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중국학 연구동향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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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얀마 국경지역 조사·연구 성과 소개(3) _ 리페이

[편집자의 말]

20244월호부터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이 중국 윈난대학 인류학과(雲南大學人類學系)와 함께 수행한 '중국 남서부 국경지역 공동연구 사업'의 연구성과 보고서에 대한 번역·요약을 연재한다. 중국-라오스, 중국-베트남 국경 문제에 관련된 해당 연구사업의 지난 1단계 연구성과는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경 마을에서 본 국가1)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다. 중국-미얀마 국경에 대한 현재 2단계의 연구성과는 중국어판 연구성과 보고서의 형태로 중국학술원에 소장되어 있다. 해당 연구성과를 널리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특히 국경 및 초국경 이동 관련 분야의 연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관행중국> 웹진을 통해 공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조사·연구 대상 지역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국경지역의 초국경 경제활동을 살피는 제3<중국-미얀마 국경지역 농촌마을의 초국경 경제활동 분석()>을 소개할 것이다.

  

[내용요약]

  

3장 중국-미얀마 국경지역 농촌마을의 초국경 경제활동 분석()

 

국경 마을의 생계와 경제

  

이번 조사 대상 지역인 룽안촌은 국경 마을이기는 하지만, 앞의 내용에서 언급했듯이 합법적인 초국경 경제활동은 대부분 국경 통상구(口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경 마을 자체는 초국경 경제활동의 주요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국경 마을은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동으로 인해 초국경 경제활동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룽안촌은 일반 농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그 사회경제적 구조로부터 분석해야 한다. 특히 농촌 주민의 생계 모델과 농촌 경제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실마리로 삼아 일반 농촌 경제활동과 초국경 경제활동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정부가 농업세를 폐지한 후 농민들은 경작 면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식량을 현물로 납부할 의무가 없어졌고, 이에 따라 농가 경제 소득을 높이기 위해 양곡을 재배했던 농지의 상당 부분을 환금성이 강한 품목의 재배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룽안촌도 예외는 아니었다. 룽안촌에서 식량 작물을 재배했던 농지는 대부분 논이었는데, 논은 사탕수수 재배로 쉽게 전환할 수 있으며, 지역 기후 조건에도 잘 맞는다. 또한 룽안촌 논 농지의 관개 및 배수 시설이 비교적 잘 정비되었기 때문에, 사탕수수 재배로 전환 시 사탕수수의 높은 품질과 수확량을 모두 보장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농업세 폐지 이후 현지 정부의 사탕수수 재배 장려 정책과 현지 제당 기업의 사탕수수 재배 기술 지도도 룽안촌 주민들이 사탕수수 재배로 전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사탕수수는 룽안촌의 농가 생계와 농촌 경제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사탕수수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며느리도 사탕수수 며느리이고, 지은 새집도 사탕수수 집이다. 모든 게 없어도 되지만 사탕수수는 없어서는 안 된다.”

  

룽안촌의 사탕수수 재배는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절정에 달해 총 4,785(, 1=200)의 사탕수수를 심었고, 이 중 4,394무가 논에 심어졌다. 2012년과 2013년 사이 사탕수수 일모작 생산량은 31,000톤에 달했고, 상당수의 농가가 논을 사탕수수밭으로 전환해 더 이상 쌀 한 알도 생산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현지 사탕수수 생산량과 수매 가격이 점차 안정되자 현지 농업 당국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사탕수수에만 의존하던 단작화 농업 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지역 농업 당국은 사탕귤(砂糖橘), 누에와 뽕나무, 목이버섯 또는 일부 열대 과일에 대한 기술 지원 계획을 추진했으나 그 성과는 크지 않았다. 그중 사탕귤의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생산주기가 길어서 정부의 추진 계획에 대한 농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으며 현재는 600무만 재배하고 있다. 그리고 양잠과 뽕나무 심기는 소득 수익률 측면에서 사탕수수보다 높지만, 사탕수수 재배보다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며 현재 약 200무의 뽕밭만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다양한 농업 생산 구조조정 정책도 앞서 언급한 자본과 노동의 제약으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룽안촌 사탕수수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역시 농업 노동력의 부족과 고령화 문제이다. 2008년 이후부터 점차 두드러진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청년과 장년 농업 노동자들의 대거 도시 이동 때문이다. 사탕수수 재배의 노동력 수요는 양잠보다 낮지만, 수확 과정에는 일시적으로 매우 많은 양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 사탕수수 경작지 1무당 평균 수확량이 7톤이라고 가정할 때, 노동자 1명이 하루에 평균 1.5톤의 사탕수수를 수확할 수 있으므로 1무의 땅을 모두 수확하려면 하루에 4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현지 제당 기업들은 약속된 수확 날짜 당일에 납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날짜 경과 시 농부들의 사탕수수 납품은 거부된다. 납품은 일반적으로 '트럭 1' 기준으로 계산되며, 트럭 1대의 적재량은 12톤이다. 12톤을 모두 싣기 위해서는 한 농가가 8명의 노동자를 한꺼번에 투입해야 제당 기업의 당일 납품 규정을 지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농가가 최대 2~3명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룽안촌 마을 주민들은 품앗이(換工)를 통해 부족한 일손을 채워 왔다. 그러나 많은 청장년 노동자들이 구직을 위해 도시로 떠난 후, 단기적으로 많은 노동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품앗이 등 전통적인 생산 관행에 의존해 왔던 과거의 해결책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룽안촌의 사탕수수 경제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국경 마을이라는 입지조건을 이용하여 초국경적으로 이동하는 노동력을 유치하는 것이 룽안촌 마을 사람들의 해법이다.

