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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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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뇌물일 수 있다 _ 양갑용

201646<중앙기검감찰보(中央紀檢監察報)>는 인민들이 바라보는 이른바 벼슬아치(官兒)’에 대한 속내를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매체는 기층 시찰을 위해 내려오는 관원들을 주민들이 모 주임, 모 과장 등 직책으로 호칭하는데 여기에서 대부분 의도적으로 ()’자를 빼고 부른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회적으로 부주임(副主任)이나 부과장(副科長)의 직책을 호칭할 때 자를 떼고 주임이나 과장으로 부르는 현실을 거론한 것이다. 이는 윗사람에게 비위를 맞추기(討好)도 좋고, ‘자를 떼고 호칭하여 윗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호칭이 은연중에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행태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언어 뇌물(語言賄賂)’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비판했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은 무형의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기부행위(給予行爲)’로 보고 있다. 예컨대 부직(副職)’정직(正職)’으로 부르는 것이 직접적인 물질 교환을 통한 재산상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더라도 일종의 잘 보이기 위한 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그리해야 한다는(上有所好, 下必甚焉) 생각이 만연되어 있고, 이것이 바로 뇌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부직정직으로 바꿔 부르는 행위, 예컨대 부국장(副局長)을 국장(局長)으로 부르고 부총장(副校長)을 총장(校長)으로 부르고 사장님(老板)’이나 형님(老大)’이라고 부르는 행위 역시 일종의 잘 보이기 위한 속내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뇌물의 성격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사회, 특히 당내에서 칭호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당내정치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關於黨內政治生活的若幹準則)>당내에서 모든 당원은 비록 담당하는 업무가 다를지라도 모두 평등한 동지(同志)’이며 전우(戰友)’이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상호 간에 동지라고 부르고 관직 명(官銜)’을 부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준칙>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이는 당내에서 통용되는 개념이지 정부나 인대기관, 대중단체 등 당외 기구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준칙>의 규정과 다르다. 당내 활동에서 상호간에 동지라는 호칭을 듣기는 매우 드물고 심지어 당위원회 회의에서도 심지어 당내 소조 회의에서도 당원 간에 동지라는 칭호보다는 관직 명을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중국 당국이 당내 관원 상호간 호칭에 대해 사회적 관행을 무시하고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흥미롭다. 이른바 부직정직을 구분하지 않고 를 떼어 부르는 행태를 고깔모자(戴高帽)’ 씌우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현물을 통한 비공식적인 관행인 뇌물과는 그 차원이 다른 언어적 유희를 뇌물로 간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당내 당원들에게 말조심하라는 일종의 무형의 압력을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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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기율을 책임지는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이러한 언어 뇌물을 바로 당내 부패의 온상이라고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즉 상대방에게 고깔모자를 씌우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상대를 띄워주고 겸손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되어가서 좋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일수록 상급자의 말과 안색을 통해서 그 의중을 헤아리는(察言觀色)’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것만 헤아리게 된다고 본다. 그 결과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좋은 말에 경도 되어 점점 못이기는 체하게 되고 아래 사람들은 점점 그 마음을 얻어내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이 결국 부패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중국 당국의 표현대로 또한 당연히 뇌물일 수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이러한 사탕발림같은 언어 표현에 대해서 지도자가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행위 또한 뇌물’, 언어적 뇌물로 본다는 점이다. 즉 지도자들이 이러한 호칭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잠재적인 뇌물수수라는 이익 사슬을 만들어낸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당내에서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언어 뇌물이 되어 반부패 투쟁을 침식하고 급기야 인민에게 봉사한다(爲人民服務)’는 중국 당국의 근본적인 대의(宗旨)를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훨씬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교언영색(巧言令色)’과 같은 언어적 유희가 사실 법률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언어 뇌물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상급자에게 아첨하고 아부하는 발언이 비록 법률 위반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일들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반드시 당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기풍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우려의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언어 뇌물을 거절하는 것이 당내 기풍을 바로 잡는데 중요한 관건 요소이다. 겨우 말 한마디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후과가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결국 상급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듣기 좋은 말 한마디가 기풍의 문제이고, 당원간부의 이른바 관본위사상의 숙주라는 점에서 관료사회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직명에서 자를 떼어내고 부르는 호칭 현상을 일종의 언어 뇌물이라고 보는 데는 음성적 부패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중국 당국은 부패의 출발이 매우 은밀하고 내부적인 친소관계(親疎關係)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호칭을 통한 일종의 존경심의 발로가 사실상 그 기저에서는 소위 말하는 잘 보이기 위한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식석상에서 기존 관직 명을 줄여 부르는 행위를 단속하고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동지라는 표현을 강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널리 전파한다고 해도, 사실상 호칭이라는 것이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 표현되는 이른바 내적 관계를 드러내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것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단속할 수는 없다는데 문제의 소재가 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당성(黨性)과 당기(黨紀), 당규(黨規)에 대한 교육 강화, ‘관본위관념 혹은 사상에 대한 비판, 당기나 당규가 국법보다 엄격함을 강조, 인민에 대한 봉사가 공복이 가져야 하는 첫 번째 임무라는 당위성의 설파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위법 사항을 문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도이다. 다음으로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거나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을 당원이나 간부 개개인의 대오각성과 엄정한 자세, 맑고 바른 관료적 자세 등을 선양하는데 머물러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교육을 통해서 호칭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개인의 자각을 통한 경계의 시선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달리 분명한 방법이 없다. 여기에 바로 중국 당국의 고민이 내재되어 있다. 이미 관행으로 정착된 말의 성찬뇌물로 간주하고 이를 방지하고 제어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강조에 나선 것은 중국 사회가 여전히 시스템과 제도에 의한 거버넌스보다는 개인의 충성과 마음가짐에 의해 굴러가는 인적 요소가 깊이 내재된 제도화된 관행이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칭과 관련하여 이는 부르는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사실 피호칭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문제이다. 불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주임이라는 호칭보다는 자를 떼고 주임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이는 자신의 지위를 격상시켜준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위신과 관련하여 굳이 내치지 않아도 되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호칭의 만연은 관료사회를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보편적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호칭의 만연을 뇌물로 인식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당국의 노력이 반부패 관련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이른바 좋지 않은 만연된 인식을 제어하고 사정의 긴장감을 유지하겠다는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뇌물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법 집행 차원에서 보면 언어 뇌물을 처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는 언어 뇌물이 또 다른 정신 강화를 위한 옭죄기의 한 방편으로만 접근하는 것이지 사실상 처벌의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원들을 대상으로 언어 뇌물또한 일종의 뇌물이기 때문에 관원들이 앞서서 솔선수범하고 순결성을 지켜달라는 권유나 선전 차원에서만 머물 가능성이 있다. 관원들에게는 일종의 관행으로 정착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오랜 습속과 또 다른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말을 가려해야 하는 새로운 관행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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