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이지 않은 3중전회
3중전회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회의 세 번째 전체 회의를 가리킨다. 개혁개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1978년 11기 3중전회 이후 3중전회는 몇 가지 점에서 규칙성을 가지면서 개최되었다. 3중전회는 대체로 당대회 다음 해 4/4분기쯤에 개최되었으며, 당대회에서 결정된 전반적인 전략적 방침을 바탕으로 새로운 중앙위원회에서 중심적으로 추진할 중단기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결정을 한다. 19대 중앙위원회에서 개헌을 위하여 당대회 직후 중앙위원회를 급하게 한 번 더 개최하는 바람에 4중전회가 3중전회의 역할을 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예외가 없었다. 그러나 20기 3중전회는 통상적인 3중전회보다 8-9개월이 늦은 지난 7월 15일부터 18일 사이에 개최되었다.
회의 개최 시기만 통상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7월 15일 신화사에서 「개혁가 시진핑(改革家習近平)」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시진핑이 덩샤오핑에 비견되고 시진핑 시기에 개최된 18기 3중전회가 11기 3중전회만큼 중요한 전환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시진핑과 시진핑의 업적을 찬양하는 글이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중국의 공식적인 매체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시진핑을 예찬하는 글이 사라진 후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 군부의 쿠데타설 등 온갖 소문이 인터넷에서 난무했지만, 7월 20일 시진핑이 주중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 7월 19일 사망한 응우엔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를 조문함으로써 대중 매체에 등장하면서 그러한 소문은 잦아들었다.
「개혁가 시진핑」이 사라진 이유는 글에서 시진핑의 1980년 안후이 농촌개혁 조사를 1978년으로 잘못 기재한 중대한 사실 오류1)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으로 보이지만, 블랙박스 안에서 진행되는 중국 정치와 중앙위원회에 대한 흥미를 끌게 하는 작용을 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에서 당의 최고지도자 관련 기사는 선전부의 최고책임자뿐 아니라 당의 일상 업무를 책임지는 중앙서기처의 검토를 거친 후 발표된다. 그런 점에서 당의 목소리인 신화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당의 최고지도자 관련 기사가 사라진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중대한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20기 3중전회는 개최 시기뿐 아니라 회의 도중 발생한 시진핑 예찬 중요 기사 삭제와 그로 인한 온갖 소문 유포로 인해서도 통상적이지 않은 회의였다.
통상적이지 않은 회의의 ‘상투적’ 결정
중공은 20기 3중전회의 결정 즉, 「중공중앙의 진일보한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결정」을 18기 3중전회의 「중공중앙의 전면적 개혁 심화에 관한 약간의 중대 문제에 관한 결정」의 자매 편으로, 중국 개혁의 전환점으로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해외 관측자의 평가는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당장 중국이 봉착한 경제침체에 대한 어떤 해법도 내놓지 않았고, 2029년 건국 80주년을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목표의 중간 단계로 제기한 것 외에는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상투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2029년을 제기한 것이 2027년에 예정된 다음 당대회 이후를 목표의 시점으로 설정함으로써 시진핑의 4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도 한다. 또 혹자는 2023년 2월 「20기 2중전회 공보」에서 당의 지도사상으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만을 언급한 데 비해, 이번 공보와 문건에서는 그 앞에 기존과 마찬가지로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삼개 대표’ 중요사상, 과학적 발전관을 나열한 것이 시진핑의 사상적 권위의 후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진핑의 임기 지속은 시진핑의 건강 문제, 중국 내부의 시진핑에 대한 여론과 그것의 공산당 통치 지속에 대한 유불리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20기 2중전회 공보」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만을 언급한 것은 문장의 맥락상 당의 지도 사상을 나열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점에서 지도 사상 혹은 지도 사상의 강조점 변화와는 무관하다.
그러니 「20기 3중전회 결정」의 해석에서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그 자매 편인 「18기 3중전회 결정」이나 중공의 전략적 방침에 대한 「19차 당대회 보고」나 「20차 당대회 보고」와 비교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왜 그렇게 상투적 표현의 결정을 했으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이다.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상투적’ 표현의 결정
「20기 3중전회 결정」이 ‘상투적’ 표현으로 가득 찬 것은 중공의 국내외에 대한 상황인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8차 당대회 이후 중공과 시진핑은 중국의 개혁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견고한 것을 공격해야 할 시기(攻堅期)”이자 “깊고 어두운 물속(深水區)”으로 표현했다. 경제개혁이 임계점에 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도 권력 분점으로 인한 갈등과 부패를 초래하는 새로운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게다가 19차 당대회를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미중 전략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적으로도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한 상황에 대하여 시진핑은 「20기 3중전회 결정」에 관한 설명에서 “엄중하고 복잡한 국제 환경과 국내 개혁 발전을 안정시켜야 할 거대하고 과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라고 했다. 이는 「20기 3중전회 결정」이 엄중한 국내외적 위기라는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임을 의미한다.
비상 상황에서는 공개 문건은 두 가지 점에서 상투적 표현이 늘어난다. 우선, 보안 등을 이유로 구체적 계획이나 내용은 내부 문건으로 처리하고 공개 문건은 당위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내부 문건을 봐야 하지만, 시진핑 시기 이후 그러한 내부 문건에 대한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이미 상황이 확정적이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당위적 수준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20기 3중전회 결정」은 그러한 ‘상투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중공의 통치 체제와 사회주의의 길을 유지하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중국이 가려는 길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으니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이 흔히 말하는 속어 중 “남이 나를 내버려 두면 나도 가만히 있지만, 나를 침범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미중 관계에 대하여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침범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그러한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에 대항하여) 중국이 중국의 길을 가기 위해 과학기술과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집중하여 투자하는 일종의 총력전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20기 3중전회 결정」의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에게 다행인 것은 중국이 미국과 같은 노골적인 양자택일의 줄 세우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 약화를 위해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의미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있기는 하지만 개혁개방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있지만, 한중 협력의 공간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2~30년간의 미중 협력 구조가 우리의 비약적 발전의 조건이었다. 미중 전략 경쟁은 그러한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후 나타난 무역과 재정의 이중 적자의 출현은 그러한 상황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몽’ 실현과 미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약에 대한 대응 전략을 천명했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중국 발전의 방법으로서 사회주의이지 과거와 같은 이념 경쟁으로서 사회주의가 아니다. 중국의 초강대국화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지만 반드시 그 자체가 공존을 방해하는 요인도 아니다. 중국의 발전이 우리의 발전에 위기 요인이기도 하지만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이 지금보다 더 커지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적응해야 할 조건일 뿐이다.
단기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거나 혹은 중국이 미국에 의하여 압도된다거나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의 비약적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국제적 환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훨씬 복잡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변화하는 국제질서는 과거 냉전과는 다르며, 우리도 지구적 의미에서는 이미 ‘대국’으로 성장했다. 과거처럼 진영의 한쪽에 의존하여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의 전략 혹은 미중 전략 경쟁은 중요한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환경이자 조건이지 결정요인이 아니다. 과거의 관성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객관적 ‘위상’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재고가 필요하며, 중국의 변화와 미중 전략 경쟁을 우리의 발전을 위한 조건이자 환경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국제질서 변화와 더불어 중국의 변화를 잘 아는 것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1) 안후이 샤오강촌의 농촌개혁은 1978년 말 시작되었지만, 내부적으로 비밀리에 수행되었으며, 1980년 이후 중앙의 승인을 받아 조사와 참관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진핑이 1978년 말 안후이로 조사를 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중대한 오류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xinhuanet.com/politics/leaders/20240718/a41ada3016874e358d5064bba05eba98/c.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