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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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입영열차는 일 년에 두 번 운행된다 _ 구자선

"내년엔 병장보다 월급 적다"190만원 '9급 젊공' 대탈출

   

며칠 전에 본 기사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이라면 취업난 시대에 안정적인 일자리라 취업 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노량진 등지에서는 수많은 청년들이 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들어간 직장인데도 퇴직을 한다니 이 땅의 청년들에게 닥친 고난이 더 가중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9급 공무원과 비교되는 병장이다. 아주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일반 사병들의 월 수당이 1만 몇천 원이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참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자료를 찾아보니 병장이 2022년에는 매달 67만원, 작년에는 100만원, 올해는 125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병사 월급 200만원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아무리 의무라고는 하지만 거의 무보수로 복무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글에서 200만원의 적정성이나 부사관의 월급 문제 등을 거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눈을 돌려 중국의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중국의 병역제도이다.

    

중국의 병역제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일반적으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징병제인가 모병제인가 하는 것이다. 14억이나 되는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징병제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중국이 모병제를 시행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병역제도에 대해 좀 더 아는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징병제이지만 실제로는 모병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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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공식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1955<중화인민공화국 병역법>이 공포된 이후 의무병제가 실행되었다. 1978년부터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통과된 <병역문제에 관한 결정(关于兵役制问题的决定)>에 의거 의무병과 지원병이 결합된 병역제도로 약간 수정되었다. 현재는 19845월 반포한 <중화인민공화국 병역법>을 기초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의무병제는 징병제도에 의해 입대한 사병을 말한다. 중국에서 사병(士兵)은 우리의 부사관과 병사를 합쳐놓은 용어이다. 일반 병사는 중국에서 의무병(義務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의 부사관에 해당하는 용어는 지원병(志願兵) 혹은 사관(士官)이었다가, 2022년부터 군사(軍士)라는 용어로 바꿨다. 참고로 우리의 장교에 해당하는 용어는 군관(軍官)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징집이 되는가? 징병업무는 성급군구(省級軍區), 그 아래 분군구(分軍區)와 협조하여 지방 현급(縣級) 정부의 인민무장부(人民武裝部)가 담당한다. 대상은 18-22세의 남성. 물론 여성도 자원에 의해 군 복무를 할 수 있다. 매년 1231일 이전 만18세의 남성은 병역 등기를 해야 한다.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전국에서 징집되는 병사의 수 등을 국무원과 협의하여 결정한다. 그러면 지방정부에서는 할당된 인원만큼만 징집한다. 해당연도에 징집되지 못한 18-22세 남성은 다음 해에 징집될 수도 있다. 군복무 경험이 있으면 취업 시 혹은 공산당 입당 시 우대혜택 등이 있으므로 많은 사람이 입대를 선호한다. 그러므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농촌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은 군 입대를 선호한다. 하지만 학력이 낮은 농촌 출신들은 입대가 비교적 어렵다. 군대에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면 모병제와 비슷하다. 학업, 직장 취업, 건강상의 문제 등의 사유가 있으면 징집되지 않는다. 22세가 넘어가면 징병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최근에는 대학생이나 대학졸업자들도 많은 수가 입대를 한다. 최근에는 매년 15만 명 정도의 대학생이나 대학졸업자들이 입대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연령에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대학졸업생은 만 24, 대학원생은 만26세까지 입대를 할 수 있다.

  

중국 의무병들의 복무기한은 2년이다. 1990년대에는 11월에 징집을 시작하고, 12월에 입대하였다. 입대 장소는 일반적으로 출신 성이 아닌 다른 성으로 지정된다. 입대 후 3개월간의 기본 훈련을 마치면 부대에 배치되었다. 2013년부터는 징집을 8월에 시작하고, 9월에 입대하여 훈련을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9월에 학기가 시작되므로 졸업과 입대 사이의 시간을 단축하여 대학생과 대졸자의 입대를 유도하고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2022년부터는 일년에 한번 징집에서 일년에 두 번, 3월과 9월 입대로 바뀌었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12개월 내내 입대가 이루어진다. 제대하는 인원도 그와 비례해서 이루어지므로 군의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군의 총 병력은 2백만 명이다. 그 가운데 군사가 85만 명, 의무병이 70만 명을 차지한다. 의무병은 2년 복무하므로 1년에 한 차례씩 35만 명이 일시에 제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병사들은 3개월의 기본훈련을 받아야 하므로 일반 부대는 3개월 동안 의무병의 절반으로만 운용된다. 그리고 3개월의 기본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전투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일년에 두 번 입대로 문제가 완화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훈련 기관의 문제이다. 한국의 신병훈련소 하면 논산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런 대규모 훈련소가 아니라 사단, 여단, 연대 수준의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훈련시킨다. 교관도 전문적인 인원이 아니라 다른 부대들에서 차출되어 운영된다. 그러므로 해당 부대의 인원에도 공백이 생긴다. 최근에는 군구 등의 대규모 훈련소를 시험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신병들에 대한 교육이 표준화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은 이병, 일병, 상병, 병장 등의 계급을 부여하는데, 중국의 의무병은 열병(列兵)과 상등병(上等兵) 두 계급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한 달에 얼마의 수당을 받을까? 1000-1100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이 점이 모병제와 큰 차이점이다. 지원병으로 분류되는 군사는 초급군사(하사, 중사), 중급군사(2급상사, 1급상사), 고급군사(3급군사장, 2급군사장, 1급군사장)로 나뉜다. 하사의 월급은 의무병이 받는 수당의 6배 정도 된다. 또한 각종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 더불어 후커우(戶口) 차이도 있다. 의무병은 후커우가 바뀌지 않고 원 주소지의 후커우가 유지된다. 반면 군사부터는 군대 후커우로 전환된다. 모병제와 달리 병역법 위반에 대한 처벌도 존재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입영 기피가 아니라 입영한 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타 이유로 군대를 이탈하여 처벌받는 것이다. 이들은 해외여행, 취업, 진학, 은행 대출 등 많은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2년의 복무를 마치면 최소 2-3만위안의 퇴직금 등을 받는다. 본인이 원하면 군사에 지원할 수도 있다. 군사는 최장 30년까지 복무할 수 있으며 55세를 넘을 수 없다. 또는 우리나라의 사관학교에 해당되는 군관학교(軍校)에 지원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군은 일반 병사에서 선발하여 군관으로 임관시켰다. 그러나 1980년부터 이러한 제도를 폐지하여, 군관이 되기 위해서는 군관학교를 졸업해야만 한다. 군적(軍籍)을 갖고 있으면서 시험을 치르는 이들은 일반 가오카오(高考)를 치르고 군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과 달리 생장형 장교(生長軍官)이라 부르며, 졸업 후 정해진 직위 배치된다. 2022년에만 해도 총 54,000명의 사병이 군교입학시험(軍考)를 치렀다.

  

이상이 대략적인 중국 의무병들의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급속한 무기 장비의 발전으로 인해 주변국들을 포함한 세계는 경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항공모함, 구축함, 스텔스 전투기 등등 첨단기술이 필요한 장비들도 속속 등장하여 무기 장비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도약도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역시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 장비들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군이 오랫동안 겪은 문제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바로 징집병들의 허약함이다. 이들은 중국군에서 가장 훈련이 덜 되고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인력 집약적 임무뿐만 아니라 현대전에 필수적인 기술 집약적 임무도 맡아야 한다. 중국군의 인력은 여전히 중국 국방현대화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

  

구자선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dzrbs.com/html/2022-09/18/content_14250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