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 BYD가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며 기존 상용버스 중심 사업에서 승용차 부문까지 확장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BYD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품질 및 내구성에 대한 신뢰 부족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BYD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과 ESG 경영을 강조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제로 BYD는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글로벌 ESG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이다. BYD는 2030년까지 모든 생산 공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태양광 패널 설치, 풍력 발전 계약 확대, 그리고 재생에너지 인증(RECs) 구매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1) 환경과 사회 부분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부분에서도 2024년 신랑재경(新浪财经)이 선정한 ESG 우수기업에 ‘최고 책임상(金责奖)’을 수상하며,2) 중국 내 ESG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 1. ESG 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BYD의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기업의 ESG 활동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기업 경영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자산 규모는 2023년 기준 30조 3천억 달러를 초과하였으며, 특히 미국 외 국가들의 비중은 21조 9천억 달러로 2020년 대비 20% 증가했다.3) 또한,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대형 자산 운용사는 ESG 성과가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기업의 ESG 활동을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삼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속가능 금융 공시 규정(SFDR)을 통해 금융기관이 투자 자산의 지속 가능성 위험과 사회·환경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4) 중국 기업들 역시 ESG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실행되는 해외 기업들과는 다르게 중국 내 기업의 ESG 활동은 정부 주도의 국가적인 목표로서 강력한 정책을 통해 실행되고 있다. 2006년 선전 거래소는 ‘선전증권거래소상장기업 사회책임가이드(深圳证券交易所上市公司社会责任指引)’를 통해 상장기업의 사회책임제도를 최초로 언급하였으며, 2008년에는 상하이거래소가 ‘상장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담업무 강화통지(关于加强上市公司社会责任承担工作通知)’를 통해 이를 점진적으로 체계화하였다. 또한, 2008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일부 상장기업에 CSR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권고하였고, 같은 해 사회과학원에서도 CSR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가 공론화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지침은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생태문명(生态文明)’ 전략과 결합하며 본격적으로 국가적 목표로 자리 잡았다. 2013년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면적 심화개혁 중대문제에 대한 결정(全面深化改革若干重大问题的决定)’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국유기업 개혁의 목표로 설정하였고, 2015년에는 중국인민은행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이 ‘사회적책임가이드(社会责任指南)’와 ‘사회적책임보고 작성가이드(社会责任报告编写指南)’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업의 ESG 활동을 촉진하였다. 2016년에는 중국 정부가 ‘녹색금융시스템 구축 가이드라인(关于构建绿色金融体系的指导意见)’을 도입하며 ESG를 국가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최근 들어 중국은 이러한 ESG 정책을 더욱 체계화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며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였고, 2024년에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상하이, 선전,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의 ESG 보고서 공시를 2026년부터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5)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재무부를 포함한 9개 부처가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기준(企业可持续性披露标准)’을 확정하여 2030년까지 모든 기업으로 ESG 공시를 확대할 계획이다.6) 2026년 유럽연합을 필두로 주요 국가들도 공시 의무화가 시행된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걸쳐 시행되는 것과는 달리 중국은 정부 주도로 Top-down 방식으로 정책이 시행된다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즉, 중국에서의 ESG 활동은 기업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비시장 전략(non-market strategy)'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시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제 기준 부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 등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알리바바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5년까지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에서 1.5기가톤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겠다는 ‘Scope 3+’ 목표를 제시하였다.7) 이를 위해 데이터 센터를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 최적화로 2023년에는 약 600만 톤의 탄소배출을 절감했다. 화웨이 역시 ‘녹색 ICT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연간 10억 kWh의 전력을 절감하며 지속 가능한 디지털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8) 샤오미는 ‘녹색 제품 전략’을 통해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개발하며, 2024년에는 소비자 전자 제품의 재활용률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9)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ESG 정책과 전략을 기반으로 기술 혁신과 친환경 목표를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2. 알리바바 그룹의 ESG 활동 보고서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ESG 활동은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낸다. 먼저 ESG 활동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 기업들의 ESG 활동은 정부의 지침과 규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주요 해외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오랜 기간 논의를 걸쳐 시행된 ESG 활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중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SG를 내재화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정부가 요구하는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평가와 규제를 의식한 기업들은 실질적인 ESG 성과를 도출하기보다는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홍보 캠페인, 이벤트 중심의 활동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접근은 ESG의 근본적인 목적성과 상충되며 실제로 환경보호나 사회적 책임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외국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은 200여 개의 중국 기업 중 7개의 기업만이 전체 3등급인 A를 받았으며, B와 C등급이 63.9%를 차지하였다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10) 즉, 정부 주도의 ESG 활동은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이 아닌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할 위험이 있으며, 중국 국내의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에 치우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의 사회·정책적인 요구에 따른 과도한 기부금 지출도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나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과도한 기부금을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가 실제로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기업의 ESG 목표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즉, 기부금이 ESG 활동의 차원이 아닌 정부의 요청이나 압박에 따라 단기적인 목표 충족을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이 장기적인 ESG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자원을 낭비하게 만든다. 특히 지방 정부나 기업 내 당 조직(党组织)이 지역 사회 기부나 특정 프로젝트 지원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기업은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ESG 성과로 활용하기 위해 과도한 기부금을 지출하게 된다. 이는 결국 기업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고, 주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ESG 활동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ESG 활동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ESG 정책이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이 이를 넘어 자체적인 지속 가능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ESG는 단순히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ESG 활동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국유기업은 물론이고, 민영 및 외자기업에 대한 압박과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기업이 정부 정책의 틀 안에서 자율적인 ESG 접근법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부와 같은 사회적 책임 활동을 단기적 이미지 개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핵심 전략과 연계시켜 기업을 둘러싼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ESG 활동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정부의 압력과 규제를 넘어선 내재적인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중국 기업들은 ESG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글로벌 지속 가능 경제를 선도하는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수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참고문헌
1) https://www.esgre100.com/news/articleView.html?idxno=216&utm_source=chatgpt.com
2) https://finance.sina.com.cn/esg/2025-01-16/doc-ineexptz8748162.shtml
3) https://www.gsi-alliance.org/members-resources/definitions-for-responsible-investment-approaches/
4) https://www.lawtimes.co.kr/LawFirm-NewsLetter/195341?utm_source=chatgpt.com
5)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5810&utm_source=chatgpt.com
6)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3514&utm_source=chatgpt.com
7) https://kr.alibabanews.com/alibabagroupcarbonneutrality/?utm_source=chatgpt.com
8) https://www.huawei.com/kr/news/kr/2022/4/green-development-2030?utm_source=chatgpt.com
9) https://www.mi.com/global/about/sustainability
10)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00208621?utm_source=chatgpt.com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1. https://www.bydglobal.com/en/SocietyDevelopment.html
사진2. https://www.alibabagroup.com/en-US/e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