  

미얀마인 농업 노동자 유치

  

1) 미얀마인 농업 노동자의 유형

룽안촌이 유치하는 미얀마인 농업 노동자는 출신 지역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국경 건너편에 있는 미얀마 국경 마을 주민과 난민 수용소의 거주자이다. 이들은 대부분 룽안촌 마을 주민의 친척이거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서 바쁜 농번기에 일손이 필요할 때 룽안촌 주민들이 미리 전화로 연락하면 일손을 구하는 것이 이미 관행이 되었다. 하루의 농사일이 끝나면 오후 7시쯤 미얀마인 도우미들은 다시 강을 건너 미얀마 측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수시로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이 정확하게 매년 몇 명 입국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둘째, 사탕수수를 베는 전문 미얀마인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보통 사탕수수 수확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1월 말에 입국해 수확기가 끝난 후 4월 말에 출국한다. 국경 마을의 도우미 팀과 달리 이들은 미얀마 남부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룽안촌 마을 사람과 같은 초국경 민족 출신이 아니며, 대부분 버마족이다. 이들은 중국어를 전혀 구사할 수 없으므로 궁터우(工头)2)를 통해서만 중국에서 사탕수수 수확기 일용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궁터우들 중 일부는 사탕수수 수확기 일용직 채용 경험이 많은 미얀마인 노동자이기도 하고, 일부는 미얀마 국내에 연고가 있는 룽안촌 현지 마을 주민이기도 하다. 현재 룽안촌에서 활동하는 7명의 궁터우 중 3명은 미얀마 국적이고 나머지 4명은 중국 국적의 현지 마을 주민이다. 7명의 궁터우를 통해 채용된 미얀마인 노동자는 총 300여 명으로, 이 중 90% 이상이 남성이며 여성은 사탕수수 베기와 같은 중노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남성 노동자를 위한 취사 등 보조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2) 입국 및 거주

사탕수수 수확 전문 일용직으로 일하는 미얀마인 농업 노동자는 변민(邊民) 신분으로 인정되지 못함으로써 중국 입국 시 변민과 다른 수속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은 입국 후 일정 기간 중국 국내 거주 및 취업 예정이므로 입국 후 현지 공안 당국에서 거주 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입국 수속을 마치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중국-미얀마 국경의 국경 통상구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국경 통상구에서 설립한 전문 직업소개소를 통해 관련 입국 수속을 신청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얀마인 노동자를 모집하는 궁터우들이 직접 이들의 입국 수속을 도와주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번 조사에서 궁터우가 직접 도와주는 입국 수속 및 거주 허가 신청 과정이 대략 다음과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먼저 사탕수수 수확기가 시작되기 전인 11월 말, 궁터우들이 모집한 노동자들은 버스를 타고 중국-미얀마 국경에 있는 장펑(章鳳) 국경 통상구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12월이 시작되기 약 1주일 전에 통상구에 도착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도착하면 변민 신분인 궁터우는 국경을 넘어 미얀마에 입국하고 미얀마 이민국에서 노동자들에게 <미얀마-중국 국경 통행증>의 발급을 신청해 준다. 이 통행증은 미얀마 출국 허가증인 동시에 합법적인 중국 입국 허거 서류이기도 하다. 이 서류가 있으면 노동자는 궁터우를 따라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노동자가 궁터우의 안내에 따라 중국에서 거주 허가를 취득하는 것이다. 인터뷰한 궁터우에 따르면, 미얀마인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하기 위해서는 거주증(暫住證)과 건강증(健康證)을 발급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거주증은 룽촨현(隴川縣) 공안국에서 발급되며, 미얀마인 노동자는 미얀마 국민 신분증을 제시하고 지문과 안면 인식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반면 건강증은 장펑 국경 통상구의 세관에서 직접 할 수 있지만, 건강증 발급 시 필요한 건강 검진은 예약제로 실행되어서 보통 입국 후 5~6일 정도 경과한 후 다시 장펑 통상구에 가서 받아야 한다. 거주증의 유효 체류 기간은 6개월이며, 만료 시 공안국에 가서 3개월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다시 만료 시에도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미얀마인 노동자는 1회 입국 후 실제 1년간 합법적으로 중국에 체류할 수 있다.

