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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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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중국 양회를 보는 또 하나의 독법(讀法) :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발전과 노동의 변화 _ 정규식

지난 34~11일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거행되었다. 그간 각국의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줄곧 제기되었던 중국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와 달리,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성장률 5% 내외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을 위해 전통적인 산업구조와 생산방식을 탈피해, 과학기술과 혁신에 기초한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质生产力)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전통 산업의 구조전환과 업그레이드를 강화하고 여기에 인공지능, 디지털 산업, 신재생에너지 등의 전략적 신흥 산업을 육성하여 미래산업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산업전략은 중국 내부의 경제구조는 물론이고,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의 변화와 맞물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Global Production Network)의 변동에도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산업구조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노동영역의 구조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양회에서 강조된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의 전망을 가늠하기 위해서도 산업구조의 전환에 따른 노동영역의 변화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홍콩에 기반을 둔 노동 NGO 단체인 중국노동통신’(中国劳工通讯, China Labour Bulletin)이 발표한 2023년 중국 노동자 집단행동에 관한 조사 자료는 최근 중국의 산업구조 변동과 이에 따른 노동문제의 쟁점 및 함의를 잘 보여준다. 우선 2023년 중국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총 1,794건이 접수되어 작년(831)보다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주로 제조업(24%)·건설업(52.9%)·서비스업(11.7%)·교통물류업(6.4%) 등의 전통 산업 분야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구조의 재편에 따른 전통 산업의 파산과 기업 이전 및 경영난의 부담이 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면서 임금체불, 사회보험료 체납, 해고보상 회피, 희망퇴직 강요 등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집단행동이 폭증했다. 예컨대 제조업 중에서도 노동자의 집단행동이 가장 많이 발생한 전자산업 분야의 경우 생산구조의 전환과 차량용 전자기기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의 확장을 위해 광둥성 둥관과 선전시 등의 연안 지역에서 중국 내륙이나 태국 등의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또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영역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전통적 자동차 제조회사들의 파산과 실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건설업의 경우는 과잉공급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위축과 개발 투자 감소로 대부분이 농민공인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및 실업과 이로 인한 빈곤이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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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 中国劳工通讯, “2023年中国工人抗议纵览: 资本逃窜乱涌 工人集体行动较上年翻倍”,

  

한편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의 산업구조 전환으로 인해 발생한 실직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운수 및 물류와 택배, 배달업으로 대거 몰리는 현상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예컨대 온라인 차량호출업의 경우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 41개의 플랫폼이 새로 생겨나 126만 명의 운전기사를 신규고용했으며, 현재 화물 운송과 음식배달 등 플랫폼 기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2억 명에 달한다. 이처럼 플랫폼 기반 산업의 확장으로 플랫폼 회사 간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의 운임 단가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핀둬둬, 메이퇀, 알리바바, 징둥 등의 전자상거래 산업 및 온라인 유통업의 확대로 궈메이전기(國美電器)와 까르푸 등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거나 폐업하면서 비숙련·무기술 노동자들의 실업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중국은 산업구조의 재편에 따른 구조적 실업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진통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과 저항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침체와 공급망 압력 등의 외부적 요소까지 더해져 중국 경제성장의 동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이번 양회에서도 고용·교육·양로·의료 등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교육-고용 연계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전략적 신흥 업종과 미래산업을 이끌어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노동영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발전과정에서 새롭게 창출될 과실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산업구조의 전환에 따른 이윤을 좇아 발 빠르게 움직일 자본의 뒤에는 항상, 어디로도 쉽게 갈 수 없는 노동이 남는다.

  


정규식 _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해당 글은 중국학술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참고문헌

1) 中国劳工通讯, “2023年中国工人抗议纵览: 资本逃窜乱涌 工人集体行动较上年翻倍”,

https://clb.org.hk/zh-hans/content/2023


* 이 글에서 사용한 자료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자료 1. 中国劳工通讯, “2023年中国工人抗议纵览: 资本逃窜乱涌 工人集体行动较上年翻倍”,

https://clb.org.hk/zh-hans/content/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