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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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4년 만에 태평양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_ 구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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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일 중국 국방부는 당일 오전 844분에 인민해방군 로켓군이 태평양에 1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에는 모의 탄두가 장착됐으며, 지정해역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발사훈련이 연례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어떤 국가나 목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며, 중국은 사전에 관련국에 이를 통보했다는 간략한 내용이 덧붙여졌다. 그 외에 자세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의 ICBM 관련 공식발표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 번째는 1980518일 중국이 둥펑(東風: DF)-5 미사일을 태평양에 시험 발사한 것이고(중국에서는 이를 580임무라고 지칭), 두 번째는 199982DF-31 미사일의 시험 발사 발표였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ICBM을 시험발사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북한, 인도뿐이다. 죽의 장막으로 알려진 중국이 이런 군사기밀을 발표한 것은 특정한 의도가 있음이 자명하다. 중국은 왜 이 시점에 ICBM을 발사했으며, 왜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을까?

 

중국은 소련과 갈등을 겪기 시작하면서부터 독자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여 소련과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소련으로부터 들여온 R-2 미사일을 복제하며 연구하기 시작했고, 196410월 원자폭탄, 그리고 19676월에 수소폭탄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19653‘84()’ 계획을 수립하여 핵 투송 수단을 개발했다. ‘84은 제7기계공업부가 제정한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전계획(地导弹发展规划)> 1965-1972)의 간칭이다. 이에 따르면 1965년부터 19728월까지 총 4종의 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DF-2, DF-3, DF-4, DF-5)을 개발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연구 개발이 8년 지연되어 19805DF-5의 대륙간 비행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실제로는 15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의 실전배치는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개발과 실전배치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DF-5는 총 18개의 사일로에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세대 ICBM의 개발도 프로젝트 취소, 책임자 교체, 비밀 누설, 시간 지연, 연속 발사 실패 등을 겪었고, DF-31199982일에야 첫 시험발사에 성공해 그해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DF-5는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이다. 평소에는 부식의 위험 때문에 연료통을 비워두었다가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하기 때문에 발사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DF-31은 고체연료 추진식이기 때문에 즉시 발사가 가능하다. 현재 DF-31은 퇴역했으며, 그 개량형인 DF-31A24개의 발사대, DF-31AG48-56개의 발사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세대 ICBMDF-41이다. 이 역시 DF-31과 마찬가지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2012년 첫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DF-31과 차별점은 다탄두(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라는 것이다. , 로켓에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고 대기권 밖에서 분리시켜 각각 다른 목표를 동시에 타격하는 무기이다. 최근에 개발된 만큼 수량도 제한적이다. 12개 내지 20개의 발사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ICBM 발사 당시 사진을 보면, 시험발사에 쓰인 미사일은 DF-31AG로 추정된다. 현재 중국 ICBM의 주력은 DF-31AG이므로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발사장소는 의외이다. 원래 중국 미사일은 주취안 위성발사센터(개혁전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제20시험훈련기지)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곳은 발사지와 목표지가 너무 가까워 더 이상 사거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중국은 동북에 미사일 시험지를 건설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여기에서 신장 타클라마칸 사막 남쪽의 목표 지역까지는 기본적으로 4000km 정도 되므로 중장거리 미사일의 전 과정 시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험 발사장소는 하이난의 원창(文昌)위성발사장이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비행하면 1, 2차 로켓의 투하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내륙 지역에서 발사시험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공간을 고려하여 매우 높은 궤적으로 발사한다. 그러나 하이난에서 발사하면 실제 상황을 연습할 수 있는 경험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결점을 파악할 수도 있다.

 

중국은 적어도 하루 전에 미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및 기타 주변 국가에 미사일 발사계획을 통보했다. 발사 목표지점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주변의 프랑스 배타적 경제수역 바로 외곽 지역으로 밝혀졌다. 발사 지점과 목표 지점 사이의 거리는 약 11,500킬로미터이다. 사전 통보를 받은 미국은 이를 탐지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RC-135S 정찰기를 이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한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따르면 RC-135S 정찰기 한 대가 이륙해 미사일 시험비행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러나 정보 수집에 실패했다는 말도 있다. 미 공군의 RC-135S 3대 중 하나인 61-2662기가 베이징 시간으로 925일 오전 00:18분 동중국해와 황해 접경지점에서 응답기를 켠 뒤 1시간 40분 만에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귀환했다는 것이다. 즉 발사지점과 시간을 잘못 예측하여 실제 미사일 발사시간 이전에 엉뚱한 곳에서 정찰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시험발사를 공개한 의도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최근의 대립 상황을 보아야 한다. 대만과의 갈등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남중국해에서의 대립이 가장 첨예하다. 우선 세컨드 토머스 사주(Second Thomas Shoal; 중국명 런아이자오 仁爱礁; 필리핀명 아융인 Ayungin) 갈등이 있다.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사주에 상륙함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를 좌초시킨 뒤 이 배에 소수의 해병대원을 상주시켜왔다. 이에 중국은 필리핀이 해당 지역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병대원에게 보급품과 건축 자재를 전달하려는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쏘는 등 충돌을 일으켜왔다. 두테르테 대통령 시기에 필리핀은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얻는 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2022년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필리핀의 세 번째 수출 시장이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친미적인 현임 마르코스 대통령 시기에 들어 갈등이 다시 격화됐다. 올해 3월 중국 해경이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6월에는 중국 해경이 필리핀 선박을 검색해 무기를 압수하기까지 했다. 이를 지원하듯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이 필리핀 부근까지 접근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런 충돌은 이후 몇 번 반복됐다.