  

룽안촌에서 체류하며 일하는 동안 현지 경찰서 경찰이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주로 거주증 소지 및 체류 기한 만료 여부와 마약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정기 검사를 시행한다. 거주증 미소지 노동자가 발견되면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되어 1~2일 동안 구금된 후 미얀마로 송환된다.

  

궁터우가 조사 과정에서 '취업증(就業證)'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대략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취업증은 미얀마 측의 변민에만 해당되는 서류라서 미얀마 내륙지역 출신자가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에서 취업증을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으로, 현지 지방 정부는 농촌지역 사탕수수 재배의 특수한 단기 노동력 수요를 고려하여 미얀마인 농업 노동자 유치에 편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입국 및 거주 관련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지방 정책 법령을 따로 마련할 수도 있다.

   

3) 노동 및 임금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궁터우의 관리·감독 아래 작업한다. 사탕수수 수확 기간에는 궁터우와 급식팀의 여성 노동자들이 아침 6시에 먼저 기상하고 조식을 준비하며, 630분에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 후 7시에 모여 수확해야 할 사탕수수 경작지로 출발한다. 점심시간은 12시인데 경작지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로 배를 채운다. 저녁 식사는 다시 임시 숙소에서 제공된다. 임시 거처는 대부분 궁터우들이 임대하는 마을 사람의 개인 주택인데, 일부 궁터우들은 노동자들을 위해 농지에 직접 농막을 설치하기도 한다.

  

미얀마인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인터뷰에 응한 궁터우들에 따르면, 중국과 미얀마의 소득 수준 차이로 인해 초기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매우 낮은 임금을 감수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북부 국경 지역의 임금과 비교해도 남부 출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사탕수수 수확을 예로 들면, 사탕수수 1톤을 수확하기 위해 미얀마 북부 국경 지역에서 하루당 100~130위안()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데 비해 남부 출신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는 80위안에 불과하다. 미얀마 북부가 접경지역으로서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현지 임금 수준이 이미 중국 측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부와 비교하면 미얀마 남부 평균 임금 수준은 아직 중국과 큰 격차가 있다.

  

사탕수수 수확 임금은 주로 성과급의 형식으로 정산된다. 사탕수수 수확은 사실상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뿌리 위의 사탕수수 줄기를 모두 베는 것인데, 현지에서는 이를 사탕수수 베기라고 부른다. 둘째, 줄기에 달린 불필요한 잎과 껍질을 칼로 깨끗하게 깎고 대나무 끈으로 10~12개씩 한 묶음으로 묶는 작업이다. 현지에서 이를 사탕수수 깎기라고 부른다. 셋째, 묶은 사탕수수를 제당 기업의 트럭에 싣는 트럭 싣기작업이다. 임금은 이 세 단계에서 각각 정산되거나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합쳐서 정산되기도 한다. 사탕수수 베기 임금은 기본적으로 하루 65위안으로, 사실상 기본급에 해당한다. 사탕수수 깎기의 경우, 묶음 수에 따라 한 묶음당 0.4위안의 성과급이 지급된다. 베기와 깎기를 합산해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경우, 한 묶음당 0.5위안에서 0.6위안으로 인상된다. 트럭 싣기는 적재된 톤 수에 따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데, 보통 1톤당 12위안으로 지급된다.

  

요리를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월 단위로 고정 정산되며, 보통 월 1,500위안에서 1,600위안 사이에 불과하다. 물론 여성 노동자도 사탕수수 깎기와 같은 가벼운 노동에 종사하므로 고정 임금 외에 일당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간혹 마을 주민들의 담뱃잎이나 다른 농작물 수확을 돕기도 하는데, 이러한 노동에 대한 보수는 하루 30~50위안이다. 하지만 룽안촌의 담배 재배 면적이 줄어들면서 궁터우를 통해 미얀마인 노동자들의 도움을 부탁하는 마을 주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탕수수 이외의 소량 농작물 수확 일손이 필요할 때, 노동 강도도 그리 높지 않고 수확기도 길지 않아서 룽안촌의 마을 주민들은 오히려 임금을 더 많이 요구하는 국경 건너편 미얀마 친척이나 지인들을 선호한다.

