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은 19차 당 대회에서 “당이 일체를 영도한다(黨是領導一切的)”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당의 최고 규정인 당장에 그것을 명기했다. “당, 정부, 군대, 민간조직(사회조직), 학교, 동서남북과 중앙의 모든 곳에서 당이 일체를 영도한다(黨政軍民學, 東西南北中, 黨是領導一切的)”는 표현이다. 이는 당이 민・관・군의 모든 조직과 중국 모든 곳에 무소부재(無所不在)의 일체를 영도하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시진핑이 2016년 1월 정치국상무위원회에서 제기했는데, 원래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사용된 표현을 그대로 따 온 것이다. 문혁 시기인 1974년 7월 1일 중공 창당 43주년 『인민일보』의 “당이 일체를 영도한다.”라는 제목의 사론에 그대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항일전쟁시기인 1942년으로, 항일근거지에서 당이 마땅히 일체의 기타 조직을 영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이 표현이 중국공산당의 이념이 급진화된 문혁 직전인 1962년 7천여 명의 간부들이 참석하여 ‘7천인대회’로 불리는 중앙공작회의 확대회의에서의 마오쩌둥 연설에서 다시 등장한다. “노동자, 농민, 상인, 학생, 병사, 정부, 당의 7개 방면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리고 문혁시기인 1973년 12월 중앙정치국회의에서 마오쩌둥이 “정치국이 전부를, 즉 당, 정부, 군대, 학생과 동서남북과 중앙을 관할한다”고 하여 이 표현을 다시 썼다. 1974년 『인민일보』의 사론은 그러한 표현을 종합한 것이다.
당이 일체를 영도한다는 것은 문혁 후기의 표현이며 개혁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중국이 공산당이 영도하는 당 국가체제이기는 하지만 개혁 이후 당이 일체를 영도함에 따라 당이 국가를 대체하는 현상이 생겨난 데 따른 폐단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덩샤오핑은 1980년 정치개혁을 제기하면서 핵심적인 문제로 “당과 정부가 분리되지 않고 당이 정부를 대체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당이 정부를 대체하는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당과 정부와 군대의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되어 당과 국가를 넘어서는 개인의 권위가 출현하는 현상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덩샤오핑은 당과 정부의 분리와 집단지도체제를 주창하였던 것이다.
1987년 13차 당 대회에서는 덩샤오핑의 그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당정분리를 정치개혁의 핵심적 과제로 삼았다. 그렇지만 1989년 천안문사건 이후 당정분리는 후퇴한다. 13차 당 대회에서 제기한 당정분리는 당과 정부의 직능 분리를 의미하며,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기관을 제외한 다른 기관에 설치되어 있는 당조(黨組) 폐지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당은 정부에 대한 인사와 정책 방침을 통한 영도는 하지만 조직(당조)을 설치하여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13차 당 대회에서 결정된 당정분리의 기본원칙이었다. 그러나 천안문사건 이후 그것이 후퇴하였다.
그렇지만 중공이 공식적으로 당정분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내용적으로는 수정을 하지만 덩샤오핑이 제기하고 당의 문건화된 당정분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중공에서 당정분리에 대한 공식적 부정이 등장한다. 왕치산(王岐山)이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 “당, 정부, 군대, 민간조직(사회조직), 학교, 동서남북과 중앙의 모든 곳에서 당이 일체를 영도한다”고 한 후, “당의 영도 하에 ‘당과 정부의 업무 분담(黨政分工)’이 있을 뿐이지 당정분리는 없다”고 한다.
이는 14차 당 대회 이후 당정분리의 실제 상황에 대한 반영이라는 점에서는 큰 변화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의 보편적 상황과는 다른 중국적 특색에 대하여 “제도에 대한 자신감(制度自信)”의 이름으로 과감하게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모색하고 있는 제도에 대한 단초를 보여주는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당이 일체를 영도한다”는 것은 단순히 ‘당정분리’만 부정하는 게 아니라 무소부재의 당에 대한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18차 당 대회 이후 민간조직(사회조직), 대학 등에 대한 당 건설 그리고 당의 영도와 관리에 대한 강화 조치들이 이를 보여준다. 그것을 반영한 것이 당장의 개정이며, 당 대회 보고에서 당의 군대에 대한 절대적 영도를 강조한 것이다.
게다가 당정분리가 권력집중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면, 그것의 부정이 지도자 개인의 권력집중에 대하여 가지는 함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19차 당 대회 당장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이 명기된 것은 물론, “중앙군사위원회는 주석 책임제이다”라는 규정과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견고하게 지킨다”는 표현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바로 시진핑의 개인적 권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이 글은 '아주경제'와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공동 기획한 『아주차이나』 [仁차이나 프리즘] 2017년 12월 21일에 게재된 것을 수정한 것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중국학술원 소장자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