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수, 「변화된 경제 환경에 '조화 되기' : 2000년대 중반 이후 상하이 진출 한국경제인의 자기 규율」, 『중소연구』 제40권 4호(통권 152호), 2017.02.
2006년을 기점으로 ‘경제 수도’ 상하이는 베이징에 이어 한중 교류의 새로운 핵심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 논문은 ‘상하이에 뿌리 내리고 있는 한국경제인’(이하 상경인)이 2006년을 기점으로 왜 중국 국가·사회와 개인적으로 대면하며 이방인으로서 자기 규율을 중시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했다.
2006년 <11․5 규획>을 통해 중국 정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 결과 한국 자본은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산둥 이북으로 진출하던 방식이 아닌 고급·고가 소비의 매개 지점이 되는 동남부 연해안 진출 방식으로 전환해왔다. 따라서 오랫동안 한중 교류 연구에서 경시되어왔던 ‘상하이 경험’을 중심으로 21세기 한중 교류의 쟁점을 새롭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 진출 한국인들은 산둥 이북 진출 한국인들처럼 초기의 대규모 밀집, 전방위에 걸친 조선족의 보조, 코리아타운 형성 등 ‘민족적 공간’을 통한 공동체적 경험을 공유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하이의 글로벌 도시화에 따라 산둥 이북 지역 코리아타운에 비해 공동체의 분화·분산을 좀 더 일찍 경험했고, 그 결과 중국의 국가․사회와의 상호작용이 더욱 빈번해졌다.
한국인이 왕징의 베이징 코리아타운 등 중국 내 특정한 공간을 획득 또는 점유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던 것은 20세기 중국이 예외적으로 취약했던 시기의 산물이다. 그러나 상하이에서는 왕징과 상이한 형태의 새로운 한중관계의 유산이 형성되고 있다. 즉 공간이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관계가 매개되고 있고, 자원들도 더욱 폐쇄적으로 독점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법치 강화와 새로운 통치 이념 등장은 중국에서 ‘외국인’의 자기 규율 및 포섭이라는 쟁점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6년 3월 1일 <치안관리처벌법> 개정 및 2000년대 중반 ‘조화사회’ 담론의 사회적 확산은 상경인 스스로 중국의 국가·사회 울타리 속으로 ‘조화롭게’ 안착하도록 유인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 이전까지 상경인은 중국 정부의 관행적 묵인 하에 비합법적 수단을 활용하며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상경인은 중국 법에 대한 지식, 규범적 행동, 사회적 평판 등에 의존해야만 지금까지 축적한 ‘자본’을 잃지 않고, 또 중국의 국가․사회에서 ‘새로운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