  

4) 일에 대한 태도

중국-미얀마 국경의 무역 경제가 발전하고 농촌 주민의 도시 이주와 취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서 중국-미얀마 국경 지역의 농촌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반대로 미얀마 남부 지역 출신의 노동자들은 두 나라 국경 지역의 농촌주민보다 훨씬 성실하고 근면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중국인 궁터우와 현지 주민들이 미얀마인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이러한 몰이해와 차별은 주로 세 가지 측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첫째, 돈을 버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중국인과 달리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나면 노동 의욕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궁터우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미얀마 남부 지역의 소득 수준이 매우 낮으므로 중국에 일하는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대략 4,000~5,000위안 정도만 벌고 나면 나태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둘째, 미얀마인 여성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적인 차별이다. 인터뷰에 응한 일부 궁터우들은 과거에 여성 노동자를 많이 채용했을 때 발생한 문제 때문에 지금은 취사와 잡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 2명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채용하지 않는다고 연구진에게 말했다. 또한 미얀마인 남성과 여성 노동자 간의 성관념이 과도하게 개방적이라고 비판한다. “한 남성을 끌고 나가서 자고 다음 날 다른 남성을 데리고 나가서 잔다.”라는 식으로 혐오감이 포함된 제보가 종종 있었다. 또한 삼각관계로 인해 직장 내에서 몸싸움까지 발생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궁터우들은 극소수의 여성 노동자만 채용하고 이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했다.

  

셋째, 임금 사용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여 임금 선지급 요청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20~30대 젊은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초과 지출을 많이 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매일 일급에서 10위안 정도 선지급로 달라고 궁터우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궁터우들은 지출의 안정성과 계획성 측면에서 중국인과 비슷한 40~50대 중년 미얀마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5) 노동의 일상과 음식

미얀마인 노동자들은 남부 지역 출신으로 국경 지역의 식습관과 매우 다르다. 새우와 같은 해산물로 만든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이들의 식습관에 맞추기 위해 궁터우들은 미얀마인 여성들을 고용하고 남성 노동자에게 미얀마식 식단으로 급식하도록 한다. 식자재 중 신선 채소의 공급원은 국경 농촌지역에 여전히 존재하는 전통적인 오일장3)이며, 한 번 장을 보러 가면 5일 분량의 신선 채소를 구입한다. 채소를 제외한 다른 식자재, 예컨대 식용유, , 돼지고기와 같은 소모량이 많은 식재료는 전화로 주문하면 대량으로 배달된다. 반면 보관이 어렵거나 소모량이 적은 식재료, 예컨대 달걀과 생선은, 노동자들이 원할 경우 궁터우에게 추가 요청을 해야 한다. 궁터우는 인원수에 따라 먹을 만큼 개별적으로 구입한다.

  

점심 식사는 보통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사탕수수 수확 현장에서 제공된다. 여성 노동자들이 조리된 요리를 큰 고무통에, 찐 밥을 깨끗한 비닐봉지에 담은 후, 궁터우가 오토바이를 타고 요리와 밥을 노동 현장으로 운반한다. 요리를 담는 큰 고무통은 오토바이 양쪽에 매달아 놓았기 때문에 점심 식사는 보통 두 가지 요리만 제공한다. 사탕수수 수확 현장에 음식이 도착하면 노동자들은 군대처럼 줄을 서서 급식을 받는다. 일이 끝난 저녁에는 임시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는데, 보통 한 가지 요리가 추가되거나 수프가 나오는 등 점심보다 조금 더 풍성한 식사가 제공된다.

  

고용된 미얀마인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이미 중국에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지 요리의 맛에 서서히 적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얀마 요리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식단에 나오는 반면, 현지 중국 요리가 자주 등장하거나, 미얀마 요리와 중국 요리가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의 임시 숙소는 원래 궁터우들이 마을 주민들로부터 빌린 공터에 지은 농막으로 충당했지만, 최근 농촌 주민의 도시 이주로 빈집이 늘어나자 궁터우들은 빈집을 임대하여 노동자의 임시 숙소로 사용한다. 따라서 숙소의 생활 환경이 훨씬 좋아졌고 샤워실과 와이파이 등 편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6) 궁터우의 관리 방식