 

8월 말에는 사비나 사주(Sabina Shoal; 중국명 셴빈자오 仙賓礁; 필리핀명 에스코다 Escoda)에서의 충돌도 발생했다. 중국과 필리핀은 상대편 선박이 자국의 선박에 고의로 충돌했다고 서로를 비난했다. 필리핀은 중국이 사비나 사주를 매립하려 한다고 의심하여 대형 해경선 테레사 마그바누아(Teresa Magbanua)호를 418일부터 해당 해역에 파견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해군함정 6, 해경선 3, 민병으로 추정되는 어선 31척 등을 파견했다. 831일 결국 필리핀과 중국 선박이 충돌했으며, 충돌의 여파로 테레사 마그바누아호는 9월에 선박의 수리와 선원들의 치료를 위해 철수하고 대신 다른 함정을 파견했다.

 

미국은 이런 충돌에서 필리핀을 배후 지원하고 있다. 3월에 마닐라를 방문한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필리핀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역외 국가의 개입이 남중국해 갈등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군사동맹 관계인 필리핀은 2023년에 미군 기지 수를 4개 늘려주어 총 9개가 됐고, 미군도 중국 견제에 필리핀을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체계인 타이폰(Typhon Missile Launcher) 배치다. 올해 4월 미국은 필리핀과의 연례 연합훈련을 위해 필리핀 북부에 타이폰을 들여왔다. 타이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사거리 1600km로 중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은 이를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원래 타이폰을 단기간 배치하기로 했으나 최근 필리핀 관리들은 배치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아마 미군과 필리핀군의 연례 연합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이 개최되는 4월까지는 타이폰이 계속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필리핀에 더해 일본 등 주변국에까지 타이폰이 배치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필리핀은 미국 이외의 국가와도 군사적 협력을 강화했다. 925일 일본 자위대 구축함 사자나미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여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는 미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5개국 연합군사훈련을 하기 위한 이동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기울였다. 910일 태평양을 담당하는 중국 남부전구 사령원 우야난(吴亚男)과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 파파로가 영상통화를 했으며, 918-20일 개최된 인도태평양 사령관 회의에서 양자는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9월 중순 샹산포럼에서는 미국의 국방부 부차관보와 중국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지도부가 미중 국방부 실무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의 입장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했고, 중국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 시험 직후에도 중국은 928일 스카버러 사주(Scarborough Shoal; 중국명 황옌다오 黃岩島; 필리핀명 파나타그 Panatag) 부근에서 해공군 훈련을 실시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중국의 로켓군 상황이다. 20236월에 로켓군 수뇌부에 대한 조사 소식이 언론에 처음 전해졌다. 조사대상으로는 로켓군 사령원 리위차오(李玉超), 부사령원 류광빈(劉光斌), 전 부사령원 장전중(張振中), 우궈화(吳國華)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731일에는 로켓군 사령원에 해군 부사령원 왕허우빈(王厚斌), 정치위원에는 공군 출신 쉬시청(徐西盛)이 임명되어 각각 상장으로 진급했다. 그동안 언급이 없던 로켓군 정치위원 쉬중보(徐忠波)까지 교체됐다. 전문성이 필요한 로켓군 사령원이 교체된다면 다음 계임자는 로켓군 중장들 가운데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해군 출신을 임명한 것은 로켓군 내부의 장비문제와 관련된 부패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로켓군 장비에 상당한 문제가 있으며 향후 몇 년 동안 로켓군 운영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발사 시험은 그런 예상을 불식하고 로켓군이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상대방에게 오판하지 말라는 신호이다.

 

또한 중국 국방부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연례적인 훈련계획이라는 대목이다. “연례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앞으로도 태평양에 ICBM을 발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과 주변국의 대응에 따라 지속적으로 ICBM을 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6월에 발표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핵전력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는 410개에서 500개로 증가했으며, 미국 국방부는 2030년에 약 1000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다 우려할 만한 일은 소량의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여 고도의 전투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보고이다. 중국의 핵태세가 선제불사용 원칙에서 경보시 발사(launch-on-warning: LOW)로 전환됐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이런 위험 상황을 통제할 조치들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구자선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导弹也能旅游东风31AG的全球之旅】 https://lrl.kr/pM4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