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석 저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기획
『인천화교, 130년의 이야기: 옛길 사이, 작은 사연들』, 다인아트, 2017.8
이 책은 사진과 자료 등을 중심으로 130년의 인천화교역사와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삶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살아야 할 공간을 찾아 세상을 헤매는 이들의 행렬은 아득한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이어져왔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존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태어난 곳을 떠나 낯선 장소에 발을 멈추곤 했다. 그래서 바다를 건너 국경을 넘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고향을 등진 이들의 발걸음은 세상 곳곳에 그 족적을 남겨두고 있다. 인류사에서 해외이주는 항시 도전과 모험의 연속이었지만, 그에 값하는 열매를 맺기 위해 당사자들은 지난한 삶의 고투와 값비싼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근대 이후, 130년에 달하는 이주역사를 지닌 한반도 화교사회 역시 단속과 부침, 이산과 집중의 간난 세월을 거듭하는 가운데 오늘에 이르렀다. 화교는 해외이주민 가운데 가장 오랜 한반도 거주 연원을 지니고 있고 집단거주 형태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종족집단이다. 더불어 그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른바 차이나타운이라는 집단거주지는 중국의 전통적인 가치체계와 고유한 네트워크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국적인 장소이다.
수년 전부터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은 인천과 중국, 인천과 화교가 마음껏 오갈 수 있는 다리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화·인·화·교’(華·仁·和·橋, 중국과 인천을 잇는 평화와 화합의 다리)라는 제목으로, 인천차이나타운 및 화교사회와 관련된 기획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세 번에 걸친 국내전시회 외에도 2016년부터는 중국 칭화대학(淸華大學), 일본 고베화교역사박물관 등 해외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했고, 2018년에는 싱가포르 남양이공대학(南洋理工大學)에서 또 한 번의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는 한국의 화교 및 차이나타운의 존재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함이다.
필자는 세 번의 국내전시회와 두 번의 해외전시회를 개최하는 동안, 한반도에서 힘든 여정을 걸어온 화교들의 이주역사와 백년 넘게 타향살이를 하면서도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꾸준히 간직하고자 하는 화교들의 정신과 문화를 초보적으로나마 정리할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에 그동안 전시회를 통해 선보였던 사진과 자료 등을 중심으로 130년의 인천화교역사와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삶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기로 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생각에서 기획되었다.
‘인천화교, 130년의 이야기’라는 거창한 제명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주로 화교 개인들이 내놓은 오래된 앨범과 백여 년에 걸쳐 인천화교협회에 소장되어 있던 자료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화교들 스스로도 미처 몰랐을 게다. 본인들의 서랍과 장롱 속에 이렇게 많은 가족에 대한 기억과 자신들에 대한 역사가 잠들어 있을 줄은. 기억 속엔 늘 즐거움과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시 그 안에는 추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과 절망도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두터운 먼지더미를 이고 있던 앨범들을 기꺼이 내어주고 사진 속에 담긴 나름의 개인적 애환까지 솔직히 풀어내준 화교 이웃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신들의 렌즈 안에 담긴 본인의 얼굴은 그 자체로 삶이고 문화이다. 또한 그 삶과 문화가 차곡차곡 쌓이면 그것이 곧 역사이다. 인간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통해 기억을 되살린다. 이런 의미에서 화교들이 자신들의 기억을 역사화 하는데 이 책이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