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에서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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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전문가들이 부정하는 양안 전쟁의 가능성 _ 조형진

중국학술원 일행은 지난 130일부터 24일까지 대만 타이페이를 방문했다. 113일에 치러진 총통 및 입법원 선거 직후에 여러 연구기관을 방문하여 대만의 국내외 정세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대만대학, 담강대학(淡江大學), 정치대학, 국방안전연구원 그리고 민주진보당의 중국사무부까지 우리 표현으로 하자면 보수와 진보, ·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고 여러 인사들을 만났다.

  

지금의 국제정세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으면서도 가장 예민한 문제였다. 놀랍게도, 사실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당연하게도 보수와 진보, ·야를 가리지 않고 대만 연구자들은 모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맥락과 시간 지평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최소한 5년 안에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만큼 당파적 대립이 심하고 학술기관들도 정치적 입장이 어느 정도 규정되는 경우가 많은 대만에서 이처럼 일치된 견해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대만 침공이 필연적이며 임박했다는 예언들이 전통 매체와 비전통 매체를 가리지 않고 범람했다. 그러나 기실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연역적 논리로 보든, 사실관계를 살펴 귀납적으로 보든 양안의 전쟁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먼저 정치적으로 과연 중국이, 더 정확하게는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할 유인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 1949년 국민당 정권을 타이완섬으로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중국공산당에게 대만 해방이 양보할 수 없는 지상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반세기 넘게 이 숙명적 과제를 제대로 시도한 적이 없다. 성공한다면 조국 통일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실패는 공산당 지배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3연임을 확정하고 개혁·개방 이후 가장 강력한 1인자가 되어가고 있는 시진핑도 마찬가지다.

 

승패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도자 개인과 체제 자체의 명운을 바꿔놓을 수 있는 모험을 쉽사리 감행하리라 예측하는 것은 별로 논리적이지 않다. 물론 대만의 독립 선언과 같은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존재 이유를 흔드는 변화가 발생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바로 지금 시진핑과 공산당이 반세기 넘게 미뤄진 위험한 숙제를 엄청난 불확실성을 감당하면서 시도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

  

대만의 전문가들은 주로 중국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군사적 능력의 미비를 자신들의 평가 근거로 언급했다. 2023년 경제성장률이 5.2%라는 중국 당국의 발표에 의심이 제기될 만큼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목표치 5% 달성을 위해 억지로 맞춘 수치가 아니냐는 거다. 지난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드러난 통치 능력의 한계와 민심의 이반 가능성은 물론, 작년부터 시작된 인구 감소로 장기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요컨대 중국이 당분간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차다는 전망이다.

  

양안 전쟁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수인 군사력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작년 국방부장 리상푸(李尙福)와 로켓군을 비롯한 인민해방군 고위장성들의 실각에 대해 이제까지 여러 설왕설래가 오갔었다. 흔히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개인의 스캔들, 구조적 부패와 함께 시진핑이 직접 군대의 현실이 형편없다는 점을 확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다. 문서상의 보고와 달리 무기와 장비의 성능이 달리거나 숫자가 모자라고, 미사일이 날아가지 않거나 제대로 명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도 없고 알더라도 상세히 말할 수 없었겠지만, 직접 만난 다수의 대만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더구나 최고위 장성들이 상당수 낙마하고 특히 양안 전쟁과 미중 충돌 시 가장 핵심적인 로켓군의 수뇌부가 몽땅 바뀐 상황에서 인민해방군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수년 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변수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전면 침공이 아니라, 공중과 해상 봉쇄, 진먼다오(金門島) 등에 대한 국지 도발과 같이 중국이 다른 형태로 대만에 대한 압박을 격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대만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부정적 견해는 꽤 인상 깊었다. 근래 한국에서도 임박한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다양한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이것이 과연 진지한 연구와 분석을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유튜브가 유독 심하지만, 매체를 가리지 않고 전쟁 담론, 안보 담론이 비즈니스가 돼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를 넘어 정당한 근거 없이 즉흥적인 평가가 남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더구나 도발과 극단적 발언을 지속하고 한반도의 민족 정체성까지 해체하기 시작한 북한에 맞대고 있는 우리로서는 안보 장사가 비즈니스에 그치지 않고,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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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진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사진 출처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은 필자가 직접 제공한 것임.