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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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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明朝)의 유민이 세운 호찌민시의 명향가성회관(明鄕嘉盛會館)의 유물 _ 이정희

베트남 호찌민시 제5군의 명향가성회관(明鄕嘉盛會館)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달리는 번화가인 쩐훙다오 거리(Đường Trần Hưng Đạo, 陳興道路) 380호에 자리해 있다. 초라한 정문 앞 간판에는 밍흐엉자타잉(Minh Hương Gia Thạnh)’ 그 아래에 한자로 明鄕嘉盛이라 적혀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작은 간판에 歲次壬子年仲秋月公造라고 적혀 있다. 임자년 음력 8월 지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철문 우측의 베트남어 간판에, 이 건물은 1789년 명향인(明鄕人) 조상의 기부로 건축했다고 적혀 있으며, 베트남 문화통신부에 의해 199317일 역사문화유적으로 공인되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 반대편에는 베트남어로 역사문화유적 공인의 간판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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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쩐훙다오 거리의 명향가성회관

 

가성회관 대청의 벽면에 중수 비문 2개가 있다. 이 비문에 의하면, 1839년과 1901년에 대대적인 건물 수리를 했으며, 1962년에도 한번 수리를 했다고 한다. 회관은 크게 정전(正殿)과 후전(後殿)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전의 정면에는 각종 편액이 걸려 있다. 정면 상방에는 嘉盛堂 明鄕社公立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가성당은 가성회관을 가리키며, 명향사가 가성당을 세웠다는 의미이다.


명향사의 연원은 다음과 같다. 명청교체기에 베트남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화인이 많았다. 대표적인 명조의 유신(遺臣)인 진상천(陳上川)과 양언적(楊彦廸)16793천여 명의 병사를 이끌고 베트남 중부의 다낭항으로 이주했다. 베트남 남부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응우옌 왕조에 망명한 명조 유신의 일파는 호이안에 머물면서 명향사(明鄕社)라는 마을을 설립하고, 진상천과 양언적 일파는 메콩 델타 지역의 개척에 종사했다.


이들 화인은 베트남 남부의 발전에 공헌했으며, 17세기 말 베트남의 판도에 포함된 현재의 호찌민과 비엔호아에서 명향사를 설립했다. 명향사에 적을 둔 화인은 병역이 면제되었고, 조직 내 자치가 용인되었으며, 과거 응시의 자격이 부여되었고, 토지취득의 권리가 부여되는 우대조치를 누렸다. 프랑스 통치시기(1887-1945) 인도차이나 식민정부는 응우옌 왕조의 정책을 답습하였으며, 프랑스와 중국 간에 명향인 후손의 국적 문제가 발생하자, 그들의 신분은 베트남인아시아외국인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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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명향가성회관의 정전과 편액

 

회관의 정전 중앙에 모셔진 것은 용비(龍飛), 오토존신(五土尊神), 오곡존신(五穀尊神), 동주사령(東廚司令), 본경성황(本境城隍)이다. 용비는 실제로 명조 황제의 연호는 아니고 명향인이 만들어낸 연호이다. 청조 때 베트남과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여 가상의 명조 황제의 연호를 창작해냈다고 한다. [사진 2]의 정면 우측 아래에 용비 연호가 기재된 편액 龍德正中을 확인할 수 있다.


정전 우측에 모셔진 인물은 상기의 진상천과 정회덕(鄭懷德, 1765-1825), 완유경(阮有鏡, 1650-1700), 오인정(吳仁靜, 1761-1813)의 네 명의 명향인 선조들이다. 회관 후전에는 역대 회관 경영에 공이 큰 명향인 후손을 기리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전에서 후전으로 가는 통로에는 1975년 베트남 통일 이전까지 정성공의 신위가 모셔져 있었다고 한다.


정전에 걸린 편액 가운데 敦本睦隣正氣長存1960년대 중화민국(대만)의 총통이던 장제스와 행정원장이던 천청(陳誠, 1898-1965)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 각각의 편액에 두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1975년 베트남 통일 후 정치적인 이유로 모두 이름을 삭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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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명향가성회관의 정문

 

 화교·화인의 세계’ 11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참고문헌

蔣爲文(2024), 唐山過越南: 越南明鄕人族同轉變kap地化硏究, 亞細亞國際傳播社, pp. 159-171.

응우옌 티 탄 하(2022.7), 베트남의 중국계 주민 명향(明鄕)’에 대한 역사적 고찰, 비교중국연구3(2), 인천대 중국학술원, pp. 1-40.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모두 필자가 2022년 8월 1일 촬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