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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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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경제’가 중국경제를 이끈다 _ 김부용

최근 중국이 소비시대에 들어서면서 그녀의 경제(她經濟)’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의 경제2007년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였으나,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중국이 소비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특히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된 최근 몇 년의 일이다. ‘그녀의 경제여성 경제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여성의 소비, 재테크 등 활동을 둘러싸고 생겨난 경제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이웃한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가족 내 결정력이 큰 편이었다. 그래서 여성이 하늘의 반을 지탱한다(婦女能頂半邊天)”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이는 마오쩌둥이 농촌합작사 운동 당시 여성의 참여를 독려해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외친 구호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성별에 상관없이 노동에 따른 보수를 받을 권리를 인정해줌으로써 사회발전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인정해주었음은 분명하다.

 

개혁개방 이후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의 기회가 확대되었으며, 이 같은 여성의 영향력 확대는 소비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가족 내 구매결정력의 75% 정도를 여성이 좌우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온라인 판매의 70%는 여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비 분야도 뷰티, 패션 등 전통 분야를 넘어 자동차나 주택과 같은 남성 위주의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여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여성들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남성에 비해 더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66%의 미혼남성이 결혼 없는 생활은 불완전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여성 미혼자의 52%만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여성세대가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고 절약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면, 중국의 소비 패턴을 급속하게 바꾸는 소비의 주체 - 80년대, 90년대에 태어난 소위 빠링허우, 주링허우 여성세대는 자신을 아끼자(對自己好一点)”는 것으로 사고방식을 바꾸었다.

 

최근 그녀의 경제가 모든 소비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그녀들이 주도하는 분야로 패션, 미용, 육아용품, 레저, 교육 등 5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패션은 전통적인 여성 주도의 소비 분야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패션이 식, 주와 더불어 기초소비 분야였다면 최근에는 사치품 소비, 개성화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패션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수요는 유행과 더불어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개성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패션 분야는 이너웨어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의 연간 이너웨어 구입량은 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너웨어는 이젠 단순히 이너웨어가 아니라 여성의 품위를 결정하는 아웃웨어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장품을 비롯한 미용 분야도 전통적인 여성 소비 분야로, 최근의 변화로는 기능성을 강조하고, 기초 화장품에서 색조 화장품으로, 제품에서 서비스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성형 열풍이 불면서 의료미용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중국 성형미용협회와 국가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의료미용 분야 시장규모는 연관 산업을 모두 포함해 5,500억 위안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에는 시장규모가 1조 위안으로 확대되어 브라질을 추월해 세계 2대 의료미용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육아용품 시장에서의 그녀들의 활약 또한 거세다. 특히 1980년대에 태어난 80허우와 90년대에 태어난 90허우들이 잇달아 결혼, 출산하면서 이들이 육아용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개성을 추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패셔너블한 신세대 엄마로 최근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인 라마’(辣媽)까지 탄생하였다. 라마는 매운 엄마또는 핫한 엄마라는 뜻으로 이들은 대부분 워킹맘으로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있으며, 이에 제품 구매 시 가격보다는 건강과 안전, 디자인 등의 요소들을 보다 중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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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분야에서는 관광, 헬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관광의 경우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여성들이 관광에 연간 1만 위안을 지출하고 있는데, 남성은 61%로 여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관광 소비지출이 2만 위안에 달하는 비율은 여성이 38%, 남성이 30%인 것으로 나타나 마찬가지로 여성이 보다 높았다. 또한 중국의 온라인 관광 서비스업체 뤼마마(驢媽媽)의 조사에 따르면 63%의 여성들이 절친과 함께 여행가기를 원하며, 95%는 최근 2년간 최소 1회 절친과 동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절친과의 동행 경향이 강해 최근 그녀의 관광이 관광업계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이밖에 헬스 분야도 여성의 소득수준 향상과 건강과 미에 대한 추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자기개발을 위한 교육이 부상하고 있다. 중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갈수록 향상되면서 현재 중국 CFO22%는 여성이며, 아마존 중국지사의 경우 사장 및 그 이상 직급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 각국에 퍼져있는 지사들 중 가장 높다. 여성의 직장 내 지위 향상과 소득수준의 향상은 관련 비즈니스 교육에 대한 지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녀의 경제는 패션, 미용, 육아용품, 레저, 교육 등 분야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소비를 이끌고 있으며 다양화, 개성화, 서비스화의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경제시대에 부응하여 업체들도 여심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38일 국제여성절을 맞이하여 일부 매장은 3.8할의 할인율을 내세우는가 하면 일부는 38위안부터 시작한다는 문구를 내세우기도 하였다. 또 일부 매장에서는 아예 3월을 여성의 달로 지정하고 한 달간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밖에 일부 매장은 인테리어를 로맨틱하고 패셔너블하게 바꾸는 등 여심을 흔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소비시장에 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소비 트렌드, 특히 그녀들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건강과 안전에 민감한 그녀들의 감성을 뒤흔들 수 있도록 웰빙과 녹색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행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그녀들의 심리를 파악해 패셔너블하면서도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승부하고, 감성적 및 충동적 소비성향에 맞춰 로맨틱하고 편안한 구매환경을 조성하여 체험소비를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김부용 _ 인천대학교 동북아통상대학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bit.ly/2sjXV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