운 ‘발탁’과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경로 의존적 간부 선발 패턴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당분간 ‘발탁’의 실험을 통해서 시진핑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게 입혀진 새로운 경로 의존적 패턴을 창출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권위를 통해서 이를 다시 관행의 출발점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간부 선발에서 ‘발탁’의 강조로 시작되고 있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아래 출처를 바탕으로 번역 및 다시 작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