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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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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현대화의 논리” _ 장윤미

2년 전 개최되었던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제시한 이후, 중국식 현대화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이번 715~18일에 개최된 203중전회에서도 진일보한 전면심화개혁과 함께 중국식 현대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회의 결정문 곳곳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개혁의 내용과 연결하여 서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현대화가 무엇인지 그 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식 현대화를 중국특색사회주의로 바꾸어 읽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앞으로 중국식 현대화의 내용이 더 구체화되고 이에 대한 논의도 많아지겠지만, 이 글에서는 그 논리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식 현대화를 설명하면서, 서구식 현대화와의 대비 속에서 자신의 장점과 우월성을 강조한다. 중국이 말하는 서구식 현대화란 자본 중심의 현대화, 양극화의 현대화, 물질주의 팽창의 현대화, 대외확장과 약탈의 현대화이다. 이러한 설명은 기존 근대화 특징의 단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난 세계화 과정에서 중국 역시 매우 중요한 행위자였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 현실 인식과 성찰이 부족하다.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진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주요 참여자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시장 재편 구도에는 중국을 주요하게 포함하고 있으며, 중국이 없었다면 지난 세계화의 역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계 역사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지난 세계화 역사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성찰 없이 중국의 길이 서구식 현대화와 다르다고 서술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자본의 논리, 양극화, 물질주의 팽창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특징이며, 중국이 대외적 약탈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일부 소수민족(지역)을 대상으로 국민 만들기의 식민화 정책을 펼친 것도 사실이다.

      

둘째, 중국식 현대화가 제기될 수 있었던 세계 지성사 흐름의 배경을 간과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베트남 전쟁 이후 이미 학계에서는 서구 중심적 현대화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있었고, 탈냉전, 특히 2천년대 이후에는 근대화가 단일한 길은 아니라는 다원적(다중적) 근대성의 개념을 비롯하여, “복수(複數)의 근대화”, “중층(重層) 근대성”, “유교적 근대화론등 대안의 근대성 담론들이 논의되어왔었다.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는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이나 세계에는 하나의 현대화 모델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곳에서 허용되는 현대화 표준도 존재하지 않는다등의 서술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제기된 것이다. 중국식 현대화는 서구 중심적 근대 역사관을 비판하며 제기된 기존의 모든 비서구적 탐색의 지적 흐름 속에서 제기된 담론이다.

      

셋째, ‘서구식 현대화와의 차별화를 통해 중국식 현대화의 우월성을 내세우고, 중국식 현대화의 논리를 통해 서구의 압박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리 속에는 상대를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인식이 담겨있다. 중국은 미국의 인권문제와 민주주의 혼란상을 보도하면서, 민주주의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제도와 거버넌스 방식에 자신감을 선전하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이전까지 중립적으로 회자하던 보편적 가치를 서구 선진국의 발상으로 선을 그었고, ‘중국 지혜중국식 해법을 제기하면서 인류운명공동체의 이념을 내세워왔다. 서구와는 차별화된 담론으로 자신의 제도를 합리화하면서 미국의 정치적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식 발전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잘못이 있다고 해서, 중국식 현대화의 제기로 그 잘못을 증명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넷째, 중국의 특징으로 서술하는 유기적 결합논리의 한계가 있다. 중국은 집정세력이 변하지 않는 체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수립과 국가목표 설정에 맞춰 사회 전체의 자원을 동원하고 집중하는 데 유리하다. 중국공산당이라는 제도 주체가 자율성을 가지고 각 영역의 균형을 맞추고 조정하는 방식은,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약점도 있다. 중국은 서로 모순되는 것들 간의 유기적 결합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논리는 특정 국면에서는 한쪽으로 쏠리며 극단적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많은 원리들이 유기적 통일로 구성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주()와 보()의 관계로 나타난다. 민주와 집중, 당 영도와 의법치국, 법치와 덕치 등의 유기적 통일이라는 변증법적 이항대립의 사유방식은, 때론 일정한 목적을 위해 새로운 전체주의의 등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유기적 결합이 지속가능하려면, 두 개의 원리 사이의 건강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기적 통일에는 일정한 기준이 없다. 상황 논리나 강력한 리더십의 독선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제도 원리 속에서는 다양성과 차이를 사유하는 데도 매우 제한적이다.

      

다섯째, 경학(經學)의 방식대로 중국 정치학을 구성한다는 논리1)처럼,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 발전의 교리를 담은 경전식 서술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203중전회 결정문에서 서술하고 있는 중국식 현대화의 특징을 보면,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는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보장, 도농 융합발전은 중국식 현대화의 필연적 요구, 개방은 중국식 현대화의 선명한 표식, 전과정 인민민주 발전은 중국식 현대화의 본질적 요구, 당의 영도는 진일보한 전면심화개혁과 중국식 현대화 추진의 근본 보장 등 중국식 현대화의 특징을 개혁의 내용과 연결하고 서술하지만, ‘’, ‘어떻게그러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러한 논리는 중국 안에서는 국가안정과 국민통합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국 밖에서 설득력을 갖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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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중국식 현대화와 미국식 현대화                사진2. 중국식 현대화에 관한 시진핑의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현대화에서 제기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나 생태문명에 대한 강조는 인류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자본주의 문명과 인류는 위기에 처해있다. 중국과 같은 규모의 국가가 전 지구적 의제에서 앞장서 나간다면, 분명 인류 운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 고유의 문명적 특징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현재 문명적 위기가 모든 인류가 직면한 현실로, 함께 대안적 현대화를 만들어나가자고 주장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함께 성찰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자고 호소하는 것이어야 전 세계인이 수용할 수 있다.

     

중국은 그럴만한 규모와 또한 깊은 사상적, 역사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세계경제의 경로를 바꾸었던 것처럼, 물질주의와 인간중심 성장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자국의 발전의 길을 통해 실천하려는 노력은 분명 향후 세계의 경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세계화의 과정에서 세계경제의 엔진의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제는 미친 금융자본과 성장 담론을 돌아보며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고, 공동체와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브레이크의 역할을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행보가 이러한지는 의문이다.

     

현재 인류의 발전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기후와 생태적 위기에 대한 감지와 대응은 근대 인류의 성찰 속에 있다. 이는 중국식 현대화인가, 서구식 현대화인가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식 현대화 담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자본주의 현대문명 속에서 문제를 함께 성찰하고 또한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중국식 현대화의 논리로 과연 현대 인류문명의 모순을 해결하며 중국을, 그리고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까?



장윤미 _ 동서대 동아시아 연구원 연구교수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중국학술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刘建军, 陈周旺, 汪仕凯主编, 政治逻辑: 当代中国社会主义政治学, 上海人民出版社, 2022, 구성철, 김미래, 강애리, 정혜미 옮김, 중국식 현대화의 논리 1,2, 산지니, 2024.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으로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www.sohu.com/a/679042883_121118978

사진 2. https://news.cnr.cn/dj/sz/20221103/t20221103_526049669.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