사탕수수 수확은 재배자가 제당 기업과 협의한 납품 날짜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재배자에게 수확 업무를 위임받은 궁터우들은 미얀마인 노동자의 노동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궁터우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에 따라 다양한 관리 방식을 개발했다. 우선 수확 시작 직전, 노동자를 작업팀별로 나누어 각 작업팀이 일정한 양의 사탕수수를 베고, 그중 가장 빠르게 베는 사람만 골라내서 베기 작업팀을 따로 구성한다. 이들에게는 평균 일당보다 하루에 5위안씩 더 많이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다른 한편, 사탕수수 베기를 가장 못 하는 사람들도 따로 뽑아내서 이들을 먼저 깎기 작업에 투입하는 대신에 65위안의 일당에서 5위안을 감봉한다. 감봉을 받았지만, 이들은 베기 전문팀보다 깎기에 일찍 투입되므로 깎고 묶은 사탕수수의 수량이 베기 전문팀원보다 많기 때문에 실제 총급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공평성이 훼손되지 않는 동시에 효율성을 높이는 현장 작업 관리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탕수수 깎기 과정에서 여성 급식원을 포함한 나머지 모든 인력이 사탕수수의 껍질을 깎고 대나무 줄기로 묶는 작업에 투입된다. 궁터우는 이 과정에서 한 사람도 나태해지지 않도록 수시로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동시에 임금 정산을 위해 각자 작업한 사탕수수 묶음의 개수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사탕수수 묶음은 제당 기업의 트럭으로 운송되므로 트럭에 실어야 한다. 그 전에 궁터우는 일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이 센 7명을 선발하여 그중 3명은 트럭에 올라가서 묶인 사탕수수를 싣고, 나머지 4명은 아래에서 트럭으로 옮기도록 한다. 트럭의 적재량이 12톤이며 1톤당 노임은 12위안이므로 이들 7명의 노동자는 트럭 한 대 분량의 사탕수수를 모두 실으면 총 144위안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된다.

  

언어 장벽 때문에 중국인 혹은 미얀마 북부 출신의 궁터우들은 미얀마인 노동자들 중에서 한두 명을 선발해 노동자들을 관리한다. 중국인 혹은 미얀마 북부 출신의 다궁터우(큰 궁터우, 大工頭)’와 구분하기 위해 이들은 현지에서 '샤오궁터우(작은 궁터우, 小工頭)'러 불리는데, 이들은 대부분 다궁터우와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맺고 중국어를 조금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미얀마 내륙지역에서 노동자 모집의 실질적인 담당자로서 중국과 미얀마를 오가는 교통비, 모집비, 국경 통상구로 이용 시의 버스비용, 입국 수속비용 등을 모두 모집 전에 다궁터우로부터 받는다. 입국 후 샤오궁터우들은 더 이상 사탕수수 베기, 깎기와 트럭 싣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음식 배달과 현장 감독만 담당한다. 샤오궁터우들의 임금은 일당 100위안에서 120위안 사이로 지급된다. 사탕수수 수확기 종료 후 이들이 미얀마 고향으로 돌아갈 때 필요한 여비도 모두 다궁터우가 부담한다.

  

노동 현장에 대한 감독은 사실상 샤오궁터우들이 직접 실시한다. 중국인 다궁터우들은 연구원에게 미얀마 노동자들은 서열 의식이 매우 강해 일반 노동자들 앞에서 샤오궁터우의 위상이 매우 높다고 치켜세우며, 식사 시간에도 샤오궁터우가 옆에 있을 때 식사하면 무례이고, 샤오궁터우가 옆에서 지나갈 때도 허리를 굽혀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샤오궁터우가 노동자 모집을 직접 담당하고 누구를 중국으로 데려올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샤오궁터우와 일반 노동자 간의 위계적인 관계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리페이 _ 중국학술원 연구교수


                                                                     

1) 왕위에핑·장정아·안치영·녜빈 지음, 2022, 국경 마을에서 본 국가, 인터북스.

2) 궁터우는 현지인들이 쓰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어에서 궁터우는 노동 현장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책임자로, 작업반장에 해당한다. 하지만 궁터우는 미얀마인 노동자의 입국 및 체류 수속을 도와 줄 때 중개인 역할을 한다. 수확이 끝난 후에는 고용주처럼 임금을 정산해서 지급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사탕수수 수확 시 노동력이 필요한 현지 마을 주민들과 노무 의뢰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부 궁터우는 직접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하거나 제당 기업에 직간접적인 이익관계를 갖고 있기도 한다. 따라서 궁터우는 단순히 노동 현장의 감독자나 관리자로만 볼 수 없으며, 초국적 사탕수수 경제에서 미얀마인 노동자들을 유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3) 현지인들은 이처럼 5일마다 열리는 정기시장을 가이쯔(街子, gai zi)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