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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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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의 업무 과잉, 편애인가 견제인가? _ 양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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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는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린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국내외 경제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거시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71월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했다.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81월 다보스 포럼에는 자신 대신 류허(刘鹤)를 연설자로 파견했다. 시진핑 주석 본인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 주목받은 것이 아니라 리커창 총리 대신 류허 당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겸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연설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류허의 등장은 시진핑 주석의 확실한 경제 책사이자 브레인이 바로 류허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일각에서는 국무원에서 리커창 총리의 영향력이 빠르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류허는 20183월 제13기 전국인대 제1차 회의를 통해서 정치국 위원 신분으로 국무원 부총리가 되었다. 네 명의 국무원 부총리 가운데 의전 서열은 꼴찌지만 영향력은 총리와 맞먹는 실세 부총리로 평가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3월 전국인대 국무원 인사개편 이후 주석령 1호를 발표하여 총리와 부총리 명단을 대내외에 공포했다. 주석령을 통해 국무원 의전서열은 리커창(李克强), 한정(韩正), 순춘란(孙春兰), 후춘화(胡春华), 류허(刘鹤)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분공에 따라 한정 상무부총리는 발전과 개혁(기구개혁 포함), 재정 등을 관할하고, 순춘란 부총리는 위생과 건강, 체육, 교육 등을 관할하고 후춘화 부총리는 삼농(三农), 부빈(扶贫) 등을 관할하고 류허 부총리는 상무(商务), 금융, 과학기술 등을 관할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물론 역대 부총리 분공 사례를 보면 분공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개인의 능력이나 담당 분야를 고려하여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내부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공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후춘화와 류허였다. 후춘화는 매우 리스크가 큰 부빈(扶贫)을 맡았다. 시진핑 주석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인 동시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은 업무 영역이다. 그 성과에 따라서 후춘화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류허 역시 만만치 않은 분야이다. 그가 맡은 분야는 무역, 금융, 과학기술 분야로 미국과의 한 판 승부가 예견되는 미중 첨예한 경쟁과 대립 분야 관련 업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둘 씩 국무원 영도소조, 특별위원회 등 다양한 업무가 부가되면서 국무원 부총리 분공에 따른 업무 외에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후춘화는 419일 국무원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주비위원회 주임을 맡았으며, 한정은 4월 장강경제벨트영도소조 조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업무 과중이 류허에게 나타나고 있다. 류허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진두지휘하는 현장 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이는 이미 분공에서 맡겨진 자신의 업무인 상무와 금융 관련 주요 이슈가 미국과 중국 간의 주요 갈등 소재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상 류허의 가장 중요한 현안인 동시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성과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20183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겸 당조 서기를 그만둔 것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허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을 그만두자 중국정부는 620일 바로 국무원 중소기업발전촉진공작영도소조(国务院促进中小企业发展工作领导小组) 조장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먀오위(苗圩, 공업정보화부장), 류쿤(刘昆, 재정부장), 가오위(高雨, 국무원기관당조 성원)와 함께 중소기업 발전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상무, 금융, 과학기술이라는 부총리 분공과는 사뭇 다른 영역에 책임을 맡은 것이다. 이 외에 류허는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중미전면경제대회 중국 대표, 중국유럽경제무역고위급대화 중국 주석 등을 맡아서 미중무역전쟁과 함께 다른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업무 과중에 최근 중국정부는 다시 세 개의 주요 업무를 류허에게 맡겼다.

 

먼저 지난 72일 류허는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주임으로 해당 회의를 주재했다. 국무원 금융위원회는 201711월 만들어져 설립 초기 마카이(马凯) 당시 국무원 부총리가 주임을 맡고 있었다. 해당 금융위원회는 20177월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 설립 필요성이 제안되고 겨우 4개월 만에 빠르게 설립된 기구이다. 중국이 금융에서 대외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읽혔다. 그리고 20181월 류허가 다보스 포럼에서 일성으로 강조한 금융업무의 대외개방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발언도 사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부총리 분공에 따라서 금융을 류허가 맡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이고 이는 분공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그가 맡은 책무는 분공과 크게 연관성이 없는 직무도 추가되었다.

 

726일 중국정부는 정부 홈페이지에 <국무원판공청의 국무원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구성 인원 조정에 관한 통지(国务院办公厅关于调整国务院国有企业改革领导小组组成人员的通知)>를 게시했다. 이 게시로 류허 부총리는 국무원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을 맡고 있음이 알려졌다. 해당 영도소조는 왕용 국무위원이 부조장을 맡고 영도소조 판공실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둔다고 발표했다. 국무원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샤오야칭(肖亚庆)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이 맡았으며 판공실 부주임은 웡제밍(翁杰明)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부주임이 겸임하였다. 결국 류허는 국유기업개혁에 대한 새로운 책무를 맡게 된 것이다.

 

며칠이 지나지 않은 730일 중국정부는 다시 정부 홈페이지에 <국무원판공청의 국무원안전생산위원회 구성 인원 조정에 관한 통지(国务院办公厅关于调整国务院安全生产委员会组成人员的通知)>를 게시했다. 그리고 게시된 명단에 따르면 국무원안전생산위원회 주임은 류허(刘鹤) 부총리가 맡았다. 왕용(王勇) 국무위원, 자오커즈(赵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황밍(黄明) 응급부 당조 서기, 왕위푸(王玉普) 응급부 부장, 멍양(孟扬) 국무원 비서장 등 5명이 부주임에 이름을 올렸다. 안전생산에 관련 일도 류허가 맡게 된 것이다. 이로써 류허는 부총리로서 맡게 된 분공에 따라 상무, 금융, 과학기술의 본연의 업무 외에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중미 경제대화 중국 대표, 중국유럽 고위급 대화 중국 대표, 중소기업 개혁, 국유기업 개혁, 안전생산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업무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당과 국가가 분공을 통해 업무를 나눠 집행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물론 오랜 기간 계통(系統)에 익숙한 정치문화를 완전히 탈각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업무가 전문화되면서 분공과 전문성을 결합한 업무 분담은 효율성 차원에서 계속 이어져왔다. 또한 간부 선발과 육성에서도 분공에 따른 성과 평가를 위해 분공을 주요 기제로 활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예컨대 후춘화의 경우 부빈이나 삼농에 업무가 특화되어 있다. 여기에서 성과를 내면 간부 성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고 성과가 미약하거나 오히려 기대하지 않은 결과를 양산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공에 따른 업무 분장은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고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성과 미비로 위험 결과를 초래하는 리스크일 수도 있다.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그 미션 수행을 간부능력의 평가지표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류허에게 부과되는 다양한 업무는 오히려 간부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의 제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칼의 양날과도 같다. 그리고 그 기회가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는 것도 편애 혹은 견제의 성격을 모두 갖는다는 점에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류허에게 집중되는 과중한 업무가 여러 해석을 낳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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