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논법이 등장한 이후 등장한 핵심적 쟁점의 하나는 시진핑의 장기집권 가능성이다. 2022년 이후에나 현실화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논의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으나 금년 가을의 19차 당 대회에서 실질적인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논의할 수 없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중국의 헌법은 국가 지도자에 대하여 중임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당의 최고지도자인 당 총서기의 임기도 그러한 규정을 준용하여 운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불가능하다거나 공식적 임기의 끝이 그의 영향력의 종언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불변의 제도는 없으며 중국에는 퇴직 이후에도 원로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제와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하는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권한의 지속은 군대의 통수권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임기와 자격규정과 관련되며, 퇴직한 원로들이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중국의 특수한 퇴직 규정과 관례와도 관련된다. 19차 당 대회를 보아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거스르는 제도변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시진핑의 영향력 지속과 관련된 현재의 규정과 관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시진핑 권한의 연장 가능성과 그 범위에 대한 일정한 추론은 가능하다.
장쩌민의 길 후진타오의 길
중국에서는 최고지도부의 교체가 이루어지기 직전 또는 전전의 당 대회에서 최고지도부인 정치국상무위원회에 승계할 차세대 지도자 1-2인을 포함하는 관례가 1980년대 중후반이후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 하반기 19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정치국상무위원으로 시진핑보다 10년 젊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2022년 시진핑의 퇴진이 확정된 것이며 중국의 승계제도가 공고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경우에도 시진핑에게 제도적으로 장쩌민의 길과 후진타오의 길이라는 두 개의 길이 가능하다. 장쩌민의 길은 중국에서 반(半)퇴진이라고 부르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하는 것이며, 후진타오의 길은 ‘모든 것을 벗어 버리고 나가는(裸退)’ 현직에서의 완전한 퇴진이다.
제도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것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자격 요건과 관련된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자격 요건은 중국의 정치 개혁 과정에서 후퇴한 규정인데, 퇴직하는 원로가 완전히 퇴진하지 않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유지함으로써 정치개입을 통하여 태상황(太上皇)이 될 여지를 주고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원래는 정치국상무위원 중에서 선출한다는 명확한 자격 요건이 있었다. 그런데 1987년 13차 당 대회에서 그러한 자격 요건이 폐지되었다. 그것에 대하여는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덩샤오핑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격 요건의 폐지는 지도자들의 종신제 폐지와 당시 중국군대의 상황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종신제를 폐지하기 위해서 덩샤오핑은 1980년 당주석직을 맡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982년 12차 당 대회에서 중앙고문위원회를 설치하여 당 원로들의 현직 은퇴를 유도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83세인 자신이 1987년 정치국상무위원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었다. 그래서 13차 당 대회 이후 덩샤오핑은 더 이상 정치국상무위원을 맡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는 후야오방이 실각하였고 대신 총서기가 된 자오쯔양은 군대 경력이 없었다. 이에 비하여 당시 중국군대에는 많은 원로들이 있었으며, 혁명전쟁을 통하여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에서 혁명전쟁에 참전하였던 그들 원로들은 군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당에서는 중앙고문위원회라는 과도적인 기구를 통하여 원로들을 현직에서 물러나도록 유도할 수 있었지만 군대에서는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러한 조건에서 자오쯔양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군대를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덩샤오핑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함으로써 젊은 지도부에 대한 후견인 역할과 더불어 군대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였던 것이다. 덩샤오핑은 천안문사건 직후인 1989년 11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서 물러나고 장쩌민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승계한다. 그렇지만 이때도 장쩌민의 군대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1992년 14차 당 대회에서 76세인 류화칭(劉華淸)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임하여 군대를 관리하도록 한 것은 바로 군대의 그러한 상황과 관련된다.
그런데 문제는 점진적으로 군대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장쩌민이 2002년 덩샤오핑의 선례에 따라 정치국상무위원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한 것이었다. 완전히 은퇴하지 않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상황에 의하여 후퇴된 규정의 맹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의 지속을 꾀하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진타오는 장쩌민과는 달리 완전한 은퇴를 하였다. 그러나 장쩌민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제도적 규정은 여전히 변경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2022년 시진핑이 장쩌민의 길을 걸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퇴직 원로들의 권한
중국의 퇴직제도는 퇴직 원로들이 은퇴 이후에도 일정정도 현실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고 있다. 중국의 고위 간부들에 대한 퇴직제도는 종신제를 대체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의 최초 적용대상이 혁명원로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제도에는 퇴직자들에 대한 경제적 대우뿐만 아니라 정치적 대우도 규정하고 있다. 퇴직 규정에는 퇴직자들에게 문건에 대한 열람권과 중요한 보고의 청취 및 중요한 회의와 중요한 정치활동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중공의 내부 규정에서는 퇴직원로에게 퇴직 후에도 퇴직전과 동등한 문건 열람권을 보장하고 있다. 중요한 회의와 정치활동에 참석한다는 것은 당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나 인사 문제 등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규정은 퇴직 원로들이 단순한 자문뿐만 아니라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명원로들이 사라짐에서 따라 중국에서 권위의 원천이 제도로 변화되어 간다는 점에서 퇴직자들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하여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건 열람과 중요 회의나 정치활동에 대한 참석과 더불어 인적인 네트워크와 일정한 권력 자원이 더해진다면 퇴직 이후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공산당에서 2007년과 2012년 당의 새로운 지도부 탄생 과정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설명하였는데, 2007년의 설명에서 동년 6월 25일 16기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및 관련 책임자 400여명이 참석하여 1인 1표의 민주추천을 하였다고 한다.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이 350여명이었기 때문에 민주추천에 참석한 그 외의 인원은 대체로 원로들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18기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상무위원 선임과 관련하여 장쩌민 등이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것도 원로들이 가지는 영향력이나 권한과 관련된다.
이것은 시진핑이 완전히 퇴진하는 경우에도 당의 규정과 관례에 따라 여전히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시진핑의 퇴진 이후의 영향력 범위나 크기에 대하여는 현재로서는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당의 규정과 관례와 더불어 시진핑의 계승할 후계자들과의 인적 관계에 의하여 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진핑의 후계자는 시진핑이 독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로들과 더불어 현직의 다른 지도자들과도 협의를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당 내부 위계적 간부 구조와 승진체계에 의하여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한 구조 내에서 19차 당 대회와 그 이후의 과정을 통하여 시진핑이 얼마만큼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시진핑의 퇴진 이후의 영향력의 범위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은 아직은 블랙박스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확정의 영역이다.
현재로서는 시진핑이 장기집권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19차 당 대회의 결과를 통하여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진핑의 영향력이 비교적 오래도록 지속될 개연성은 있다. 크지는 않을지라도 정치국상무위원회에서 퇴진한 이후에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열려있으며, 규정과 관례에 따라 완전한 퇴직 이후에도 일정한 정도의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혁 이후 진행된 정치체제 개혁과 승계의 제도화로 인하여 그러한 권한과 영향력이 제도적 직위를 가진 현직자인 후계자의 권위와 권력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7년 중국의 정치적 변화 3】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