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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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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외사공작회의와 당중앙의 외교대권 _ 양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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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22일과 23일 양일간 4년 만에 개최된 중앙외사공작회의(中央外事工作會議)에서 시진핑 집권 2기의 대외관계 청사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외사공작회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외교의 큰 권한은 당 중앙에 있다(外交大權在黨中央)’는 이른바 시진핑 외교사상의 큰 그림이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중국 외교가 그리고 싶은 그림은 강한 중국을 이끌 수 있는 강한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시진핑 시기 들어서 개최된 외교 관련 몇 차례 회의에서 이미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시진핑 시기 들어서 개최된 몇 차례 외교 관련 회의를 복기해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1411월 개최된 제2차 중앙외사공작회의, 20165월 개최된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제1차 회의 그리고 622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 제3차 중앙외사공작회의의 내용을 보면 시진핑 주석이 생각하는 중국 외교의 구상이 보인다.

 

먼저, 20141128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 제2차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는 평화, 발전, 협력과 공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국내외 정세를 결합하여 발전과 안보를 사고하고, 평화발전과 민족부흥의 길을 견지하고, 국가주권과 안보 그리고 발전이익을 수호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2018515일 개최된 제1차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회의에서는 당 중앙의 외사공작에 대한 집중통일영도(集中統一領導)를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정세 발전과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특히 중국 특색 대국외교 신국면을 여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622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 제3차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는 시진핑의 외교사상을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외교사상으로 명명하고 중국 외교의 지도사상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번 회의를 보면 결국 중국은 외교에서도 당을 최우선으로 사고하는 당중심 외교를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를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외교사상(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外交思想)’으로 명명하고 지도사상의 지위로 격상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시진핑 주석은 당중앙 권위 수호를 통령(統領)으로 당의 대외공작에 대한 집중통일영도 견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사명으로 중국 특색 대국외교 추진 견지 세계 평화 수호, 공동 발전 촉진을 종지(宗旨)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 추동 견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근본으로 전략적 자신감 증강 견지 공동거래(共商), 공동건설(共建), 공동향유(共享)를 원칙으로 일대일로건설 추동 견지 상호존중(相互尊重), 협력공영(合作共贏)을 기초로 평화발전의 길 견지 외교구도 심화에 의거하여 글로벌 동반자 관계 조성 견지 공평(公平)과 정의(正義)를 이념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체계 개혁 견지 국가 핵심이익을 최저선으로 하는 국가주권(國家主權), 안보(安全), 발전이익(發展利益) 수호 견지 대외공작의 우수한 전통과 시대 특징 상호결합을 방향으로 중국외교의 독특한 모형 창출 견지 등 열 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이 현 국제정세를 과도기적인 변화의 시기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4628일 개최된 평화공존 5원칙 발표 60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현 국제관계를 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관계로 규정했다. 국제관계는 반드시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하는데 현 국제관계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국제관계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천 과제 열 가지 가운데 여덟 번째로 제시한 글로벌 거버넌스체계 개혁이 바로 국제관계 민주화의 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국제관계가 민주화되기 위해서는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역사관(歷史觀), 대국관(大局觀), 역할관(角色觀)을 수립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도기 국제정세의 변화 규율을 깊이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바로 역사 교체기 중국 외부환경의 기본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대외업무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유력한 외교사상으로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외교사상’, 이른바 시진핑 외교사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번에 열린 제3차 중앙외사공작회의 핵심 결론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중국은 향후 외사공작을 인류운명공동체 건설과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 대외개방의 새로운 단계 추동을 위한 일대일로심화, 총체적 안정과 균형발전의 프레임을 갖춘 대국관계 형성, 훨씬 우호적이고 유리한 주변외교 강화, 단결과 협력을 심화하고 함께 공동 발전하는 발전도상국 관계 설정, 중국과 세계의 심도 깊은 교류 등 여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앞서 거론된 것이 바로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 즉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국제관계의 민주화이다. 이는 현 국제관계가 불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기존의 하드 파워적인 방식이 아니라 소프트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국관계는 안정과 균형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주변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발전도상국과는 협력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의 구상이고 대국과 주변국과 발전도상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대응 수위와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큰 그림을 그려가는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시진핑 주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는 이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을 맡고 있다. 이 외에 리커창 총리와 왕치산 부주석의 역할도 주목된다. 리커창 총리는 이미 지난 514일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를 대체하여 새롭게 구성된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부주임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 전반기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부주임을 맡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리커창 총리의 부주임 임명은 중국 대외관계에서 경제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격상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왕치산 부주석도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위원을 맡아 공식적으로 외교 업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해당 회의에 참석한 왕후닝, 한정의 대외관계에서의 역할도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622일 제3차 중앙외사공작회의에도 왕치산이 참여했다. 왕치산은 국가부주석 취임 이후 필리핀 외교장관, 싱가포르 총리, 베트남 공산당 관계자, 네팔과 인도 외교부장 등을 접견하고 5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아직 구체적인 외교활동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왕치산은 경제외교 등을 포함하여 중국 외교의 큰 그림 그리기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외사공작회의에 참석한 것이 비중 있게 보도된 점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이번 중앙외사공작회를 통해서 당의 외교에 대한 지도 지위를 한층 명확히 했다. 그리고 시진핑 외교사상을 중국 외교의 지도사상으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사고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지도부의 대외 정세 인식에 기인한다. 즉 국제정세가 변화함에 따라서 중국이 직면하는 리스크와 도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특히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굳건히 수호하는데 외교활동이 집중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중대한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도 재차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플랫폼이 바로 일대일로건설이라는 점도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대일로건설도 시진핑 집권 2기에 계속해서 주목받는 핵심 외교사안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외교의 모든 권한은 당 중앙에 있다는 당의 지배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다짐이 있다. 당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외교 사안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번 중앙외사공작회의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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