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선전과 광저우를 거쳐 베이징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세 번째, 베이징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작년 6월 베이징과 슝안을 방문한 후, 올 1월 시안을 거쳐 간쑤의 란저우와 쓰촨의 청두를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민간 왕래 단절 3년여 이후 중국의 많은 것이 아주 많이 낯설다. 정보 통신 혁명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온 각종 통제기제는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학습해야 할 불편함이기도 하고 또 거부감을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공항의 국제터미널은 눈에 보일 정도로 한산하다. 선전 바오안 공항 입국장이 제법 분비었던 것을 제하면, 2023년 6월 베이징의 수도공항은 물론 지난 1월의 시안 공항이나, 지금의 베이징 수도공항 모두,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온 직후인 2022년 10월 처음 출국하면서 보았던 인천공항처럼 한산하고 면세점도 대부분이 여전히 닫혀 있다.
중국을 다녀오니 중국 상황에 대한 인상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워낙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졸자 취업 문제 등에 대한 걱정은 많지만, 사람들의 생활은 이전과 그렇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과거에 비하여 정치적 문제를 논의하는 데 대한 조심성이 훨씬 커졌고, 대학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대한 출입이나 정보 통신 기술과 결합된 각종 통제기제의 확대는 확연하였다.
공공기관 출입뿐 아니라 소비와 이동이 자신의 신분 정보와 결합된 핸드폰이나 신분증(여권)을 통하여야 한다는 것은 모든 활동이 벌거벗겨지는 느낌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외국인들에 대한 통제 강화와 관련된 뉴스를 통해 외국인을 잠재적인 간첩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보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는 느낌이다.
사진 2. 인민대학교 출입문
그렇지만 중국에서 신분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는 기차표를 구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보 통신 발전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진행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우리도 대부분이 자신의 신용카드나 개인정보와 결합된 지불수단을 이용하여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기차표를 개인정보 없이 구입할 수 있고 기차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보 통신 기술과 금융의 결합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집적은 큰 차이가 없다.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한다면, 동투르키스탄 분리주의자에 의해 무차별적인 테러로 31명의 사망자와 141명의 부상자를 초래한 2014년 쿤밍역의 테러를 고려한다면, 기차역 진입시 소지품 검사와 신분증 확인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변화가 불편하고 거북한 것은, 한편으로는 특히 세계적인 대유행을 초래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 혐오나 중국 공포증과도 관련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라는 특수한 상황에 긴급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기제의 제한성과 단절 이후 접하는 중국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거부감에도 이유가 있다. 그 외에도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이 초래할 세계질서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중국의 정치체제의 경직화에도 원인이 있다.
중국의 부상은 객관적인 현실이다. 중국의 부상이 초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장기적 국면이다. 이번 방문 기간 만났던 중국학자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누가 누가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은 우리가 변동시킬 수 없는 적응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객관적 상황이다. 그것은 혐오나 공포가 아니라 현실과 상호 이익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정치적 경직화는 우리에게는 이념과 정치체제의 차이로 인해 불편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의 변화는 우리의 안보와 이익을 침해하는 조건이 아니라 중국 내부적 변화일 뿐이다. 중국이 이념 수출을 내세운다면 중대한 잠재적 위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념의 강화는 내부적 방침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하여 주목해야 하지만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는 중국을 적대시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적대적 상황을 조성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루어진 과도한 통제와 정보통신과 지불수단 이동 수단의 결합은 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에게도 불편함을 조성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도 그와 관련한 인식을 하고 있고 최근 현금 사용이나 외국 카드 사용 제한 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전한 불편은 격리 상황에서 급하게 만들어진 통제기제로 인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서도 영향이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아니었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통제기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과도한 통제기제와 불편에 대한 부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보완은 이루어지겠지만 정치적 경직화가 초래한 문제에 대한 해결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제 중국이 다시 열리고 중국도 기제를 조정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체제에서 형성된 불편함과 거북함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고 또 우리도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민간 교류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정치적 경직화가 초래한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의 원인이나 결과는 숙고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변화 과정에서 강화된 정치적 경직화가 중국을 조금은 더 불편하고 거북하게 여겨지게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중관계뿐 아니라 중국의 미래에도 그렇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필자가 직접 제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